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디어플로 기술이 DMB보다「한수위」

입력 :2005/05/24 14:43

조대성 기자

CDMA 기술 상용화의 주역으로 알려진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이 '미디어플로(MediaFLO)'의 주창자가 되어 나타났다. 미디어플로란 퀄컴이 만든 차세대 이동방송 기술 또는 규격을 뜻한다. 미디어플로가 미국의 이동방송 서비스 방식을 대표한다면, 한국에는 DMB, 유럽 지역에는 노키아가 내놓은 DVB-H가 있다. 서울디지털포럼2005 행사에 참석차 방한한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개막총회와 기자회견에서, 오는 7월 1일 CEO 직에서 물러나는 회장답지 않은 당당한 어조로 줄곧 미디어플로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제이콥스 회장은 "휴대폰에서 비디오와 오디오 기능을 지원하려면 배터리 수명 연장, 빠른 채널 변환, 비용 절감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퀄컴의 미디어플로는 이 모든 사항을 충족하는 기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그는 또 "초창기에는 여러 개의 기술이 혼재할 것이며, 많은 업체들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할 것이지만, 나중에는 결국 몇 가지 기술만 남을 것인데, 여기서 생존의 관건은 성능"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디어플로에 위성파와 지상파 등 여러 기능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퀄컴은 이런 새로운 성능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통신사업자, 콘텐츠 제공업체(CP), 방송사 등과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브로드 캐스팅 채널, 빌링, 단말기, TV 콘텐츠와의 차별성 외에도 기술 측면에서는 단말기의 컴포넌트와 컨트롤 소프트웨어, 엔드-투-엔드 전송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퀄컴은 이와 함께 미디어플로 기술의 개선과 적용을 앞당기고자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 놓았다. 이와 관련, 제이콥스 회장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미디어플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UHF 55 채널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를 획득해 올해 말 시험 서비스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그는 이어 "CDMA 기술의 첫 상용화 국가인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미디어플로 서비스 적용 대상국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리 빨라도 2010년 이전에는 해당 주파수 대역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 정보통신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한국에서 주파수 할당이 어려워 전국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면, 제한된 지역에서라도 시범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었다. "기술 앞선다면 조금 늦는 것은 상관없다"미국이 한국보다 이동방송 서비스가 뒤늦은 점과 관련해 그는 "이런 서비스는 타임-투-마켓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다양한 접근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며, "위성DMB가 한국 시장에는 맞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반된 입장을 내세웠다.그는 이어 "미디어플로의 성능은 충분하기 때문에 결국에 퀄컴은 한국을 이길 것이다. 중요한 기술에서 비교 우위가 있다면, 조금 늦는 것쯤은 상관없다"고 잘라 말하며, "어쨌든 분야별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할 것이고, 나중에 어느 기술이 우위에 설 것인지 판가름이 날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지 콜로니 포레스터 리서치 설립자이자 CEO는 바로 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휴대폰의 크기나 인터페이스가 너무 작고, 여러 가지 휴대용 디지털 기기들을 갖고 다니고 싶지 않다는 불만을 늘어놨다. 이에 대해 제이콥스 회장은 "휴대폰의 입력 장치나 화면이 작아 기능을 구현하는 데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휴대폰의 성능은 몇 년 전의 데스크톱PC나 노트북 수준의 컴퓨팅 능력을 갖고 있다"며, "휴대폰 말고도 다른 주변기기와 사용이 가능해 휴대폰 하나면 충분한 세상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휴대폰 제조사의 경쟁력과 3G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한마디했다. CDMA 분야에 일찍 뛰어들어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CDMA와 WCDMA는 칩에서 차이가 날뿐, 기능상 비슷하다는 점이 한국에 유리하다는 것. 여기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폰에서 앞서고 있어 3G에서도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중국은 브라질에서도 저가폰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으며, 지난번 독일 하노버 세빗 전시회에 중국 3개 사가 WCDMA 단말기를 내놓고 있었다"며, "이 같은 중국의 급부상으로 다른 나라 제조사들은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KBS와 미디어플로 관련 사업의 진행 여부를 묻는 말에, 그는 "KBS 말고도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과 논의중이며, KBS와의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일체 답할 수 없다"라며 딱 잘라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그의 애매모호한 답변 속에서도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퀄컴으로서도 휴대폰과 이동방송 서비스의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한국 시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