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들고 나왔다.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실명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인터넷 익명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다 반대여론에 밀려 물러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실명제 도입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실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많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왜 도입하나무엇보다 올 들어 과거에 상상할 수 없었던 사이버 폭력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기 때문이다. '개똥녀 사건' '연예인 X파일 사건' '7악마 사건' 등 심각한 인신공격성 사건들이 줄을 이으면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감도 누그러들고 있다. 지하철에서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지 않고 내린 여성에게 온라인 세계에서 '개똥녀'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이 여성의 얼굴 사진이 인터넷에서 유포됐으며, 일부 네티즌은 "체포 결사대를 구성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한 네티즌이 올린 사진을 놓고 인터넷 세계에서 내려진 유죄판결이었다. '7악마 사건'은 학교친구들로부터 도둑 누명을 쓴 한 여고생이 자살하면서 비롯됐다. 가해자로 알려진 7명의 학생 인적사항과 사진이 인터넷에 퍼졌고 이들에게는 '7악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일부 네티즌은 "평생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도록 만들겠다"고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을 저격하는 패러디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와 청와대와 정부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이해찬 총리는 "이 사건은 사실상 사이버 테러에 해당된다"며 대책마련을 정부에 지시했다. 실명제 방안은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실명제의 민감성을 의식하고 있다. 따라서 네티즌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라봉하 인터넷정책과장은 "실명제를 포함해 익명성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실명확인 우대제를 거론했다. 진 장관은 "실명확인의 필요성은 있지만 반대하는 쪽의 논리도 있는 만큼 '실명확인 우대제'가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실명우대제는 실명으로 글을 올리거나 접속한 네티즌을 우대하는 제도다. 그러나 어떻게 우대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할 때 정부가 실명우대제보다는 바로 실명제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남은 과제실명제를 도입할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와 실명제의 효력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 시민단체는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우는 셈"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석 국장은 "온라인 공간에서 비방과 욕설 등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 실명제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며 "실명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구승회 윤리문화학과 교수는 "현재 일부 대형 포털사이트들은 실명제를 이미 채택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사이버 폭력이 여전한 것을 감안할 때 실명제의 효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네이버.야후코리아.네이트닷컴.드림위즈.파란 등 대부분의 대형 포털은 회원으로 가입할 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케 하는 등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