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①] 「스토리지 가상화」르네상스 도래

일반입력 :2005/05/23 02:44

안진숙 기자

다양한 스토리지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복잡성과 관리 비용을 줄여주고 데이터 가용성을 높여 비즈니스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스토리지 가상화. 최근 관련 업체들이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 논쟁과 제품 출시를 분주히 병행하면서 톡톡히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2005년은 ‘스토리지 가상화의 해’라고 부를 만큼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한번 닫힌 고객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스토리지 가상화는 다수의 이기종 스토리지를 물리적인 구성에 관계없이 하나의 풀(pool)로 인식, 산재된 스토리지 인프라를 통합 운영하도록 해준다.

때문에 서로 다른 스토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스토리지를 도입해 쓰다가 새로 추가 도입하는 경우 직면하게 되는 복잡한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EMC코리아의 허주 부장은 “서버나 클러스터에 스토리지 풀을 만들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작업 그룹이나 애플리케이션을 재배치할 수 있어 여러 매력적인 면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어디에서 어떻게 움직이나’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은 스토리지와 서버 사이에 일종의 미들웨어처럼 움직인다. 스토리지와 서버 사이에 가상화 계층을 두고, 이 가상화 계층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 간의 액세스를 제어하는 것이다. 가상화 계층에서 물리적인 스토리지에 대한 관리를 전담하기 때문에 관리자는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미들웨어 역할을 하는 가상화 계층은 서버가 JBOD(Just Bunch of Disk)나 RAID, 테이프 라이브러리 등 스토리지 장비에 직접 접속하는 것을 제한해, 가상화 계층에서 지원하는 모든 장비는 상호 호환성 여부와 상관없이 하나의 풀로 구성할 수 있다.

관리성·가용성·TCO 절감 효과

이런 가상화 기술을 통해 고객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스토리지 관리와 서버 가용 시간 확보, 비용 절감 효과가 그것.

먼저 SAN 환경에서 가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복잡한 스토리지 구성을 단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SAN 환경에서 접속하고 있는 각 서버는 SAN 환경에 포함된 모든 스토리지의 물리적인 경로를 관리해야 한다. 한 대의 서버에서 2개 이상의 포트가 SAN에 연결돼 있다면, 중복된 물리적인 경로를 모두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경우,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을 도입하면 복잡한 다수의 물리적인 경로를 가상화를 통해 몇 개의 논리적인 경로로 그룹화하고 단순화해 서버에 제공할 수 있다.

스토리지 기반 구조에 대한 관리 기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가상화 계층에서 스토리지 관리와 관련된 모든 부분을 전담하기 때문에 전반적인 관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 SAN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보안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이외에도 스토리지에 대한 QoS를 보장할 수 있어, SLA/SLM 적용시에도 유리하다.

또다른 이점으로는 서버의 가용시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가상화 계층을 통해 서버와 스토리지의 연결을 제공하므로 스토리지의 구성 변경이 서버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스토리지의 물리적인 장애나 하드웨어의 구성 변경으로 인해 시스템을 재부팅할 필요가 없다. 이는 시스템 가용 시간을 늘려 애플리케이션 서버의 서비스 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산재된 여러 스토리지의 용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전체 스토리지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TCO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서버·네트워크·스토리지 방식으로 구현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은 물리적인 위치에 따라 서버, 네트워크(메타 서버 기반 포함), 스토리지 기반의 3가지 방식으로 구분한다.

서버 기반 가상화는 서버에 스토리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각각의 서버에서는 에이전트를 통해 가상화된 스토리지 볼륨에 액세스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서버에 설치해 소프트웨어적으로 가상화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서버에 탑재하는 방식은 각각의 서버에 가상화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방식과 전용 서버에 의한 가상화 솔루션 구축 등 2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네트워크 기반 가상화는 스위치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와 고성능 컴퓨팅 플랫폼을 통합한 장비를 사용하는데 아직 제품화된 것은 없다.

