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로 개조한 작은 차고에서 션 스튜어트가 랩톱을 바싹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전설적인 총잡이 와일드 빌 히콕(Wild Bill Hickok)이라는 이름으로 한 온라인 포커 경기에 참여중이다.물론 그는 가상의 칩을 따내려고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도박꾼들은 칩 말고도 더 많은 걸 얻어내고 싶어한다. 스튜어트가 하고 있는 게임은 ‘라스트 콜 포커(Last Call poker)’이라는 것으로, 이 게임의 웹 사이트에는 플레이어들이 밝혀내야 하는 복잡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으며, 플레이어들은 스튜어트의 캐릭터인 히콕이 실마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해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가상 게임 제작자로 변신한 마흔살 먹은 이 소설가는 일단은 플레이어들을 좀 골탕 먹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다.그는 한 플레이어가 속을 캐보려는 듯 질문하자 음흉한 미소를 띄우며 답변 내용을 타이핑하면서 "머리에 총을 들이대지 않고서야 사람의 마음은 결코 알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대표적인 ARG '라스트 콜 포커'지난 11월 햇살이 비추는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데이비스에서 스튜어트와 공동 창안자들을 최첨단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세계로 빠져들게 한 정교한 온라인 게임을 즉석에서 해보고 있었다.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게임에서 개척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건 더 인상깊은 일이다.스튜어트는 이제 막 피어오르고 있는 게임 장르인 ARG(Alternate Reality Game)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42 엔터테인먼트(42 Entertainment)라는 게임 개발 업체에서 3년간 수석 작가로 일해왔다.문화계 전문가들은 부분적으로는 퍼즐이 가미된 괴물 사냥, 부분적으로는 인터랙티브한 허구가 들어있는 ARG는 요즘 잘나가는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요소로, 순수하게 인터넷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거의 차이가 없는 만화나 게임과는 달리 42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따끈따끈한 ‘라스트 콜 포커’같은 ARG는 웹 자체의 분할된 그리고 철저하게 공동체로 형태로 운영되는 성질로 짜여져 있다.대학 정규 과정에 기술 통합 작업을 돕는 단체인 NITLE(National Institute for Technology and Liberal Education)의 신흥 기술 부문 책임자 브라이언 알렉산더는 "새로운 매체가 나오면 사람들은 예전 매체의 것을 새로운 매체에 그대로 따다 붙인다. 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매체 그 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한다"고 말했다.단순한 게임 아니다이전의 대부분 대규모 ARG처럼 ‘라스트 콜’은 최근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며 종료됐다. ‘라스트 콜’은 액티비전(Activison)이 얼마전 출시한 ‘건(Gun)’이라는 비디오 게임의 엄청나게 별나게 복잡한 마케팅 캠페인으로, 아직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포커를 하고 싶었든,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었든, 혹은 실황 행사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 보고 싶었든 이 행사는 무료로 자유롭게 진행됐다.이 포커 게임은 폭력, 탐욕, 가족 간의 유대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비디오 클립, 스튜어트와 공동 작가인 마우린 맥휴가 쓴 수백 페이지 분량의 본문, 만화책, 오디오 클립, 즉석에서 온라인 포커를 하면서 오간 대화, 실마리를 찾기 위해 공동묘지로 플레이어들을 모이게 해서 직접 참여하도록 한 ‘툼스톤 홀드 뎀(Tombstone Hold 'Em)’ 토너먼트로도 이 게임이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다.플레이어들은 종종 함께 온라인으로 퍼즐을 풀면서 이야기를 새롭게 바꿔가야 한다. 예를 들어, 스튜어트가 히콕 캐릭터로 게임에 참여하는 날이면 암호를 풀기 위해 구체적인 실제 교회 성가를 샅샅이 살펴보도록 플레이어들에게 요구한다고 스튜어트는 말했다. 보통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한 플레이어가 마이크로필름에 저장된 책을 찾아서 퍼즐을 푸는 데에 몇 시간 정도 걸렸다.스튜어트가 이런 류의 게임을 처음으로 발명해낸 건 아니다. 그 주인공은 42 엔터테인먼트의 CEO인 조단 와이즈만이다. 그는 2001년 MS에 있으면서 처음으로 팀을 꾸렸다. 전에 비디오 게임 제작자였고 현재 42의 수석 디자이너인 앨런 리는 영화 연출자와 동일한 일을 하는 게임 연출자로 일해왔다.스튜어트가 그간 해온 일은 나온지 얼마 안된 이런 ARG라는 장르와 다른 장르를 뚜렷이 구분할 수 있는 것을 집어넣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련되고 느와르적인 싯구를 가미했으며,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에는 보통은 없는 캐릭터들을 잔뜩 포함시켰다.