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첨단범죄수사부와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가 적발한 반도체 기업 H사의 기술유출 사건은 기업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양태를 띠고 있다.과거에는 해외로 전직하면서 빼낸 기술을 외국 기업들에게 넘겨줬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아예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외국 정부 등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으려 했던 것이 다른 점이라고 검찰은 밝혔다.사건 개요검찰은 반도체 회사인 H사의 첨단 낸드플래시메모리 기술(피해예방액 12조원, 개발비용 6245억원)을 중국으로 넘기려던 H사의 전 생산기술부장인 김모씨 등 7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5명을 구속기소,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김씨 등은 지난해 2∼3월경 케이만 군도에 A사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H사의 120나노∼90나노미터 회로공정의 낸드플래시 기술을 15장의 CD(약 12기가바이트)에 담아 유출하다가 적발됐다.김씨는 H사에서 200㎜ 및 300㎜ 프로젝트 기획과 최적화 업무를 총괄하던 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03년 5월 퇴직한 후 케이만 군도에 회사를 설립하고 우모씨, 홍모씨, 한모씨, 윤모씨, 최모씨 등 H사 출신의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여 지난해 6월부터 핵심기술유출을 진행하다가 검거됐다.특히 김씨는 투자자금이 유치돼 중국내 반도체 공장이 설립되면 H사의 10년 이상의 숙련된 전현직 핵심 엔지니어 80여명(현직 33명 포함)을 접촉해 추가로 전직 유도를 계획했다고 검찰은 밝혔다.페이퍼 컴퍼니에 투자설명회까지이번 사건의 특징은 단순히 기술을 빼돌려 이직하던 과거의 형태와 달리, 아예 빼돌린 기술로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려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김모씨는 페이퍼컴퍼니인 A사를 설립하고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을 유출하는 한편, 올 2월에는 서울 I호텔에서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김씨는 같은 달 중국 B사와 2억달러의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차관대출 및 유럽계 투자회사 등으로부터 추가로 12억달러 투자유치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전자회사인 D사에 생산된 플래시메모리를 판매키로 협의까지 한 상황이었다고 첨단범죄수사부는 말했다.검찰은 “B사의 투자의향서에 의하면 B사는 A사의 중국내 반도체 공장의 설립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보통주 또는 우선주 형태로 최대 미화 2억달러까지 투자할 의향이 있고, 자금의 투입시기는 B사, 중국 랑팡시 정부 등과 협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이들이 유출한 기술자료는 A4용지로 1톤 트럭 한 대 분량으로,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이들의 범죄 사실을 오래 전부터 인지해왔으나, 전체 기술 유출의 윤곽과 연관된 인물들의 신병을 모두 확보하기 위해 장기간 수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