네트워킹 장비를 통한 가상화는 이론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모든 스토리지가 자연스럽게 네트워크 장비를 지나면서 가상화돼 서버에 전달되고, 서버는 가상화에 대한 부담을 네트워크에 모두 전가하기 때문에 관리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클러스터링, 스위치와의 공조, 고성능 컴퓨팅 하드웨어, 정교한 캐싱 알고리즘 등 많은 부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화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지 기반 가상화는 스토리지 컨트롤러에 가상화 솔루션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가상화의 범위가 하나의 스토리지 장비에 제한되고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다른 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현이 간단하고 서버의 부하도 적고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현재 국내 스토리지 환경은 이미 대부분 구축을 마친 상태고 경기 침체로 IT 환경에 투자가 줄어들고 있어, 기존 장비를 교체해야 하는 디스크 서브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이나 네트워킹 장비를 이용한 방식의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는 스토리지 시장에서 본격적인 스토리지 가상화를 이끌어갈 솔루션은 ‘서버에 설치하는 소프트웨어 방식’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밴드 대세, 아웃오브밴드 방식도 등장

스토리지 가상화를 구현하는 방식은 네트워크 측면에서 크게 인밴드(In-band) 방식과 아웃오브밴드(Out-of-band) 방식,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밴드 방식은 서버와 SAN 스위치 사이의 데이터 경로에 가상화 어플라이언스나 서버를 위치시키는 것으로, 팰콘스토어의 IP스토어나 데이터코어의 SAN 심포니 등이 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웃오브밴드 방식은 데이터 경로 외부에 가상화 엔진을 위치시키는 것으로, 서버나 어플라이언스에 탑재된 가상화 엔진은 서버 HBA(Host Bus Adapter)의 전용 칩을 이용해 서버에 가상 볼륨을 제공한다. 이런 방식은 HP의 버사스토어, 스토어에지의 SVM 등이 채택하고 있다.

인밴드 방식은 SAN 스위치에 연결된 스토리지를 가상화해 서버에게 가상 볼륨을 제공하기 위한 가상화 계층을 구현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트래픽이 늘어나면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아웃오브밴드 방식은 가상화 어플라이언스나 서버가 데이터의 흐름 옆에 위치하면서 스토리지를 가상화하며, 서버에 가상 볼륨을 제공한다.

지금까지는 팰콘스토어나 데이터코어 등의 인밴드 방식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이 주류를 이뤘다. IBM의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도 인밴드 방식의 스토리지 어플라이언스로, 여전히 올해도 인밴드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웃오브밴드 방식의 솔루션이 하나둘 늘고 있다. 유니시스와 EMC가 관련 솔루션에 대한 로드맵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유니시스는 아웃오브밴드 방식의 스토어에이지 SVM을 채택한 스토리지 가상화 어플라이언스인 스토리지 센티널을 통해, 그리고 EMC는 스토리지 라우터(코드명)를 통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넘어야할 산 ‘기술 한계·낮은 이해도’

가트너 그룹에 따르면 스토리지 운영 비용 중 스토리지 하드웨어 구매 비용은 20%에 불과한 반면, 관리 비용은 15%, 백업과 복구 비용은 30%, 그리고 정지 시간은 무려 20%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기업의 내부 스토리지 환경 문제를 감안했을 때 스토리지 가상화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다는 것이 관련 업계 담당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을 들춰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만만치 않다. 가장 공통된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가상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스토리지 가상화는 기존 SAN과 같은 단순한 연결 서비스에 지능이 추가돼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보다 심화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HP ESG 기술컨설팅본부의 이창훈 대리는 “고객의 스토리지 가상화에 대한 이해가 낮다. 새로운 기술이며, 점차 SAN 환경이 가상화 솔루션쪽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하지만, 고객을 설득해 도입 시기를 끌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토리지 가상화 기술이 아직은 완성된 기술이 아니라는 것도 또다른 걸림돌이다. 고객의 요구를 100% 만족시킬 수 있는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은 현재 없다.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은 시작 단계로, 당분간은 전체 SAN 구조를 가상화하기 보다는 일부분에서 시범적으로 구현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지 업계 전체가 가상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스토리지 가상화가 초기 SAN이 약속했던 스토리지 풀의 구성, 중앙 집중된 통합 관리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데 가장 근접한 해결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외에도 스토리지 풀 구성이나 스토리지 콘솔리데이션에 반드시 요구되는 보안의 강화, 디스크 사용 효율의 증가 등의 이점도 눈길을 잡는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이템포의 박희범 부장은 “가상화를 통해 구축한 스토리지 풀을 사용한 재해복구 솔루션을 구축하면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아무 문제없이 미러링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절감 효과가 커, 이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기술 완성도도 높아지고 고객의 도입 사례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