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언론사 독자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일반입력 :2005/09/06 11:10

정진옥 기자

국내 최대 신문사인 조선일보(www.chosun.com)가 국내 언론사는 물론 전 세계 언론사들의 주목을 받는 통합 CRM 시스템을 구축, 언론계 IT 시스템의 모범으로 우뚝 섰다.

2년여에 걸쳐 무려 13개나 되는 관련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 독자 관리를 위한 총체적인 CRM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일관된 독자 관리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지식 경영의 초석을 마련함은 물론, 독자 서비스 향상과 매출 증대, 업무 효율화를 이룬 조선일보의 CRM 시스템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1천만 독자의 일관된 관리 위해 CRM 시스템 추진

'자전거신문'으로 대표되던 언론사들의 경품 경쟁과 무가지 제공으로 언론 시장이 한창 혼탁하던 2003년, 득 없는 출혈 경쟁으로 정작 독자들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좀더 세밀하고 분석적인 독자 관리가 이뤄졌다면 당시의 무분별한 경쟁은 없지 않았을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조선일보는 일관성 있는 독자 관리 시스템의 구축이 그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독자 관리 시스템을 마련키로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월간조선, 생활미디어, 에듀조선, 스포츠조선 등 자회사 업무를 담당하는 1400여 지국과 7개의 출판지사를 두고 있는 조선일보의 독자 데이터베이스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일 터. 그러나 출판지사는 물론, 전국 1400여 개에 이르는 지국들이 모두 각자 따로 독자 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 시스템들을 하나로 연계하지 않는다면 방대한 데이터들은 한낱 숫자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이에 조선일보는 두 단계로 나눠 통합 CRM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CRM운영팀의 이기웅 팀장은 본격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02년 9월부터지만 독자 DB 시스템에 대한 요구는 이미 2000년부터 있었다. 12개가 넘는 시스템을 함께 개발하려다보니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1000만 독자를 유치하고 있는 조선일보는 독자에 대한 분석이 모든 비즈니스의 기초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수 독자 유지, 신규 독자 유치, 독자 충성도 강화를 통한 수익성의 증대, 영업/마케팅 수행의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 독자에게 제공되는 무료 콘텐츠 등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곧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26일 조선일보는 통합 CRM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조선일보와 자회사를 아우르는 전사적 통합 CRM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조선일보, 디지틀조선, 조선IS의 관련 인력들이 모여 CRM추진본부를 발족한 것도 이 때였다.

조선일보 CRM 시스템은 두 단계로 나눠 진행됐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들을 통합하고, 구독 신청과 수납, 빌링에 이르는 과정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첫 단계였고, 1단계에서 구축한 통합 DB를 데이터웨어하우스로 구축하는 것이 둘째 단계였다.

1단계 : 통합 DB, SSO 구현

첫 단계는 2003년 5월 26일 시작해 2004년 11월 30일까지 진행됐다. 온라인 회원 통합 시스템, 통합 빌링 시스템, 출판 지사 시스템, 판매국 영업 담당 업무 지원 시스템, 출판 영업 담당 업무 지원 시스템, 독자 우대 모닝 플러스 시스템 등이 1단계에서 진행됐다.

조선일보와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사이트는 30여 개에 달한다. 이들을 한 번의 로그인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싱글사인온(SSO : Single Sign On)을 구현했다. 조선일보와 자회사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하나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로그인해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라인 회원(B2C)은 물론, 지국/지사 직원(B2B), 조선일보 판매국, 출판국과 자회사 관련 업무 담당 직원(B2E)들의 통합 관리까지 동시에 실현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신문/출판 구독료 지로 입금, 신문 구독료 자동이체를 위해 금융결제원이나 카드사, PG사 같은 외부 결제 대행사의 통합 창구 역할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는 신규 결제 적용 시에도 신용카드, 휴대전화, 온라인 계좌이체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표준 모듈에 의해 적용하면 되는 편리한 방식이다.

이와 더불어 조선일보는 지국/지사 통합 시스템을 추진, PRM(Partner Relation Managemen)/SFA(Sales Force Automation)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우수 독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닝플러스(morningplus.chosun.com) 등을 구축했다.

2003년 12월 1일에 가장 먼저 회원 통합 시스템과 통합 빌링 시스템을 오픈했다. 이어서 2004년 7월 26일, 지국/지사/판매 업무 지원/출판 업무 지원 시스템, 2004년 9월 13일 독자 우대 시스템(모닝플러스), 2004년 11월 31일 1200여 지국에 대한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이 1차 완료됐다. 2004년 12월 31일에는 데이터웨어하우스 설계를 끝내고 바로 구축에 들어갔다.

출처 : 조선일보, 2005.6

2단계 : 통합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

2단계 구축 작업은 1단계 사업이 채 끝나기도 전인 2004년 8월 1일부터 시작됐다. 일정상 오류 데이터를 걸려내는 안정화 단계와 데이터웨어하우스 구축을 비롯한 2단계 사업이 동시에 추진해야 했다.

