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소니 등 몇몇 업체가 e북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기 시작했다. 덕분에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던 e북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그러나 몇몇 전문가들은 e북이 주류 시장을 형성하려면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로 한 발짝 더 전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소니는 지난 월요일 보더스 서점에서 소니 리더를 300~400달러에 판매하고, 올 여름부터는 소니 커넥트 온라인 스토어에서 e북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이어 화요일에는 해리 포터 출판사인 블룸즈버리가 PC에서 읽을 수 있는 몇 가지 타이틀을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블룸즈버리 회장 니젤 뉴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e북은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앞으로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 시장을 계속 주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그러나 두 회사의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 그저 새로운 무언가에 불과했던 e북 관련 시장이 갑자기 새롭게 형성되기라도 하는 것인가? 전용 리더기 혹은 기존 PC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는 e북은 MS가 MS 리더 소프트웨어용 e북 스토어를 위해 반스앤노블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던 지난 2000년 가장 큰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3년 후 반스앤노블은 판매 부진을 이유로 적극적인 e북 시장 진입을 중단했다.오버드라이브(Overdrive) 임원 스티브 포타쉬는 “e북 시장은 지금까지는 새로운 형식의 독서 방법이라는 개념에 그다지 부합하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버드라이브는 15만여 개에 달하는 디지털 서적, 음악, 비디오 타이틀을 호스트 서비스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포타쉬는 주요 출판사, 학교, 대학, 공공 도서관 등은 그동안 e북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e북이 이제야 비로소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디지털서적에 대한 고정 관념을 바꿔라하지만 비평가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e북 활성화의 걸림돌이다. 5년 전에는 타이틀 부족뿐만 아니라 일부 고객들로부터 e북 리더기의 몇 가지 제약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인쇄, 복사, 다른 디바이스로의 데이터 전송 및 다른 기업이 개발한 e북 리더기와의 호환성 부족 등이다. 물론 가격도 끊임없는 불만 요소 중 하나다.2만개에 달하는 타이틀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인 최초의 전자 도서관 프로젝트 ‘구텐베르그’ 디렉터 그레고리 뉴비는 “e북에 대한 저항은 본질적으로 크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특화된 리더기라는 제약 요소와 보여줄 수 있는 충분한 타이틀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출판사들이 e북의 가격을 종이책과 동일하게 책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또 다른 장애물도 몇 가지가 있다. e북 리더기를 통해 사람들은 작은 디바이스 하나에 수많은 텍스트를 저장할 수 있으며, 프린트가 불가능할 경우 타입 사이즈를 변경하는 등 독서를 더 쉽게 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뉴비는 다른 사람들과의 서적 공유, 재판매, 자녀들에 대한 서적 물려주기 등도 일반 소비자들이 책을 구입할 때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책을 한 권 구입하면 영원히 소장할 수 있다. 그러나 e북은 다르다. 종이책을 볼 때 일상적으로 하던 행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e북 리더기가 고장나면 대책이 없다. e북이 존재 가치를 상실해 버린다. 책이란 다른 사람들과 교환할 수도 있고, 공유할 수도 있으며,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저장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뉴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종이책이 전면적으로 e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기폭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즉 양방향성, 혼합 미디어 기능 등 일반적인 종이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e북 고유의 특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뉴비는 작가들이 e북의 특성을 살린 책을 집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를 들면, 독자들이 서로 다른 결말을 유추해낼 수 있도록 원고를 집필하거나 큰 소리로 말하는 동영상과 캐릭터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그는 “평이한 기존의 종이책과 비교한다면 꽤 재미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온라인을 통한 양방향성 콘텐츠를 원한다. 책이라고 이런 것들을 구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학계와 공공/기업 도서관에 e북을 공급하는 기업인 에브래리(Ebrary) 영업 및 마케팅 수석 부사장 데이비드 바스도 뉴비와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바스는 “미래의 e북 독자들은 디바이스 지향적이 아니라 경험 지향적이 될 것이다. e북은 단순한 책 이상의 것이 돼야 한다. 1999년과 2000년에 e북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당시에 제공되는 서비스라곤 프린트된 텍스트 뿐이었다”고 설명했다.호환성 부족한 e북 리더기리서치 및 컨설팅 기업 쇼어 커뮤니케이션즈(Shore Communications) 수석 애널리스트 진 베도르드는 e북 리더기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팟, PDA,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기능 디지털 기기와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e북 트렌드가 형성되기는 하겠지만 상당수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핸드헬드 디바이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 책 검색과 책 내용 검색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구글, 야후, 아마존닷컴 등이 추진하고 있는 도서 스캐닝 프로젝트에 비춰 봐도 이런 가능성은 높다고 덧붙였다.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e북은 틈새 시장이다. e북은 일반 소비 시장보다 학교 중심의 시장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또 도서관 카드만 있으면 누구에게나 무료로 다운로드를 제공하는 전국의 공공 도서관도 e북의 최대 수요처다. 이브래리 조사에 따르면, e북을 이용하는 공공기관 수는 지난해 400개에서 900개로 증가했으며, 사용자수도 약 600만명으로 두 배 정도 늘었다.이브래리의 바스는 “일반 소비자들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해변에 여행갈 때 포켓이나 하드커버 형식의 책을 가져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학생이나 교수들은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밝혔다.IDPF(International Digital Publishing Forum) 회장을 겸하고 있는 오버드라이브의 포타쉬는 미국지역 100여개 대학의 학생들은 종이 교과서보다 25~35% 정도 저렴하고, 노트북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e북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치의학과 학생 중 1/3은 전체 커리큘럼에서 노트북을 사용한다”고 덧붙였다.그러나 포타쉬조차도 e북 시장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파고들기 위해서는 디지털서적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변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는 다시 한번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자책이 욕조에 처박힐 것이냐 아니면 모래사장으로 나아갈 것이냐는 앞으로 몇 년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