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재해복구 시스템」필요하다!

일반입력 :2006/06/14 08:24

김효정 기자 기자

지난 13일 다음은 자사 고객 DB 운영환경에 재해복구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데이터가 곧 재산인 포털 업계에서는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각종 재해에 대비해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9.11 테러, 쓰나미, 지진, 화재 등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을 대비해 통신이나 금융권 등 DB 관리를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곳에서는 재해복구시스템(DRS, Disaster Recovery System)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DRS는 주 전산센터 이외 지역의 원격지 백업 시스템에 데이터 이중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주 전산센터에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원격지 백업 시스템에서 곧바로 서비스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DB량과 비용부담으로 DRS 구축 망설여통신과 금융권만큼이나 DB가 중요한 인터넷 포털 업계지만, 그 동안 DRS를 제대로 구축해 운영해 온 업체가 매우 드물었다. 포털은 아니지만 지난 4월 원격지 재해복구 시스템 외에 3중 데이터 재해복구 시스템까지 구축한 G마켓 정도가 예외라 할 수 있다. DB가 중요한 사업 밑천이 되는 포털들이 DRS를 구축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청난 규모로 증가하는 DB량 때문이다. 메일, 게시판, 커뮤니티 등에 매일 수천만 건씩 쌓이는 DB를 전부 이중화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가능하다 해도 비용부담이 너무 크다. 실례로, 5000여 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해 1600억 원의 매출 중 서버 증설 및 운영 등에 투자한 비용이 300억 원 가량. 이는 순수익 200억 원을 훨씬 상회하는 비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지 DRS까지 구축하게 된다면 초기투자비는 물론, 사후 유지보수 비용부담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SK커뮤니케이션의 한 관계자는 “포털 등 닷컴 기업은 고객 DB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RS를 구축을 늦추고 있거나 부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데이터 백업 부분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핵심 고객DB 위주로 DRS 구축이러한 와중에, 지난 13일 다음이 DRS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체 DB가 아닌 핵심 고객 DB(가입정보, 카페 통합정보, 빌링 데이터 등)에 대해 이중화 구성을 한 것이며, 일반적인 네트워크 방식이 아니라 실제 금융권 등에서 쓰이는 DRS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기본적인 아키텍처는 다음 내 인프라팀이 지난해 7월부터 시작해 10개월간 직접 설계/구축했다. 여기에 서버는 아이테니엄 칩이 탑재된 HP 수퍼돔, 스토리지는 EMC의 DMX2000(주 IDC)와 DMX800(원격지 IDC), 테이프 라이브러리는 오버랜드의 네오800, 백업SW는 베리타스의 넷백업을 적용해 SAN 환경으로 구축했다. 다음의 DRS 구축은 지난 2000년 초 닷컴 붐 시기에 대대적인 인프라 증설을 한 뒤 시스템의 노후에 의한 교체 시기를 맞이해 이뤄졌다. 또한 지난 2000년 5월 데이터 유실 사건 이후 경각심을 갖고 자사 서비스의 모든 DB를 100% 백업 받고 있는데, 이 또한 이번 시스템 구축에 영향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반쪽 짜리 재해복구 시스템이라는 비난도…관련 업계에서는 다음이 구축한 DRS에 대해 일부 비판적인 의견도 있다. 그 중 하나는 DRS 구축 범위에 대한 문제로, 전체 DB에 대한 이중화 시스템 구축이 아닌 기본 고객 DB에 대해서만 DRS를 구축한 것은 반쪽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은 원격지 거리에 대한 문제로, 다음의 주 IDC인 논현KIDC에서 불과 몇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서초KIDC에 원격 백업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거리나 짧아 지진이나 태풍 등 천재지변에 대해서는 원격지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다음의 DRS 시스템 구축은 업계에 자극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다. 데이터 보안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기에 주요 데이터의 보존 및 복구뿐 아니라, 시스템 안정성 측면까지 한층 강화함으로써 기업의 대외 신뢰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음은 이번 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노화된 IT 시스템의 아키텍처를 보다 고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포털,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DRS 구축 필요다음을 제외한 주요 포털들 또한 DRS 구축에 대한 준비를 진행 중이다. 서버 운영 및 관리에 대해 IBM과 지난 2004년부터 10년 간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있는 네이버는 조만간 재해복구센터 설립 착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현재 IBM의 컨설팅을 받으면서 재해복구센터 구축을 위한 막바지 검토 작업 중에 있다. 기본적인 데이터 백업은 진행 중이지만, 향후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글로벌 운영에 맞는 IT 인프라 구축을 위해 DRS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분당, 목동 등 세 군데의 KT IDC 외에도 신규 IDC를 추가로 물색 중이다.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 또한 DRS 구축에 대해 고민 중에 있다. 모회사인 SKT와 함께 IDC를 사용하는 SK커뮤니케이션은 3중 데이터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여태까지 시스템이 다운된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1800만 명이라는 회원수와 무한대 용량을 주는 서비스 특성상 DB보호와 안정성 확보를 위해 DRS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대전에 신규 IDC 설립을 논의 중이다. DRS는 아니지만, 야후코리아는 서초, 강남 등 3~4개 IDC에 원격 개념으로 서버를 연결해 놓고 BCP(Business Continuity Plan)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야후코리아는 본사인 야후닷컴의 정책에 따라 지속적으로 데이터 보안에 투자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인프라본부 시스템 기술팀의 박성규 팀장은 “포털은 워낙 DB가 많아서 DRS 구축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며 “그렇지만 현재 사업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사회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 앞으로 백업이나 운영 측면에서는 DRS를 구축해야 하며, 고객 데이터의 관리에 있어서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