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틸리티 컴퓨팅 대세론」갑론을박 뜨겁다

일반입력 :2005/07/01 21:43

Martin LaMonica

그의 도발적인 언행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에는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의 예언에는 모두 “글쎄올시다”라는 반응뿐이다.

전업 컬럼니스트인 니콜라스 G. 카는 2003년 “IT는 중요하지 않다(IT Doesn't Matter)”라는 글을 내놓아 IT 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장본인이다. 그는 최근 “기업 컴퓨팅의 종말(The End of Corporate Computing)”이라는, 이전처럼 상당히 선정적인 제목의 글을 통해 유틸리티 컴퓨팅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냈다.

유틸리티 컴퓨팅은 기업들이 전기를 구매할 때와 유사하게 인터넷 상에서 컴퓨팅 서비스를 돈을 주고 가입해 쓰는 개념을 말한다.

그러나 카가 올 연초에 쓴 글은 업계의 자기 성찰이나 기업 컴퓨팅의 미래에 대한 열띤 논쟁을 아직 촉발시키지 못하고 있다.

CNET News.com이 IT 경영진들에게 문의한 결과, 이들은 호스트 방식 서비스나 유틸리티 컴퓨팅이 향후 보편화될 것이며 웹서비스, 그리드 컴퓨팅, 가상화 같은 신기술을 이용함으로써 컴퓨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영진들은 아득히 먼 미래에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완전히 전이할 거라고 보진 않았다. 그리고 컴퓨팅 세계에서 힘의 균형이 기술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하는 업체에서 구글이나 호스팅 업체와 같은 인터넷 기업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카의 주장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틸리티 컴퓨팅, 모든 걸 대체하진 못한다

시스코의 CTO 찰스 지안카를로도 유틸리티 컴퓨팅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며 다른 많은 이들의 생각처럼 호스트 방식 서비스가 특정 환경에서는 더 중요해질 수 있을지 몰라도 유틸리티 컴퓨팅이 3년 내지 5년 내에 일반적인 상황이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안카를로는 “중소기업들에는 유틸리티 컴퓨팅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겠지만, 대기업에서는 기업 네트워크의 내/외부에 호스트 애플리케이션을 두겠다고 결정할 때엔 비용이나 네트워크 효율성 등 다양한 요소가 상당 부분 고려돼야 한다”라며 “몇몇 대기업에서는 유틸리티 컴퓨팅 제공자들보다도 훨씬 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돌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경영자들은 유틸리티 컴퓨팅이 업계에서 일반적인 상황이 될 거라는 카의 예측에 대해 컴퓨팅의 복잡성에 대해 적절치 못한 가정을 세우고 내린 결론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말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업체인 아이오나 테크놀로지의 CTO인 에릭 뉴커머는 카의 주장에 대해 그가 호스트 방식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과 비교할 때 각 기업 및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이 가져다 주는 장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커머는 “컴퓨터는 소프트웨어 없인 동작하지 않는다. 전기나 다른 원천 기술과는 달리 소프트웨어는 사람과 직접 상호 작용하도록 설계돼 있다”라며 “카는 전반적으로 믿기 어려운 극단적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유추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CNET News.com 독자들은 카의 글을 보고 다양한 의견을 표시했다. 한 독자는 “인터넷 시대에 컴퓨터의 개념을 컴퓨팅 기기로 보는 건 구식이다. 요즘은 ‘통신’ 기기의 역할로서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적었다.

다른 독자는 유틸리티 컴퓨팅이 아직 기업 고객들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으로 결론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 독자는 “IBM의 오래된 메인프레임 철학이 유틸리티 컴퓨팅의 이면에 숨겨진 게 아닌가 의심된다. 매달 대금 청구를 하고 시간당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라고 적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서비스가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유틸리티 컴퓨팅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아직까지 접하지 못했다”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데이터 센터도 이젠 ‘구식?’

카는 “기업 컴퓨팅의 종말”에 대해 그가 한 이야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 업계의 100년 전 상황과 기업이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는 상황을 비슷한 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

카는 기업 컴퓨팅 데이터 센터를 전기 보급 초창기에 사용된 자가 발전기와 유사하게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화점이나 부자들의 가정에는 오직 그 곳에서만 쓸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연료를 태워 자가 발전기를 돌렸다. 타이쿤 J.P. 모건이 1800년대 초반 뉴욕시에서 최초로 자가 발전기를 사용했다.

하지만 직류를 사용하던 개인용 소규모 발전기는 지역마다 발전소를 세우고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마련할 필요 없이 장거리로 전기를 보낼 수 있는 현 기술로 대체되면서 중앙집중화된 발전기에 완전히 자리를 내줬다.

카의 입장에서 볼 때 기업 데이터 센터는 고객에게 IT 서비스를 네트워크로 제공한다는 요즘 모델에 비해 비효율적인데다가 이용률은 낮으며 비용은 너무 많이 드는 낡은 자가 발전기인 셈이다.

