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라이언스 활용]「쉽고도 어려운」어플라이언스 다시보기 ①

일반입력 :2005/10/20 14:54

Simon Sharwood

컴퓨팅 어플라이언스를 보면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게 한 가지 기능만 열심히 하는 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 어플라이언스로 벌어지는 일들이 상당하다. 단순한 기능으로 국한되던 어플라이언스가 복잡해지면서 ‘하이브리드’ 형태로 가기도 하고, 간단한 기능으로 유지보수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바뀌어 ‘제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어플라이언스를 다시 살펴볼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먹고 싶은 걸 요리할 때 스토브 하나 이외엔 사용할 수 없다고 상상해 보자. 물을 끓일 땐 스튜 냄비를 사용하는 게 쉽고, 토스트 만들 때 필요한 건 집게가 전부라는 걸 재빨리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끓이고 굽는 게 지겨워지게 된다면 빵을 만들고 불에 굽고 끓이는 등 여러 요리를 좀더 흥미롭게 만들기 위한 갖가지 재미있는 요리 기구들로 주방 찬장은 빠르게 채워질 것이다.이런 각종 요리 기구를 갖고서도 할 수 없는 요리가 있을 수 있다. 어떻게든 쇠고기 찜은 해낼 수 있겠지만 노릇하게 잘 구워진 감자는 불가능하다. 사람들 대부분 노릇하게 잘 구워진 감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감자를 구울 때 쓸 오븐을 살 것이고, 토스트 만들려고 토스트기를, 물 끓이려고 주전자를 사는 등 다른 주방용 기구들도 사들일 것이다. 걔 중 일부는 그런 식으로 가다가 밥솥, 제빵기 등 특별한 목적을 지닌 요리 기구에도 투자할 것이다. 특화된 요리 기구를 사용하면 일반 도구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요리를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기 때문인데, 그리고 나면 스토브와 오븐은 안쓰게 된다.어플라이언스에 대한 공방전컴퓨팅 어플라이언스 벤더들은 여러분이 데이터 센터에 대해 이같이 생각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벤더들 대부분은 서버를 스토브와 유사하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서버는 엄청나게 많은 걸 해내지만 뭔가 유용한 걸 만들어내기 위해선 전문적인 소프트웨어 ‘구현체’를 필요로 한다. 공간을 마련하고자 스토브에 비유될 수 있는 서버에 쌓여있는 구현체들을 관리하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하다보면 관리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벤더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일 목적을 지닌 어플라이언스는 운영하기 쉽고 신뢰성도 더 높으며 주어진 기능에 대해선 아주 효율적이어서 직원들은 딴 데로 눈을 돌려서 유지보수보다는 좀더 중요한 일을 행할 수 있다.이런 이야기는 강한 인상을 주는 상업적 신뢰가 담긴 메시지로, 이를 듣고 사람들은 확실히 현혹되기 쉽다.예를 들어, 시스코 같은 네트워크 업체들이 기본적으로 어플라이언스 회사들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라우터와 스위치는 한때 서버의 몫이었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한 컴퓨팅 파워가 집약된 봉인된 컴퓨터 안에서 그런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어플라이언스를 보고 처리해야 할 일은 뭐든지 처리한다는 서버의 만능칼 같은 특성을 갖고 돌아간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네트워크 어플라이언스(Network Appliance)는 어플라이언스의 단순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회사로, 심지어 업계 거물인 EMC가 모방하려고 하기까지 했으며, 이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며 돈도 많이 벌어들였다. 유사한 형태로 구글과 노키아도 각각 검색과 보안 목적의 어플라이언스를 내놓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도 최근 몇 년 동안 대역폭 관리, 이메일 보안, 안티 바이러스, DNS 서비스와 같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어플라이언스를 들고 시장에 진출해왔다.저마다 자신들의 접근 방법이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면서 모두들 동일한 핵심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어플라이언스는 한 가지를 잘하는 간단한 기기이며 골치아픈 운영체제의 튜닝, 유지보수, 보안 문제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어플라이언스 벤더들은 자기네 제품은 스위치 아무 포트에나 꼽으면 되고 관리할 필요도 거의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순수 어플라이언스 vs. 하이브리드 어플라이언스어플라이언스 벤더들의 주장은 서로들 매우 유사성을 띠고 있지만, 제품은 두 부류로 나뉘어가는 추세이다. 가트너의 서버 및 스토리지 부문 아시아-퍼시픽 지역 연구 책임자인 필 사전트는 "몇 년 전만 해도 어플라이언스는 블랙 박스였다"며 "거의 마술 상자와도 같았다"고 말했다.여전히 많은 벤더들이 블랙 박스 또는 한 가지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순수’ 어플라이언스들을 선호하고 있다. 특정 컴퓨팅 작업을 위해 바닥부터 설계에 반영된 순수한 어플라이언스에는 일반적으로 모든 컴포넌트들이 일체화된 맞춤형 마더보드가 탑재돼 있으며 팬이나 봉인을 위한 케이스를 제외하곤 뺐다 끼웠다할만한 부품도 없다. 소프트웨어는 업데이트를 쉽게 하고자 보통 ASIC(Application Specific Integrated Circuits)나 FPGA(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에 내장돼 있다.순수 어플라이언스에는 임베디드 컴퓨팅에 대부분의 기능이 맞춰져 있는 실시간 운영체제가 도입되어 있다. 모든 설정 사항은 기기가 공장 출하되자마자 바꿀 수 없도록 설정되며, OS는 반도체 메모리에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변경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오로지 네트워크 트래픽을 관리하는 데 집중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인 ‘네트워크 프로세서’라는 신종 CPU도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물론 이런 류의 하드웨어를 별도로 개발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든다. 또한 어플라이언스 시장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개인용 컴퓨터와 PC 서버가 팔리는 규모만큼 내놓고 팔만한 데는 그 어떤 곳에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실시간 운영체제는 값이 비싸고 범용적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맞게 만들어져 있다. 아직도 어플라이언스에 대한 요구가 강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벤더들은 ‘하이브리드 어플라이언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주목받는 하이브리드 어플라이언스가트너의 사전트는 "요즘은 어플라이언스와 서버 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있다"며 "어플라이언스는 단지 한 가지 일만 하는 서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의는 많은 하이브리드 장비들이 시장 진입 방법으로서 일반 PC나 서버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하이브리드 어플라이언스들은 어떤 하드웨어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알려진 문제점을 꺼버리도록 설정해 견고화한 제품이다. 하이브리드 어플라이언스에는 운영체제도 탑재돼 있다. 보통 리눅스를 커스터마이징해 넣거나,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윈도우 서버 2003을 특별히 줄여서 ‘윈도우 기반 특화 서버(Windows Powered Specialized Servers)’로 동작하도록 하기도 한다. 어떤 하이브리드 장비들은 기계적인 문제 발생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운영체제를 저장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이용하는 쪽으로 되돌아가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