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업계는 지금 원스톱「스택 전쟁」

일반입력 :2006/04/21 10:03

Martin LaMonica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전통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회귀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미 익숙한 원스톱 서비스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맞게 변형한 ‘스택(stack) 전략’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새 화두다.

스택 전략은 과거에도 자주 등장했던 것으로, 운영시스템에서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전제품을 일괄적으로 공급함으로써 매출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이 모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IBM. 지난 수년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MS가 오라클, SAP와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구매자들에게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등장한 스택 전략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최상의 소프트웨어’ 개념이 한때 유행하던 몇 년 전과는 상당히 달라진 양상이다. 당시에는 소프트웨어 제품이 카테고리 리더인지, 어떤 업체가 제작했는지에 상관없이 기능에 따라 기업이 선정한 최고 제품 등 ‘올스타’ 라인업을 권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경제체제의 변화, 업계 공고화, 마진율 하락 등이 이어지면서 이런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소프트웨어 부문의 이익을 더 많이 남기고자 하는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이제 포괄적인 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백화점식 ‘완벽한 제품 라인업’ 추세

바로 이번 주에도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은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완벽한 소프트웨어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오라클은 데이터베이스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판매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 피플소프트와 시벨 시스템스 등 강력한 경쟁업체를 포함해 수많은 기업을 사들였다.

엘리슨은 인터뷰에서 “우리 제품라인에서 유일하게 빠져있는 부분은 운영시스템이다. 오라클이 리눅스 배포와 지원 부문을 눈여겨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지난주 레드햇의 제이보스(JBoss) 인수는 포괄적인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기 위해 업체들간에 추진되고 있는 경쟁에 대해 오픈소스 컨셉을 추가한 것이었다. 레드햇은 현재 더 광범위한 규모의 대형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업계의 새로운 전략이 ‘완벽한 제품 라인업’으로 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통해 광범위한 제품셋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고객으로부터 매출을 극대화하고, 제품 개발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객들은 제품지원과 더 나은 통합 등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들 입장에서 본다면 스택 전략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 존 라이머는 “이는 통제에 관한 것이다. 오라클은 모든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를 판매한 후 거의 모두 순익으로 기록되는 유지보수 매출을 올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업셀링(up-selling)과 모든 성장 잠재력을 위해 고객에게 액세스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M&A 향연을 펼친 오라클은 기본 사업인 데이터베이스 비즈니스와 성장 일로를 걷고 있는 미들웨어 제품군을 보완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의 애플리케이션을 결집시키고 있다.

MS, IBM, SAP도 이와 비슷한 스택 전략을 갖고 있다. IBM과 SAP는 오라클과 마찬가지로 몇 가지 분야가 누락돼 있는 반면 MS는 제품 측면에서 가장 광범위한 분야를 포괄한다.

한편 호스티드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들은 스택 전략의 온라인 버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세일즈포스닷컴 CEO 마크 베니오프는 ‘스택’이란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베니오프는 CENT 뉴스닷컴에 보내온 이메일에서 “스택이란 개념은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다. 스택 기업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고 밝혔다.

세일즈포스닷컴 임원들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닷컴은 호스티드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앱익스체인지(AppExchange)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서드파티 제품을 통해 매출을 창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정 벤더에의 종속 경계

그러나 스택으로 제공되는 솔루션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상당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한편으로는 벤더들이 어떤 제품을 판매하느냐에 따라 고객들이 특정 벤더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예를 들어 오라클은 자사 제품 이외의 데이터베이스는 지원하지 않고 있으며, MS 제품은 경쟁사 제품과 교환되지 않는다.

메릴린치 애널리스트 카쉬 랭안은 최근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이런 트렌드가 형성되는 중요한 이유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 스택 레이어간의 통합,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문제를 최소화하려는 고객의 수요 때문이다. 고객들은 또 더 나은 가격조건과 책임성을 보장받기 위해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수를 줄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버튼 그룹 애널리스트 피터 오켈리는 이러한 트렌드가 유행하는 또다른 이유로 업계의 공고화와 표준화를 지적했다. 즉 ‘최고의’ 제품을 공급하는 대형 ‘수퍼 플랫폼’ 벤더의 제품에서 더 세부적으로 특화된 기업의 제품으로 입맛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오켈리는 “모든 벤더들이 수퍼 플랫폼으로 옮겨가려고 하기 때문에 소모전의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더 많은 제품에 대해 할인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제는 제품간 논증이 가능한 시너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엘리슨은 오라클 스택 라인업을 완료하기 위해 자사 고객들이 레드햇에 의존하도록 놓아두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레드햇 리눅스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슨은 리눅스를 지원한다는 생각에 대해 “운영시스템에서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완벽하게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다. 오라클은 모든 것을 함께 테스트하며, 한 세트로 구성된 관리 툴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가 업무를 원만하게 수행하고, 추가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다면 고객들은 더 나은 통합과 ‘원스톱’ 지원 시스템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엘리슨의 이같은 언급이 미국의 선도적인 리눅스 업체 레드햇에 대한 경고성 멘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드햇이 미들웨어 시장(잠재적으로는 데이터베이스까지)에서 오라클과 경쟁구도를 형성했기 때문에 오라클이 가장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모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레드햇의 주가는 지난 월요일 7% 하락한 반면 오라클의 잠재적인 M&A 후보 기업으로 떠오른 노벨의 주가는 다소 올랐다.

