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P와 인터넷 업체는「악어와 악어새 관계?」

일반입력 :2005/12/23 11:52

Declan McCullagh

많은 정치적 입장에서 역사적으로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던 광대역 사업자들과 전자 상거래 회사들은 한쪽에서 사업 방식을 바꿀 수도 있는 연방 법규를 놓고 부딪히고 있다.벨사우스(BellSouth)를 비롯해 합병한 AT&T와 SBC 커뮤니케이션(SBC Communications) 경영진 측이 최근 제시한 의견을 반영해 미 하원에서 내년초 제출될 법안으로 인해 특히 비디오 같은 일부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보다 우선시돼 이른바 두 단계로 된 인터넷이 나타날 거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어떤 광대역 사업자도 웹 사이트를 막겠다고 하진 않았다. 하지만 예를 들어 검색 사이트인 야후가 구글보다 더 빨라지도록 야후가 그 댓가로 수수료를 지불할 수는 있다고 그들은 말해왔다. 다른 가능성으로는 대역폭을 잡아먹는 파일 교환 애플리케이션을 제한한다거나 경젱 업체들이 제공하는 유사 서비스보다 빠르게 비디오 콘텐츠를 전달한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이런 전망으로 인해 아마존닷컴, 이베이, 구글, MS 등 전자상거래 및 인터넷 회사들은 곤혹스러워졌는데, 이들은 ‘네트워크의 중립성’ 원칙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네트워크 소유자는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무수히 많은 기술,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을 그들의 선호에 따라 골라내서는 안된다는 점을 고수하기 위해 여기저기 로비를 펼치고 있다.아마존의 전세계 공공 정책 부문 부사장인 폴 미스너는 "고객들이 우리 사이트에 접속하러 오는 도중에 손상이 없도록 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서비스 사업자의 횡포 우려반면 광대역 사업자는 연방 정부의 법률이 개입하면 신규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는 데 방해가 되며 더욱 속도가 빠른 네트워크 구축에 투자할 동기가 줄어들 거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연방 정부 법적 개입은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입증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NCTA(National Cable & Telecommunication Association)의 대변인 브라이언 디츠는 "네트워크 중립성은 정의를 거의 내릴 수 없는 개념"이라며, "예를 들어 네트워크 중립성이란 네트워크 운영자가 스팸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하는가? 네트워크 운영자들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는가? 많은 P2P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무제한으로 대역폭을 할당받도록 허가해주면 그로 인해 다른 사용자들은 느려져도 된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한편으로 보면 이런 논쟁은 광대역 사업자가 준수해야할 법규가 무엇이냐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들이 편의대로 자신들의 대역폭을 자유롭게 관리하게 될까? 아니면 다른 쪽에 비해 한 쪽(광대역 사업자)은 이렇게 되는 걸 바라진 않겠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은 광대역 사업자들이 단순히 수도관처럼 파이프 역할을 할 것으로 계속 기대해도 될까?하지만 또다른 수준에서 보면 이런 정치적인 논쟁은 의회로 가기 전에 끝나버릴 일상적인 사업 논쟁이기도 하다. 야후, 구글, MS도 온라인 비디오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고, AT&T와 벨사우스도 인터넷 기반 텔레비전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전화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는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반격을 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이 시장에 수십억 달러가 걸려있다. AT&T는 자사 네트워크에 광통신망 4만 마일을 추가로 증설하는 데 50억 달러를 써대고 있고, 2008년 중반까지 1800만 가정에 IP 기반 텔레비전을 비롯한 여타 고속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들의 백본 네트워크는 이미 평균 영업일에 4.6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실어 나르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Verizon Communications)도 미국 텍사스 주에서 파이오스(Fios) 텔레비전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플로리다, 버지니아, 캘리포니아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가설에 기초한 ‘중립성’ 문제 대두아마존과 연합 세력들은 적어도 2002년 이후부터는 네트워크 중립성의 중요성을 거론해왔으며, 심지어 FCC가 이 원칙을 지지해야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최근까지 이들의 걱정거리는 대부분 가설에 기초한 것이었고 정치적 관심은 거의 얻지 못했다. 