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그웨이는 곧 출시될 자사의 2륜 기기를 마법 스니커에 비유했다. 현재 이 기기는 싱가포르에서 테스트중이다.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 구입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도 차라리 걷는 것을 택할 것 같다.
이 2륜 기기는 그 동안 진저(Ginger)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왔는데 과연 높은 가격과 엄청난 과대광고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이 기계의 발명자인 딘 케이멘을 만났다.
세그웨이는 힘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고 쉽게 탈 수 있는 기기를 그 동안 개발해 왔다. 무더운 여름 통근자들이 땀으로 범벅되지 않고서도 빨리 출근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이 2륜 기기를 이용하기 위한 학습 기간은 길지 않고 그 과정도 아주 간단하다.
그러나 이 기기에는 가리개가 없어서 비나 눈이 올 때 타고 다니기가 곤란하다. 그리고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없기 때문에 장 보기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마땅치 않다. 또한 예상 가격이 약 480만원임을 감안할 때 세그웨이는 소비자들을 위해 제품 가격 지불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기온이 4.4도 정도 되는 화창한 날, 세그웨이 엔지니어들과 함께 회사 연구실과 연구실에 연결된 주차장 사이를 달리면서 테스트 드라이브를 해 보았다.
세그웨이의 직원 100명은 이전에 제분소였던 두 건물에 나뉘어져 일하고 있다. 이 건물 안에는 법인 사무실뿐만 아니라 대규모 스트레스 테스트 연구실이 있다. 이 연구실에는 합판으로 만들어진 경사로, 계단 세트, 다양한 돌출부 및 바위·흙·자갈로 채워진 15.24cm 높이의 담 등 여러 가지 장애물 코스가 설치되어 있다.
안전 우선
디스커버리 채널의 영화 스탭 한 명과 테스트를 마치고 나서 케이멘은 '휴먼 트랜스포터(Human Transporter)'를 타고 질주했다. 케이멘에 HT에 올라타자 키가 228.6cm 정도 돼 보였다. HT는 마치 모터가 없는 구식 수동형 잔디 깍는 기계 또는 뒷바퀴가 빠진 라디오 플라이어 웨건처럼 보였다.
케이먼은 HT가 사람과 부딪히려 하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HT를 필자 가까이로 몰고 왔다. 그러자 HT가 멈췄다.
케이멘은 일단 HT의 '조종 장치대'를 일정한 거리로 뒤로 움직이면 HT가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는 HT가 보행자나 나무와 접촉시에 부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안전 장치다. 일반적으로 걷는 정도의 속도에서 이 안전 장치는 잘 작동된다. HT는 한번 충전으로 보통 17~27km를 움직였다.
케이멘은 HT 기술이 신체 장애자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디자인한 아이봇이라는 육륜 시스템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HT는 도시 환경 어디에서나 능률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케이멘은 사람이나 화물을 장거리·고속으로 나르기 위한 방법으로 비행기나 기차 또는 자동차를 언급하면서 “인류는 장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을 사용해 왔다”라고 말했다.
케이멘은 “그러나 지난 5000년 동안 보행자를 위해 개발된 기술은 샌들 한 짝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HT의 중요한 아이디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정말 훌륭한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의 가장 기본 시설인 인도 위에서 이용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마법의 신발
케이멘은 세그웨이의 HT가 스니커와 자전거의 중간쯤 되는 새로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세그웨이는 자전거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구식 이륜 기술을 이용한 자전거는 세그웨이의 HT가 갈 수 있는 도시의 인도 위를 달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HT는 성인의 어깨보다 폭이 넓지 않고 조종이 쉬우며 시간당 최고 20.1km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보다 빠르지 않게 디자인됐다. 또한 케이멘은 HT가 “두 사람이 서로 충돌할 때 부상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라고 주장했다. 케이멘은 “이러한 장점 덕분에 HT는 스니커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는 마법의 신발이다”라고 강조했다.