애널리스트들은 또 엘리슨이 때로는 허세를 부린다는 점도 지적했다. 퍼스트 알바니(First Albany) 애널리스트 마크 머피는 화요일자 보고서에서 “그러나 엘리슨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견해가 언제나 오라클의 실제 의도와 상호연관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동안에도 우리는 오라클이 경쟁을 통해 시벨시스템즈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결국에는 오라클이 시벨을 인수하는 것으로 상황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경과를 본다면 기업 인수는 언제나 가능성이 존재한다. 버튼의 오켈리는 “수퍼 플랫폼 벤더들은 지금 의자뺏기 게임을 하고 있다. 어느 순간 음악이 정지하면 가장 중요한 몇 안되는 의자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된 포트폴리오의 효과적 통합이 관건

제품과 기능의 추가는 매출 올리기에 혈안이 돼있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기술이 변화되면서 기술적으로 긴밀하게 결합된 패키지를 개발하는 것이 전보다 더 중요성을 갖게 됐으며, 실제로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웹서비스 프로토콜 등 업계 표준이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제품 통합이 한결 수월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러한 상황도 어느 정도 스택 개발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작성과 유지를 더 쉽게 해주는 모듈식 소프트웨어 디자인인 SOA(Services-Oiented Achitecture)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벤더들은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SOA에 이르는 아키텍처 변화에 요구되는 툴과 인프라스트럭처의 개발과 판매에 여념이 없다.

자바 표준에 기반한 오라클의 퓨전 미들웨어는 피플소프트, 시벨, J.D. 에드워드의 제품 및 다양한 업계 특화 애플리케이션 등 오라클이 인수한 전혀 다른 패키지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기 위해 설계됐다.

한편 패키지 애플리케이션 거물 SAP는 넷위버 인프라스트럭처 소프트웨어와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아키텍처의 고우선순위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10여개의 M&A를 단행한 IBM은 소프트웨어 제품라인을 대폭 수정, 현재 애플리케이션 개발, 시스템 관리, 보안, 정보 관리, 협업, 백엔드 미들웨어 등으로 라인업을 완료한 상태다.

랭안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성장은 이들 기업의 스택 전략과 “이미 구축된 고객을 기반으로 확대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소기업에게도 틈새는 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벤더인 MS, IBM, 오라클, SAP 등 4개 업체는 거의 완벽한 스택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스택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전략은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레드햇이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상업용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를 지원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레드햇 CEO 매튜 스줄릭은 단기적으로는 제이보스와의 통합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데이터베이스 사업 전략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은 호스티드 애플리케이션 스위트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 세일즈포스닷컴 등 온라인 업체들은 서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트하기 위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있으며, MS와 IBM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추진중이다.

세일즈포스닷컴 임원들은 호스티드 애프리케이션인 앱익스체인지 카탈로그에 대해 단일 벤더의 온-프리마이즈(on-premise) 수직적 통합 소프트웨어에 비해 더 현대적인 접근방식인 인터넷과 커넥티버티 위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베니오프는 “앱익스체인지는 OS 툴과 데이터베이스가 포함된 플랫폼으로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수백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설치, 업그레이드, 그리고 업데이트를 수행하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코드 스택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앱익스체인지의 개념에 상응하는 개념이 없다”고 밝혔다.

포레스터의 라이메르는 대형 벤더들이 더욱 포괄적인 스택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작은 특화 벤더들도 대형 벤더들을 추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의미는 기업 고객간의 분할이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소수의 벤더를 통해 통합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반면 나머지 업체들은 이들 업체보다 더 야심적인 기술 사용자들이다.

라이메르는 “몇 개 벤더들로부터 스위트를 구매하는 접근방식을 택할 때 문제점은 SOA로의 전환과 디지털 비즈니스 아키텍처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는데 있다. 이는 차세대 플랫폼의 방향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기능이다. 이들은 단순한 관계를 원하지도 않으며, IBM이나 오라클을 기다리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