스튜어트는 "우리 셋 모두 다 게임 디자인을 한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는 세 사람 다 감성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데 훨씬 더 치중하고 있다. 우리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건 스토리가 당신을 사로잡는 실제 감정의 순간"이라고 말했다.이중 생활스튜어트의 사무실 선반은 그의 이중 생활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쓴 소설이 한 줄로 놓여 있고, 양쪽 끝에는 2000년 세계 판타지 상(World Fantasy Award) 트로피 등 몇 군데에서 수상한 영예로운 트로피가 놓여있다. 그 옆에는 42 엔터테인먼트의 ARG들 중 하나로서 42 엔터테인먼트가 출시에 도움을 줬던 MS의 ‘헤일로 2’ 게임 박스가 하나 놓여 있다. 그는 이 게임 박스를 열어본 적이 결코 없다.이런 그의 두 가지 삶은 좀처럼 교차되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의 공상과학 서점에서 점원은 스튜어트를 열광적으로 치켜올렸다. 하지만 그의 온라인 프로젝트에 대해 언급하자 점원은 당황스러워했다. 실제로 ARG 플레이어 중에 그의 책을 읽었다고 말한 사람은 거의 없다.여윈 체구에, 아이를 돌보는 데 열심이고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인 스튜어트는, 좀 우스꽝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의 캐나다 앨버타 주의 에드먼튼에 있는 엄마 집에서 살고 여름이면 미국 텍사스 주 러벅의 펄펄 끓어오르는 더위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사는 등 척박한 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캐나다에서는 텍사스 사람으로, 텍사스에서는 사촌을 도와 서투른 솜씨로 지붕에 타르를 칠하는 독서광 소년으로서 항상 주변인이었던 그는 결국 그런 감각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아주 기억에 남을만한 캐릭터들을 많이 만들어냈고, 캐릭터들 중 대다수가 그의 삶 속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그가 쓴 소설들은 완고한 판타지들로, 등장 인물 자신의 심리 연장으로서 행동하는 유령과 신이 모여 살면서 텍사스 주 갤버스턴을 홍수로 잠기게 만드는 허리케인 같은 악몽같은 마술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가 쓴 책들은 항상 본질적으로는 등장 인물들의 현실적인 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지, 마법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다.독립 출판사인 스몰 비어(Small Beear)의 동료 작가 켈리 링크는 "스튜어트가 책을 더 많이 쓰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몰 비어는 최근 스튜어트의 소설인 ‘퍼펙트 서클(Perfect Circle)’을 출간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 책은 규모가 더 큰 출판사에서는 출판 거부된 바 있다.이 책은 세계 판타지 상과 공상과학의 네뷸러 상(Nebula Prise)에 연이어 후보로 올랐다. "누가 스튜어트와 큰 계약을 해줬으면 하지만 다음 번 션 스튜어트의 소설을 읽으려면 10~15년은 기다려야 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스튜어트가 소설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조던 와이스만에게 뭐라고 해야할 것이다.2001년 초, 와이스만은 MS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크리에이트 디렉터였다. 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의 마케팅을 돕기 위해 스티븐 스필버그와 별로 내켜하지 않는 MS를 설득해서 파격적인 게임을 하나 시험해보도록 설득했다. 이 게임은 코드명 ‘더 비스트(The Beast)’라는 프로젝트였고,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도록 리에게 이미 요청한 상태였다. 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스튜어트를 작가로 영입했다.기대를 걸었던 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는 방식이었다. 3인방은 거의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고 더 비스트를 소리 소문없이 시작했다. 하지만 몇 주 지나서 트래픽이 조금씩 늘더니 결국 수백만 명의 플레이어가 함께 마음을 모아서 퍼즐을 풀고 이론을 공유하며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게 게임 캐릭터들로부터 걸려오는 한밤중 전화에 대응하게 되는 등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서 게임의 인기는 급상승했다.리는 "내가 만든 게임 중 유일하게 시간마다 커뮤니티를 쫓아가느라고 정신없었던 게임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어떤 웹 사이트에 무슨 변경을 하면 곧바로 사람들이 알아채고 퍼져나갔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 팀은 42 엔터테인먼트를 차리고자 MS를 떠났으나, MS는 ‘헤일로 2’ 게임 선전을 위해 팀을 곧바로 재고용했다. 