카는 자신의 글에서 “기술이 성숙되고 중앙 배포가 가능해짐에 따라 대형 유틸리티 공급자들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업자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공급 운영과 쏟아부은 모든 비용을 버리기까지는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유틸리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절감 효과를 결국 저항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덩치가 큰 기업이라도 말이다. 구식 모델을 버리는 것은 경쟁력을 갖기 위한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만약 기술과 마케팅 투자가 지표의 전부라고 가정해보면 유틸리티 컴퓨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에 상당히 많은 IT 기업들은 확실히 동의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좀더 유연한 컴퓨팅을 표방한 IBM의 온디맨드(On-Demand)가 시작되면서 몇몇 다른 업체들도 유틸리티 컴퓨팅 대열에 합류했다. 썬은 자사 데이터 센터 소프트웨어에 N1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HP는 적응형 기업(A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크고 작은 IT 업체들은 기업 데이터 센터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호스트 방식 서비스보다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유틸리티 컴퓨팅은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기업들을 겨냥한, 인터넷을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IBM은 프로세싱 자원과 애플리케이션을 호스트 방식으로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썬 또한 올 연초 썬 그리드 전략을 시작해 유틸리티 기업들과 유사한 서비스 당 요금 부과 구조를 적용, CPU 당 한 시간에 1달러를 내는 정액제를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 공급 서비스를 하는 세일즈포스닷컴, 구글은 지난해 주식 시장에 진입한 업체 중 가장 두드러진 면모를 보이고 있다.

CEO의 본디말은 Chief Electricity Officer?

IT 경영자들은 유틸리티 컴퓨팅이 사람들의 관심거리이긴 하지만 이 모델이 어떤 것과 비슷한가에 대해 전기 업계를 끌어다 쓴 건 적절치 못하다며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그리드 소프트웨어 업체인 데이터시냅스(DataSynapse)의 CEO인 피터 리는 가상화, 그리드 컴퓨팅, 웹서비스를 합친 것이 유틸리티 컴퓨팅이라는 카의 결론은 “100%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기 업계와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리는 “컴퓨팅 업계가 전기 업계와 결국 똑같아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전기와는 달리 컴퓨팅 자원은 표준화 측면에서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컴퓨팅은 앞으로 전기와 같은 공공 설비와 훨씬 더 유사한 모습을 띨 것이다. 가격에서도 그렇고 온디맨드 컴퓨팅에서도 그렇고 말이다”라고 전망했다.

카는 그의 글에서 유틸리티 컴퓨팅으로 이전하면 오늘날 컴퓨팅 업계에서의 경쟁력이 재편될 수 있다는 이론을 펴고 있다. 그는 미래를 선도할 “유틸리티 공급자”들은 오늘날의 대형 하드웨어 업체들이나 다이젝스(Digex)같은 전문 호스팅 업체들, 또는 구글과 아마존 같은 인터넷 기업, 아니면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은 신생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년간 컴퓨팅 업계에 경영자로 몸담아왔으며 현재 오픈소스 신생기업인 스파이크소스(SpikeSource)의 CEO로 재직중인 킴 폴레세는 카의 경쟁력에 관한 분석에 “거대 분열”을 유발하고 있는 오픈소스 효과와 신흥 시장으로부터의 국외 개발이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폴레세는 “내가 말하려는 건 경쟁이 평범한 곳에서 시작될 거라고 가정할 순 없다는 의미”라며 “내일의 리더가 지금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서비스 수요에 힘입어 전세계의 어느 틈바구니에서 신생기업으로 시작해 큰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컴퓨팅 유틸리티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가 보유한 다양한 크기의 네트워크를 통해 탄력적인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MS의 윈도우 서버 부문 수석 부사장인 밥 머그리아는 자사가 호스트 방식 서비스에 전방위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머그리아는 “시장은 분열될 거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은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다면 아웃소싱을 선택할 것이다. 반면 아웃소싱하지 않거나 아웃소싱을 해도 순수하게 호스트 방식을 이용하지 않고 그 내용을 엄격히 통제하는 쪽으로 투자를 계속해나가기도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IBM 로터스 부문 총괄 사장이자 IBM 소프트웨어 그룹 전략 담당 경영진이었던 암부지 고얄은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는 IBM에 10년 전 관련 논문을 한 편 쓴 적이 있으며 로터스 제품 일부에 호스트 방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 관해 많은 토론이 오가고 있으나 그렇다 해도 현실은 양 극단의 중간 어디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얄은 “수백㎞ 떨어진 상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기보다 지상으로 내려와 개별적인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라며 “표준화된 유틸리티 모델은 임의의 역할을 맡겠지만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은 각 기업들의 특정 상황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