당시 FCC 의장이었던 마이클 파웰은 인터넷에서 머지않아 사업 모델들이 등장할 수도 있는데 이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예방적 차원의 법률은 있을 필요가 없다며 1년 지나서 이들의 우려를 무시해버렸다.그리고 나서 매디슨 리버(Madison River) 사건이 터졌다. 이 회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통신 회사로 고의로 인터넷 전화 트래픽을 막아버린 것이다. DSL(Digital Subscriber Line)과 음성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던 매디슨 리버는 엄청난 재정적 이득을 챙겼다.FCC는 보니지(Vonage)의 이의 제기에 신속하게 대응했으며, 매디슨 리버는 곧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전화를 막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몇 달 후인 8월, FCC는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한 ‘정책 성명서’를 도입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 성명서에는 미국인들은 "선택에 따라 법적으로 정당한 인터넷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적혀있다. (당시 위원이었던 민주당 소속 마이클 콥스는 "이왕이면 강제성을 적용할 수 있는 규칙이었으면 하고 바랬다"고 말했다.)지금은 의회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신법을 감독하는 FCC의 의장이자 텍사스 주 공화당 하원 의원인 조 바튼이 마련한 법률 초안에서는 사업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어떠한 적법한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대한 제공, 접근, 사용을 막거나 불합리하게 손상시키거나 간섭할 수 없다"고 적고 있다.하지만 전자상거래, 인터넷 회사들은 용어가 너무 모호해서 편의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사업자들이 자체 ‘광대역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락한 조항에 대해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그 조항 때문에 IP 기반 텔레비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대역 사업자의 수가 증가하는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법률상 허점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CNET 뉴스닷컴이 받은 벨사우스의 성명서에 따르면, 벨사우스는 자신과 여타 광대역 사업자들이 "서비스 수준 향상을 특징으로 삼거나, 자체 브랜드명과 제품 혹은 선택된 벤더들의 서비스를 선전해준다는 좀 다른 식의 계획"을 내놓을 수 있게 될 것이 틀림없다고 한다. 벨사우스는 이 성명서에서 "목록에 나열될 때 우선적으로 표시되도록 특혜를 주거나, 해당 사업자의 웹 사이트에서 더 빠르게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주거나, 더 높은 서비스 품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등 특별 대우해 주는 조건으로 콘텐츠 사업자가 수수료를 지불한다는 것에 대해 콘텐츠 사업자들과 조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가장 최근 이 논쟁에 들어온 광대역 관련 법안은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짐 드민트가 지난 주 내놓은 것으로, 통신 산업에 존재하는 규제의 광범위한 철폐라는 틀에 대해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명시적으로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다. 그러자 곧바로 FCC가 ‘불공정 경쟁 방식’에 대해 조사하는 계기가 됐다. 네바다 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존 엔사인이 7월에 제출한 유사 법안에서는 광대역 사업자들은 "계획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지 못한다"며 좀더 직접적으로 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은 그런 조항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고 말했다.최근 AT&T를 사들인 SBC는 인터넷에서 구글, MS, 보니지가 자사 네트워크를 공짜로 마음대로 쓰는 걸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지난 달 과감하게 성명을 발표하자 엄청난 파문이 일었다.AT&T와 SBC의 새로운 합병체에서 CEO를 맡고 있는 에드 휘태커는 비즈니스위크(BusinessWeek)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자본을 투자해왔고 그걸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이 그러는 걸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인터뷰 내용은 여러 곳에서 폭넓게 인용됐다.연결 속도가 더 빠른 회선에 대해 가입자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건 ISP 사이에선 새로울 게 없다. 예를 들어, 전화 회사 대부분은 현재 가장 느린 다운로드 속도에 대해 15달러에서부터 시작하는 DSL 요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다.벨사우스의 조 챈들러는 "페덱스(FedEX)나 UPS의 오버나잇(overnight) 패키지에는 돈을 더 내고 3~4일 걸리는 운송에는 요금을 덜 내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했다.아마존의 미스너는 "우리는 항상 사람들이 원한다면, 이를테면 인터넷 액세스 수준에다가 브론즈(bronze), 실버(silver), 골드(gold)를 매기고 돈을 더 받는다거나 그래왔다. 