HT 발판대 높이는 20.32cm밖에 되지 않지만 처음 테스트를 위해 발을 올려 놓았을 때는 이보다 훨씬 높게 느껴졌다. 일단 올라 타면 세그웨이 HT는 균형을 잡기 위해 앞뒤로 약간 움직인다. 엔지니어들은 “처음에는 다소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익숙해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균형이 잘 맞게 되면 이제 달려도 좋다. 사실 HT에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케이멘은 HT를 초심자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달리기 전에 핸들바를 먼저 한손으로 잡는 편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기계에서 내린 후 오른손으로 핸들을 잡고 나서 오른발과 왼발을 올렸다. 이번에는 HT가 뒤로 빠르게 움직였다. 왼발이 반쪽만 걸쳐 올려져 있었던 것이 원인이었다. 필자가 균형을 잃자 HT가 정상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HT에 서 있는 것이 편하게 느껴지기까지는 2,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단 편하게 서 있을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나갈 때는 몸을 약간 구부리고, 속도를 줄이거나 멈추기 위해선 몸을 반듯이 펴면 된다. HT는 탑승자의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반응한다.
헬멧을 쓰고 여러 연구실을 지나 R&D 센터의 벽 끝까지 타고 가 봤다. 각 연구실의 끝에 다다르면 곧 방향을 바꿔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반대 방향으로 돌기를 원할 때는 몸을 뒤로 젖혀도 되지만 HT를 180도 회전시킨 후에 전진하는 것이 훨씬 쉬웠다.
HT에 가만히 서 있었을 때 앞뒤로 아주 약간의 흔들림을 느꼈다. 이는 자체 안전망 같은 것으로 손바닥 위에 자를 올려놓고 균형을 잡으려 할 때를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HT는 거의 소음을 내지 않는데 이는 전기 모터를 고무 타이어가 달린 큰 플라스틱 바퀴에 연결해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바퀴들은 자유롭게 그리고 제자리에서 HT를 360도 회전시킬 수 있게 어느 방향에서나 회전이 가능하다.
경사 센서와 5개의 회전체가 탑승자의 무게 중심을 모니터하고 모터가 기계를 어느 방향으로 몰아 가야 할지를 알게 해 준다. HT 핸들바의 왼쪽에 있는 손잡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게 해 준다. 빨간 버튼은 기계를 멈추게 하기 위한 장치다. 경적을 울리는 버튼이 오른쪽에 추가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
HT는 우선 초보자, 시내 외출, 또는 최대 속도 드라이브 등 미리 프로그래밍된 여러 개의 성능 모드 중 하나로 작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드들은 HT를 회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128비트 '키'로 조정된다.
대부분의 세그웨이 제품 사용자들은 최대 속도 모드로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R&D 시설 내의 경사로 중 하나는 스케이트 보더들이 이용하는 하프파이프처럼 보였는데 실제로 그렇게 주행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테스트를 마친 후 소감은 세그웨이의 HT를 타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누구나'라는 수식어가 '모두'로 발전한다면 HT의 시장 잠재력은 엄청날 것 같지만 잠재 시장 자체가 아주 작은 편이다.
물론 HT를 더욱 유용하게 할 아이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세그웨이는 이미 보관용 주머니와 트레일러 개발을 진행중이다. 소비자들은 또한 자신의 HT를 자동차처럼 커스터마이즈해 사용하기를 원할 것이다. 맞춤 칼라나 크롬 염색이 된 바퀴 커버도 곧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는 회사나 정부기관에서도 세그웨이 HT를 사용할지도 모른다. 특히 대형 창고나 우편 배달 같은 작업과 관련된 곳에서 그렇게 될 것이다. 현재 보스턴 경찰청과 미국 체신청이 HT를 작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테스트하고 있다.
사실 HT는 골프 카트나 소형 버스보다는 이용하기도 수월하고 조종도 훨씬 쉬우며 사람들 눈에는 덜 띄어 이에 대한 경쟁 우위가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이 HT를 이용하기 위해 약 480만원이나 되는 비싼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뭔가 유용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비싸도 온갖 종류의 기계들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286 PC를 사기 위해 그 정도의 값을 지불한 일부 소비자들이 있음을 감안해 보면 HT를 구매할 소비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