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TV「무의미한 숫자경쟁 아니냐」

일반입력 :2005/12/07 01:32

이근형 기자

TV 업체들이 명암비와 색상 등 제품 사양을 대폭 개선한 LCD TV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 TV 제품의 실제 성능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명암비를 `5000대1'로 높이고 64억4000만 색을 지원하는 40인치 LCD TV(모델명 LN40M61BD)를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LG전자도 최근 명암비를 `3000대1'로 높이고 64억 색을 구현할 수 있는 32인치 LCD TV(모델명 32LP1DA)를 출시했다.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일반 LCD TV가 `800∼1000대1' 명암비와 8비트 시스템(1670만 색)을 채택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이다.LCD TV는 패널이 기반이 돼 조립을 하는 구조적 특성상 제품 디자인 외에는 이렇다 할 제품 차별화가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ㆍLG 두 회사의 TV 사업부가 독자적인 기술을 적용해 패널의 명암비와 색상을 개선했다는 주장이다.하지만 관련 유통 및 제품 분석 업체의 전문가들은 삼성ㆍLG가 과도한 성능 경쟁을 벌이면서 LCD TV 성능이 과대 포장되고 있고 실제 TV가 설치되는 가정에서 확인할 수 없는 무의미한 숫자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명암비. 패널 업체에서 생산하는 LCD의 최고 사양이 `1300대1'의 명암비인데, TV 업체에서는 `5000대1' 또는 `3000대1'로 포장되고 있다는 것이다.삼성전자는 `1300대1'의 LCD 패널을 다이나믹 콘트라스트 기술을 통해 `5000대1'로 개선했고, LG전자는 백라이트의 램프 조도를 떨어뜨리는 기술을 통해 명암비를 `3000대1'로 개선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패널 자체의 명암비를 높인 것이 아니라 제어 기술을 통해 밝음과 어둠의 차이를 확대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평판 TV의 경우 세트로 구현될 때 사양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패널 사양의 개선 없이 제어 기술로 높였다고 해서 명암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없다"며 "명암비의 경우 측정 방식에 따라 숫자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명확한 검증이 이뤄지기 전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명암비와 함께 색표현력도 혼란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비트 시스템을 사용해 각각 64억4000만색과 64억색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10비트 시스템의 경우 10억7000만 색을 지원하는데 그보다 많은 색상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백라이트 조절을 통해 LG는 색계조 확대로 이를 확대했다는 주장이다.한 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사양이 과장 표기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이번 사양도 국제 규격이라기 보다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점이라서 신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처럼 치열하게 기술경쟁을 벌이자 일부 업체들도 근거없이 자사 LCD TV에 과대 포장된 명암비 등을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