이들은 헤일로 2에서 또 다시 가지를 쳐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헤일로 2의 최초 가짜 웹 사이트를 마련한 이후 온라인 라디오 드라마를 통해 ‘아이러브비즈(I Love Bees)’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전화에 답변하기 위해 플레이어들이 실제 전화 부스로 가도록 하는 퍼즐도 마련했다.이 게임은 보통 전통적인 비디오 게임에게 영예가 돌아가던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 International Game Developers Association)의 혁신상을 수상하며 다시 히트를 쳤다. MS도 이로서 마케팅이 성공했다고 보게 됐다.MS 게임 스튜디오의 마케팅 책임자인 크리스 디 체사레는 "열광팬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게임 언론에서 취재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헤일로'같은 게임조차도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나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에서 다뤄지진 않았다. 이 홍보용 게임을 통해 우리가 보통 다가갈 수 있는 이들 이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가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플레이어들도 ‘이야기 작가’스튜어트가 11월 오후 히콕 캐릭터로 게임에 참여했을 때, 뉴욕시 플레이어들은 온라인 상에서 대기중인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실마리를 찾으며 실제 공동 묘지를 배회했다. 스튜어트는 또다른 공동 작가와 함께 게임 참여자들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히콕 캐릭터로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렸다.이는 단지 엿보기 취미 그 이상이다. 이러한 매체는 플레이어들 간에, 그리고 심지어 게임을 만드는 사람과 하는 사람들 간에도 특별한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 상당히 실질적인 범위에서 보면 스튜어트, 리, 그리고 협력자들은 게임 참여자들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자신들도 뭘 만들었는지 알지 못한다.와이스만은 "우리는 스토리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서로 스토리를 발견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스토리는 수백만 명의 마음 속에서 걸러진다. 따라서 결국에는 우리가 썼던 스토리와는 전혀 달라진다"고 말했다.현실 마케팅 벽 깰 수 있을까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스튜어트는 ‘로즈(Rose)’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남긴 글에 특히 고마워했다. 그녀는 현대적인 갱들의 갈등과 서구식 드라마를 살벌하게 혼합한 ‘라스트 콜’ 행사가 끝난 뒤, 몇 주 후 게임 온라인 포럼에 결국 깨닫게 됐다는 글을 적었다.로즈는 샤론 애플게이트라는 40대 중반의 맨하탄 지역에서 일하는 변호사로, 2003년도에 사고로 인해 당분간 집에서 지내면서 ARG를 해왔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리와 스튜어트가 전에 했던 일에 관심을 갖게 된 후 ‘라스트 콜 포커’에 상당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그녀는 "난 폭력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매춘을 하거나 매맞는 여성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런 모든 이야기가 가족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을 점차 알게 됐고,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이젠 스튜어트와 협력자들이 돈이 많이 드는 이런 상업 광고 말고 다른 것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할 때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할일은 많다.이들의 독창적이고 참신한 생각을 통해 ARG가 현재의 마케팅 차원의 역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 가장 야심찬 시도를 ‘더 비스트’를 해본 몇몇 사람들이 만든 ‘퍼플렉스 시티(Perplex City)’라는 게임에서 하고 있다. 이 게임은 퍼즐 카드 팩 당 £9.95에 온라인에서 팔리고 있으며, 400만 달러 이상의 벤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을 정도로 매력을 끌고 있다. 하지만 런던에서 열린 대규모 실황 행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수익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이런 모든 상황으로 스튜어트가 당분간 소설 집필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가 소설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소설도 항상 함께할 것이다. 반면 ARG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그는 세기가 바뀌면서도 거듭해서 "비행기를 만들어내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비행기가 최종 형태에 이르지 못했음은 여러분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