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전력소비 주범은「대형 스크린 TV」

일반입력 :2005/11/24 10:21

Alorie Gilbert

연말이 가까워오면서 가전제품이 또다시 선물 특수를 누리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모르는 사실이 있다. 멋진 신형 디지털 카메라, 대형 스크린 TV, 노트북, 휴대용 MP3 등 가전기기가 늘어나면서 전기요금도 만만치 않게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환경보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와 비영리 환경단체 NRDC(National Resources Defense Council)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가전 제품이 가구당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20% 정도에 달한다. 이 수치는 1980년에 비한다면 5% 정도 상승한 것이다. NRDC가 첨단 전자제품이 가정의 전력 소비 급증을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PA 대변인 드나이스 듀렛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첨단 기기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으며, 이런 기기가 더 많은 전력 소비를 유발한다”고 밝혔다.

TV는 다기능 가전 제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주범이다. NRDC에 따르면 미국의 가정 내 전력 소비량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4%에 달한다.

이 수치는 뉴욕 주 전체 가구의 연간 소비 전력량에 맞먹는 수치다. DVD 플레이어, 세톱 박스, 게임 시스템, 티보(TiVo) 머신 등 주변기기를 포함해 TV와 연관된 전력 소비량을 모두 합하면 미국 일반 가정 연간 전기요금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플라즈마 TV는 가정 내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으로 일반 TV에 비해 2~3배나 많은 전력을 소모한다. NRDC는 일부 플라즈마 TV의 경우 냉장고의 연간 전력 소비량 이상을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NRDC는 스크린 크기가 커지고, 전력 집중 플라즈마와 고해상도 제품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TV에 소모되는 전력량이 2010년이면 5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경향은 또한 미 전역에서 사용되는 TV 대수의 증가와 미국인들이 TV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력량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TV의 크기다. 아이서플라이(iSuppli) 애널리스트 크리스 앰바리언은 “TV의 크기가 커지면 더 많은 전력이 소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NRDC는 LCD 디스플레이의 경우 컴퓨터 모니터로 사용되면 음극선 디스플레이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지만 TV에 사용되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NRDC 보고서에서는 “LCD가 일반적인 컴퓨터 모니터의 크기를 초과해 40인치 정도가 되면 LCD 기술은 더 이상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에너지 갉아먹는 어댑터와 충전기

물론 가정에서 전력 소비 증가를 유발하는 전자 제품이 TV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어댑터나 충전기 등 외장 전력 장치를 갖고 있는 가전 제품이 모두 전력 소비 증가를 유발한다. EPA는 휴대폰, 노트북, 핸드헬드 기기,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MP3P 등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모든 미국 사람들이 평균 5개의 외장 어댑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PA는 현재 판매되는 어댑터 모델은 대부분 전체 충전량의 30~60% 정도밖에 사용하지 않는 등 에너지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어댑터는 사용중이 아니더라도 에너지가 조금씩 소모되기 때문에 많은 가전 제품의 골칫거리라고 덧붙였다. 앰바리언은 “어댑터는 전원이 꽂혀 있는 동안에는 계속 전력을 소모한다”고 밝혔다.

가전 제품의 특성은 대부분 유사하다. 전원이 켜지 있지 않더라도 TV, 데스크톱 컴퓨터, 마이크로칩을 사용하는 가전 제품이라면 모두 제품 내부의 시계 작동, 세팅 유지, 전원이 들어왔을 때 신속한 동작 수행을 위해 끊임없이 전력을 필요로 한다.

NRDC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케이블과 위성 세톱 박스, 티보 등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가 전력 소비 부분에서는 최악의 제품이라고 꼬집었다. NRDC 수석 과학자 노아 호로위츠는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는 연간 350 킬로와트 시간, 혹은 냉장고가 필요로 하는 전력의 절반을 소모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제품에서 열이 발생되면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력 소모가 많은 전자제품은 전기요금 상승을 부추길 뿐 아니라 환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EPA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 제품은 일반 자동차의 두 배에 달하는 온실 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발전 설비가 아황산가스 배출의 63%,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40%에 대해 책임이 있다.

듀렛은 “TV가 켜져 있으면 이러한 가스는 배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에너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가정으로 전송되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드시 절전 1등급 스티커 확인

EPA는 현재 자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스타(Energy Star) 등급 프로그램을 통해 첨단 제품 제조업체들의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PA 는 올 초에는 전원 어댑터에 대해 에너지 스타 기준을 도입했으며,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위해 현재 휴대폰 업체들과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PA의 듀렛에 따르면 에너지 스타 라벨을 부착한 어댑터가 딸린 휴대폰을 제공하게 될 첫 주자는 삼성이 될 전망이다. 이 제품은 향후 몇 개월 내에 판매가 시작된다.

EPA는 모든 어댑터가 90%의 전력 효율성을 확보하게 되면 매년 가전 제품에 소비되는 전력 중 50억 킬로와트 시간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정도의 에너지 절감이 현실화되면 70만대의 차량에서 방출하는 온실 가스 평균 수치에 해당하는 400만톤 이상의 온실 가스 방출량을 줄일 수 있다.

EPA는 또한 컴퓨터 모니터가 켜져 있을 때의 전력 소모량을 표시하기 위해 컴퓨터 모니터에 대한 에너지 스타 기준도 업데이트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준에서는 정지상태와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에 대해서만 표시됐다. 새로운 에너지 스타 라벨이 부착된 모니터는 내년 초부터 공급될 예정이다.

EPA는 TV에 대해서도 TV가 켜져 있을 때의 소비 전력에 관한 에너지 스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NRDC 자료에 따르면 현재 TV에 대한 에너지 스타 기준은 TV의 꺼짐 상태에 대해서만 표시하는 등 TV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10%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러나 듀렛은 TV가 켜져 있는 상태에 대한 에너지 스타 기준은 2년 정도 지나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V 제조업체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측정 방법을 먼저 선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국(Department of Energy)이 규정하고 있는 에너지 스타 기준은 거의 30여년 동안 한 번도 수정되지 않아 현재 흑백 TV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NRDC는 이에 대해 신속한 행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NRDC의 호로위츠는 “지금이 TV에 대한 에너지 스타 등급을 조절해야 하는 가장 좋은 시점이다. 대형 스크린 TV가 아직은 고가여서 그다지 많이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는 대형 스크린 TV가 앞으로 10년 동안 가정 곳곳에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NRDC는 TV가 켜져 있을 때 전력 소모를 25%까지 줄이면 미국 전체적으로 연간 100억 킬로와트 시간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수치는 델라웨어주가 1년간 소비하는 총 전력량에 해당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