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SCM 업체들

일반입력 :2006/05/16 08:31

Jeanne Lim

ERP 벤더들이 결국 SCM 경쟁업체들을 시장에서 밀어내는데 성공한 것일까?지난 2005년 9월, 오라클이 SCM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물류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ERP 업계 거물 SAP가 6월경 SCM 소프트웨어 새 버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표했다. 심지어는 로손(Lawson) 등 중소규모 기업을 겨냥하는 ERP 벤더들조차 SCM 툴을 자사 제품에 통합하고 있다.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SCM 솔루션만 제공하는 벤더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이제는 통합 트렌드가 확실히 자리를 굳힌 듯하다.JDA소프트웨어는 지난 4월 매뉴지스틱스(Manugistics)를 2억 1100만 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SCM 시장에서 한 때 전성기를 구가했던 매뉴지스틱스는 2004년 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JDA소프트웨어의 M&A 계획이 보도되자 ARM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은 “SCM과 유통 시장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수많은 SCM 업체들은 현재 사실상 영업활동을 중단했으며, 이는 독립적인 SCM 벤더에 투자하려는 기업들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현재 순수하게 SCM 솔루션을 공급하는 벤더는 아덱사(Adexa), i2테크놀로지, 인포(Infor), SAS 인스티튜트 정도다.ERP 업체들, SCM 전문성 결여그렇다면 기업들이 독립적인 SCM 벤더가 아니라 ERP 벤더가 제공하는 SCM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로손 아시아아태평양 지역 영업 부사장 데이비드 호페는 ZD넷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BoB(best-of-breed) 소프트웨어 벤더의 제품은 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히 포괄적’인데 비해 로손 같은 회사는 ‘버티컬의 핵심 요구사항에 부합할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개발된 SCM 솔루션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속한 산업에서 특정 요구사항을 원하는 기업들이 ERP 벤더의 SCM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호페는 통합 BoB SCM 소프트웨어를 기업의 IT 백본에 완벽하게 통합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상당히 복잡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일부 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통합에 지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그러나 컨설팅 기업 하이드라사이트(Hydrasight) 리서치 이사 존 브랜드의 생각은 좀 다르다. ERP 벤더들의 SCM 솔루션이 SCM 솔루션만 공급하는 벤더들의 제품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브랜드는 ZDNet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둘 간의 차이점은 이렇다. ERP 벤더들은 제품, 부품, 그리고 공급망 전반에 걸치는 이동 상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관리하는데 익숙한 반면 실제로 SCM 상에서 어떤 일이 발생하고, 실질적인 성능 이점을 얻기 위해 적용될 수 있는 분석론은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브랜드는 복잡해진 SCM 최적화와 정보 관리 질서 측면에서 요구되는 분야 때문에 우수한 개요를 갖고 있고, 일부 ‘트랙과 추적’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는 SCM 요구사항을 만족시키기에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증가하는 수요, 단기간 공급, 그리고 다른 일반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잠재적인 충격을 이해하려면 수많은 관련 참여자들로부터 취합한 정보를 복잡하게 모델링할 필요가 있으며, ERP 벤더들은 이러한 작업에 그다지 중점을 두지 않는다고 덧붙였다.그는 “ERP 벤더들 대부분이 여전히 데이터 교환 문제와 씨름을 하고 있으며, BoB 벤더들이 공급할 수 있는 분석론 능력을 모델링할 수 있는 수준에도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그는 5년 전에 비해 SCM 솔루션만 제공하는 벤더들의 홍보가 상당부분 줄었다는 데 대해서는 동의했다.그는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SCM 벤더들의 홍보전이 끝이 없었다. 당시 SCM 업체들은 기술의 단편만을 보았으며, 이러한 기술이 자신들이 개발한 고유한 독립적 비즈니스에 모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분히 비현실적인 생각이었다”고 밝혔다.i2, ‘우리 경쟁상대는 인하우스 시스템’그러나 브랜드는 BoB SCM 벤더들이 조만간 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ERP 벤더들이 앞으로도 계속 SCM 벤더들의 영역을 침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SCM 벤더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수요에 신속히 부응하는데 필요한 유연성뿐 아니라 여전히 가치 있는 엄청난 양의 도메인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ERP 벤더들이 제공하는 SCM 솔루션에서는 이러한 장점을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현재도 활발한 영업 활동을 펼치고 있는 SCM 솔루션 벤더는 i2테크놀로지다.도쿄에 소재한 i2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 겸 CCO 하이튼 D. 배리아는 ZD넷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 얘기를 언급했다. ‘지금이야말로 아시아 지역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라던 i2 CEO의 결정이다.배리아는 i2는 현재 중국 대륙, 인도, 일본, 그리고 한국의 SCM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제조설비가 중국과 인도로 이전되면서 SCM의 역학관계도 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그는 이어 “지난 2년 동안 삼성, 도요타 등 첨단 기업 고객들과 함께 하면서 경쟁력과 효율성을 배가시키는 차세대 공급망 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i2는 삼성이나 도요타 등 선두 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는 후발 기업들과 SMB 시장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배리아는 “화웨이, 레노보 등 후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생산 시스템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어떻게 이전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많은 SMB들이 현재는 ERP 구현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내에 SCM 구축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배리아는 ERP 벤더들이 i2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며, 현재 차세대 SCM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ERP 벤더들은 i2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ERP 벤더들은 i2가 이미 8년 전에 했던 것을 이제야 하고 있다. 즉 지금도 MRP(material requirements planning)와 ERP 지식을 기반으로 간단한 문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로도 그는 ERP 벤더를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업체는 ERP 벤더가 아니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하우스 시스템”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