2단계에서는 기업 내 활동에 관한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일원화해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 시스템, 이를 기반으로 전사적 고객 분석이 가능한 다차원분석(OLAP) 시스템, 고객별로 차별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IP 기반의 콜센터 시스템, 타깃 고객군 설정을 통해 캠페인 전개와 메일 발송/반응 추적이 가능한 캠페인/대량메일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조선일보 CRM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는 HP의 고성능 유닉스 서버인 rp5470와 rp7410, rp2470 등 총 36대를 비롯해 오라클의 데이터웨어하우스, OLAP과 리포팅 툴로는 코그너스의 '파워플레이'와 '임프롬프트', 캠페인 관리 자동화 솔루션은 유니보스의 '오페라', 콜센터 시스템에는 ECS 텔레콤이 제공한 노텔 네트웍스의 IPCC 제품이 도입됐다.

이렇게 해서 전체 13개의 개별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계한 조선일보의 CRM 시스템은 2003년 5월 26일 시작해 2005년 6월 1일 전체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시스템 시범 가동에 들어갔다.

조선일보와 자회사의 고객을 전사 표준 프로그램으로 관리함으로써 사용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하나의 통합된 데이터웨어하우스를 기반으로 독자의 성향과 행태를 파악해 독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독자와의 지속된 관계 유지는 물론, 끊어진 관계를 다시 복원해 매출 증대도 꾀할 수 있게 됐다.

출처 : 조선일보, 2005.6

정확한 독자 관리가 언론사의 경쟁력

조선일보는 CRM 시스템을 통해 첫째, 각 사이트별 인터넷 온라인 회원 프로그램, 구독료와 콘텐츠 사용료 결제 프로그램, 여러 유형의 독자 관리 프로그램, 조선IS의 자동이체, 판매국 홈페이지 등을 사용자 위주의 웹 표준 프로그램으로 통일했다.

둘째, 각지에 퍼져 있던 고객 정보를 CRM 시스템의 DB 서버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데이터웨어하우스 통합 DB에만 현재 1억 5천만 건의 데이터가 들어 있다.

셋째, 통합 DB를 기반으로 언론사만의 고유 마케팅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본사뿐만 아니라 자회사도 활용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넷째, 시스템 관리 유지에 최소의 비용과 인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본사 인사 정보, 판매 시스템, 출판 시스템, 발송 시스템, 각종 코드, 조선IS의 전단 시스템, 자회사의 인사 정보의 변동을 CRM 시스템에 자동 연계되도록 구축해 시스템 간 유기적 연동이 가능해졌다.

조선일보 CRM운영팀의 이기웅 팀장은 정확한 고객 관리로 고객의 누수 현상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관성 있는 독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대금 결제도 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처리하며, 모닝플러스나 독자 서비스센터를 통해 서비스/민원 사항을 통합 제공하는 등 독자 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장기 독자화를 유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 이탈하는 독자가 생기더라도 즉시 그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재구독을 유도할 수도 있다.

또 독자/지국/지사 업무 프로세스가 표준화·자동화됨으로써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언론사 마케팅 패러다임을 통해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점이다. 과학적인 시스템을 통해 영업, 마케팅,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며 타사와 차별된 체계적 마케팅 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기웅 팀장은 확장 독자 확인 기간은 1개월 걸리던 것이 즉시 가능하게 됐고,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구독 중지 독자 확인과 분석도 즉시 가능해졌다. 또 이원화돼 있던 자동이체 독자 관리가 일원화됐으며 한 달이 걸리던 영업 담당자 통계 작업도 바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실시간 고객 현황 파악과 분석으로 의사결정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지식 경영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조선일보는 통합된 DB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전사적 마케팅 업무 프로세스를 정립하고 맞춤형 마케팅을 통한 우수 고객층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CRM 기반의 영업 업무 프로세스의 재정립과 계획과 성과에 의한 영업 활동도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본사/지국/지사/콜센터의 독자 서비스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고객 데이터 충실화를 위한 업무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 데이터 정제와 통합 관리,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인터넷 로그 분석, 객 행태 분석과 경영진에게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IT 시스템이 더욱 탄탄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다.

이기웅 팀장은 CRM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고객 관리와 조선일보의 역량을 바탕으로 선두의 자리를 굳게 지킬 수 있는 신무기를 갖게 됐다고 자신했다.@

언론사에서 이처럼 방대한 CRM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전 세계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드문 경우다. CRM 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조선일보와 각 자회사가 개별 시스템을 운용하다보니 일괄적인 관리가 어려웠다.

한 달에 1만 원의 매출이 일어나는 신문 독자를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경영진의 의지가 강해 편집국장이 추진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됐다. 기본적인 관리가 안 되면 다음 단계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경영진이 일찍이 인식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사례는 미국이나 일본의 유수 언론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SK텔레콤, 현대자동차, LG카드 등 대형 업체들을 벤치마킹했다. 주사업자인 한국HP와 소프트온모바일, 유니보스, ECS텔레콤 등의 우수한 개발 업체들도 많은 힘이 됐다.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독자 DB 마이그레이션이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시스템 통합에 따른 데이터 마이그레이션은 지국/지사 전산 지원 조직인 조선IS의 20명 인력의 몫이었다. 조선IS의 직원들이 지국을 일일이 방문해 시스템을 지원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기존 업무 방식의 변화에 따른 지사나 지국의 반발은 없었나.

처음에는 전사 업무 표준화가 불편하다고 인식할 수도 있었으나 지금은 편의성이 훨씬 향상됐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기존에는 별도 시스템을 열어야 독자 관리가 가능했으나 지금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제와 독자 서비스, 관리가 모두 가능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