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업계에 '상생(相生)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통신 업체와 중소 협력 업체 간 관계가 기존의 수직적 상하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같은 상생의 바람은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협력 모델만이 통신 업체와 중소 협력 업체 간의 동반성장을 보장하고, 나아가 미래 경쟁력 확보의 반석이 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업체와 협력 중소 업체 간 상생 경영이 시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통신 산업 발전의 양대 축인 통신 업체와 중소 협력 업체 간의 관계를 따로 떼고는 통신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논하기 어렵다. 더구나 통신 업계 최대 현안인 신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양측 간의 협력은 단순한 '이익 분배' 차원을 넘어 유기체적 협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이런 점에서 최근 통신 업체들이 중소 협력 업체 지원 방안으로 속속 내놓고 있는 현금 결제 확대, 성과 공유제, 휴면특허 이전, 투자 펀드 조성 등은 상생 경영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통신 업체와 중소 협력체 간 유기체적 협력을 강화하기는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서울대 산업공학과 박진우 교수는 "국가적으로 대중소기업의 상생 분위기에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 어려움이 많다"며 "앞으로 더 정교하게 상생의 방안과 아이디어들을 실현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범국가적 상생 프로젝트 일환통신 업계의 상생 경영 바람은 최근 범국가적으로 불고 있는 상생 프로젝트 확대 방안과 맥을 같이 한다.지난 24일 SK, 삼성, 현대·기아자동차 등 주요그룹들은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회의'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이에 따라 올해부터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기업은 종전 10대 그룹에서 30대 그룹으로 대폭 늘어난다. 투자 금액도 1조 300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1% 늘었다. 상생 협력 대상도 종전 1차 협력 업체에서 2차 협력 업체까지 확대됐다.특히 '멀리 보는 상생 협력'을 위해 비정규직, 저출산 등의 사회문제도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차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대기업들은 앞으로 중소기업 비정규직을 위한 차별화 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 지원키로 했다. 또 저출산 대책 방안으로는 대기업의 직장보육시설을 근처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개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오는 4일에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에 맞춰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상생협력위원회'가 설치돼 각 부처별 사업을 총괄 조정하게 된다. 또 지속적인 상생 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산하에 '상생 협력 연구센터'도 운영된다.상생 협력 정착 단계통신 업계의 상생 협력 모델도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통신 업계의 상생 협력이 정착 단계를 넘어서 동반성장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통신사업자와 IT중소·벤처기업간 상생협력' 조사결과에 따르면 KT,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데이콤, 하나로통신, 파워콤 등의 상생협력 이행지표 점수는 100점 만점의 90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통신 업체들은 중소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현금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 등 자금 지원을 늘렸으며, 휴면특허기술 지원, 연구개발(R&D) 지원, 중소기업 혁신지원 등 중소 업체 경쟁력 향상을 위한 지원을 강화했다.정통부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올해도 현금 결제 한도 폐지 등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공동기술개발과 해외공동진출 추진, 협력 업체와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을 중점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관련, KT의 경우 지난해 301개 협력 업체에 대해 총 51억 원을 투자해 기술교육을 지원했으며, 98개 협력사에 총 54건의 휴면 특허를 이전했다. 올해는 '파트너 비즈니스 센터'를 개관, 협력사 지원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8개 과제에 대해 성과 공유제도 시행할 계획이다.SK텔레콤도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20억 원을 출연해 협력사 보증에 나서는 한편, 협력사들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비즈니스 릴레이션스 임원회의'를 신설하기도 했다. 올해는 산하 협력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지원시스템을 비롯해 성과 공유제를 도입키로 했다.과제와 전망국내 통신 산업의 발전은 메이저 통신 업체뿐만 아니고 이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수많은 중소 업체들과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그러나 지금까지는 메이저 통신 업체들의 시장 영향력으로 인해 중소 업체들은 시장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국내 통신 산업 발전의 최대 장애물이 돌 것이 자명하다.최근 통신 업계가 중소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나선 데는 이같은 인식이 깔려있다. 하지만 상생 협력이 더욱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숙제도 많다.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대기업 공급사슬의 경쟁력은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의해 결정된다"며 "협력 업체에 대한 대기업의 상생 협력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대기업의 상생 협력 투자는 다시 대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결국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통신 업체들의 투자가 중소기업의 4대 역량인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에 집중 지원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투자 패턴은 어느 한 곳에만 쏠려있어 효과가 한시적이거나 반감된 측면이 있다.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통신 업체들이 기술, 인력, 자금, 판로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통신 업체와 중소 업체 간 정보 공유도 필수다. 한 중소 통신 솔루션 업체 사장은 "통신 업체의 장기 로드맵을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시장에 적응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며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정보를 접한 시점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상품화하는 데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업계 한 전문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시장에 대한 정보 공유가 될 때 맞춤형 기술 개발과 판매 촉진이 된다"며 "이런 관계를 가져가기 위해서는 원활한 정보 공유가 필수"라고 지적했다.대기업이 지닌 자금과 중소기업이 지닌 유연한 연구개발 능력을 신속하게 이어주는 가교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은 자본이 있는 반면 느리고, 중소기업은 더욱 유연하고 연구개발이 빠르기 때문에 이를 신속히 연계하면 그 만큼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통신 업체와 중소기업 간 해외 시장 동반 진출도 새로운 윈-윈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SK텔레콤과 어스링크 간 합작사인 힐리오의 미국 시장 진출에 23개 중소 업체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국산 단말기, 장비, 솔루션 등이 진입장벽이 높은 미국 시장을 넘어선 것이 좋은 예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