네덜란드 로열필립스전자가 LG필립스LCD 지분을 완전 정리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LG그룹의 디스플레이 사업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LCD 산업에서 파트너 없이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내년 7월이면 로열필립스가 LG전자의 동의 없이도 남은 지분 매각을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전에 새로운 파트너 모색 등 사업전략의 신규 수립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필립스, LG필립스LCD서 손뗀다=LG전자와 로열필립스전자는 지난 1999년 50대 50의 지분투자를 통해 LG필립스LCD를 설립해, 올해로 7년 간 공조체제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지난 4일 로열필립스는 사업안정화의 일환으로 반도체 사업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LCD 부문과 파운드리 사업의 지분 투자분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로열필립스는 앞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LG필립스LCD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지분 참여를 종료할 예정이다"고 말했다.이번 발표는 LG전자와 합의한 주주간 계약 등의 절차에 따라 투자한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결별시기는 내년 7월 이전=그동안 필립스는 LG필립스LCD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줄여와 초기 50%에서 IPO와 구주매각을 통해 지분을 37.9%로 줄인 데 이어 지난해 말에 추가로 5%를 매각해 현재 32.9%로 줄어든 상태다.LG필립스LCD 양대주주는 주주간 계약을 통해 2007년 7월 이전까지는 30%의 지분을 유지하도록 합의한 상태다. 지분이 30% 이하로 주식을 매각할 경우 상대주주의 사전 서면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이에 따라 로열필립스는 2.9%의 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0%는 LG전자가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내년 7월 이전에는 팔 수 없게 돼 있다. 따라서 LG의 합의 없이 필립스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내년 7월 이후에는 로열필립스가 LG필립스LCD로부터 완전히 손을 땔 것으로 보인다.◇LG 그룹 LCD 전략 변경 불가피=최근 LCD 시장은 가격 하락과 대규모 투자부담에 따른 수익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투자 위험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업계는 공동투자 등을 진행해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삼성전자와 소니의 합작이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이에 앞서 LG전자와 로열필립스가 7년 간의 합작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봐왔다.하지만 로열필립스가 LG전자와 LCD 부문의 합작을 정리키로 함에 따라 LG필립스LCD는 내년 하반기에는 LG LCD로 바뀌게 될 형국에 놓였다.문제는 1개 라인당 4조∼5조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규모 차세대 투자를 LG 혼자 감당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규모 투자와 위험이 동반하는 LCD 사업의 구조상 현재로선 LG 그룹이 단독으로 LG필립스LCD를 감당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 나설 경우 LCD 업계에는 쓰나미 수준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