괜찮은 방법"이라고 말했다.아마존 같은 회사들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바로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약화’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스너는 예를 들어 서비스 사업자들이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지 않고 있는 웹 사이트의 매 15번째 방문마다 '404 페이지를 찾을 수 없음(404 page-not-found)'이라는 오류를 낼 수도 있을 이들의 "분별력있는" 접근 방식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기도 쉬울 뿐더러 비난받는 쪽은 누구겠는가? 확실한 건 중간에 있는 회사가 아닌 최종 사이트라는 점"이라고 말했다.MS의 TV 부문 경영진인 폴 미첼은 지난 달 하원 위원회 측에 "네트워크 운영 회사들이 기술과 혁신에 투자하고 있음에 감사해하고 있으며, 공공에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과 협력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울러 다른 회사들도 인터넷 콘텐츠와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자상거래 회사들만 그들의 주장대로 네트워크 중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법적 보호가 결여되어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건 아니다.컴텔(Comptel)을 비롯하여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 VoIP 판매자, 대형 전화 회사들과 소비자를 놓고 경쟁하는 회사 등 60여개 회원사로 구성된 무역 협회에서는 이달 초 하원의 법률 초안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목소리를 담은 서한에 서명했다.컴텔 사장인 얼 컴스탁이 기재한 이른바 "인터넷 문지기들(Internet gatekeepers)"을 이 법률 초안에서는 인정해주게 되는데, 그는 "이렇게 제안된 법률안이 계속되면 인터넷의 토대를 훼손하게 될 것이고 대형 전화 회사가 국가의 전화망을 다시 독점하는 길을 터주는 꼴"이라고 덧붙였다.문제의 ‘중대한 증거’가 없다네트워크 중립성에 대한 폭넓은 규정을 만들려는 시도가 지지부진한 건, 규모는 작았지만 매디슨 리버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대부분 이론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지난 주 FCC 의장인 케빈 마틴은 방안에 빼곡히 들어찬 통신 회사 경영자들에게 "문제에 대한 중대한 증거가 없었다"는 점 때문에 FCC가 정식으로 인터넷 중립성 규정을 도입하는 데 주저했다고 말했다.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단체인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가 2003년 펴낸 연구 내용에 따르면 연방 정부의 개입은 현명치 못한 행동으로, 재산권을 침해하고 사업 모델을 제한하게 된다고 한다. 반더빌트대(Vanderbilt University) 로스쿨의 크리스토퍼 유의 논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법학 교수인 팀 우와 로렌스 레직의 반론에서는 전력망처럼 인터넷도 중립성이 유지되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10월 말 SBC와 AT&T, 버라이존과 MCI의 초대형 합병이 승인되었을 때 FCC는 양측 회사들이 합병 완료일 이후 2년 동안 네트워크 중립성 정책을 충실히 지키도록 요구했다. 그간 광대역 사업자들은 합법적 콘텐츠에 대한 접근을 막는 데엔 관심없다고 수년 동안 단언해왔었다.매디슨 리버 사건을 제외한다면 예로 들만한 게 드물다. 미조리에 위치한 VoIP 사업자인 누비오(Nuvio)는 광대역 사업자가 인터넷 폰 통화에서 가장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5060번 포트를 물리적으로 막아버리는 수모를 당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FCC로 사건을 넘기지 않고 쉽게 해결하게 되었다고 CEO인 제이슨 텔리는 말했다.텔리는 막는 게 아니라 그 대신 광대역 사업자가 오가는 정보를 모니터링해서 입맛대로 우선 순위를 매기거나, 어떤 콘텐츠에 대해서는 품질을 떨어뜨리는 "더욱더 지능적인 수준"의 필터링을 취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문제가 있으면 보통은 고객들이 전화를 걸어서 품질에 관해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하고 또한 광대역 사업자들과 함께 작업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에는 그러려니하고 말든지 아니면 고객이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아마존의 미스너조차도 사이트를 완전히 막는 건 지금도 문제가 아니고, 향후에도 그게 문제가 될 확률은 희박할 거라는 점에 대해 인정했다.하지만 법률이 개입하지 않은 상황에서 웹이 더 엄격해졌다는 걸 인터넷 사용자들이 알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미스너는 말했다. "휘태커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 대로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두 가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를 했다. 하나는 서비스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우리가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