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이브로 vs. SKT-HSDPA「차세대 통신 지존 가리자」

일반입력 :2005/04/25 11:52

임윤규 기자

KT와 SK텔레콤이 그간 벌여온 `통신지존'의 싸움이 내년 초 나란히 상용화 예정인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와 WCDMA의 차세대 버전인 3.5세대 HSDPA로 이어져 불붙게 됐다.KT는 유선사업자로서 사상 처음으로 진출하게 되는 무선사업인 와이브로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 오는 2010년까지 모두 1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오는 8월 와이브로 망 구축을 위한 시설공사의 첫 삽을 뜰 예정이며, 내년 4월 상용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SK텔레콤은 와이브로 사업권을 쥐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와이브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보다는 WCDMA의 진화된 서비스인 3.5세대 HSDPA에 전략적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이미 WCDMA망 구축에 4000억원을 쏟아 부은 상태이며, 올해 WCDMA와 3.5세대 HSDPA를 위해 600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WCDMA 망 확장과 HSDPA에 집중하다보니, 와이브로에 대한 신규투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다.내년초 나란히 상용화 `정면 대결'SK텔레콤은 사업계획서상 와이브로의 상용서비스를 내년 하반기로 설정해 놓고 있지만, 이변이 없는 한 와이브로에 대한 투자는 사업계획서 이행 약속 차원에서 당분간 형식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다만, HSDPA의 조기 상용화를 통해 KT의 와이브로 시장 활성화를 저지시키겠다는 전략적 의도도 엿보인다.따라서 내년 3~4월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KT의 와이브로와 SK텔레콤의 HSDPA가 정면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같은 정면대결 구도는 사업자 측면에서 KT와 SK텔레콤간의 자존심 대결일 뿐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는 초고속데이터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와 HSDPA의 한판 승부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SK텔레콤의 딜레마〓SK텔레콤은 무선시장의 강자로서, 유선의 강자인 KT의 무선사업 진출을 내심 꺼리고 있다. 따라서 KT의 최초 무선사업인 와이브로 시장을 기존 WCDMA의 진화된 서비스인 HSDPA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SK텔레콤의 이같은 전략은 완전히 새로운 투자가 필요한 와이브로의 투자를 놓고 의사결정이 쉽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은 이미 와이브로 사업권을 확보한 상태지만 와이브로를 추진할 사업본부 조차 구성하지 않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HSDPA와 와이브로가 서비스 측면에서 보완재가 아닌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시장에서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높은 HSDPA와 와이브로 서비스에 `동시 투자'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HSDPA에 집중하면서, KT가 진행하는 와이브로 서비스의 진전 추이를 지켜보자는 `관망'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SK텔레콤은 일단 HSDPA 상용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HSDPA 상용화는 전적으로 단말기에 달려 있다"며 "현재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기술을 감안할 때, 내년 3~4월경이면 본격적인 HSDPA서비스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와이브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사업계획서상에 기재했던 것 이상의 진일보한 전략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SK텔레콤으로서는 와이브로에 앞서 HSDPA의 상용화가 훨씬 먼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밀어붙이는 KT〓SK텔레콤이 와이브로에 앞서 HSDPA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제공키로 한 가운데, KT는 와이브로를 통해 무선 초고속휴대인터넷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KT는 2010년까지 모두 1조원의 투자금을 예정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연간 투자비중을 달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는 상용화 초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와이브로 서비스에 대한 가입자들의 반응에 따라 전국망 구축이 빨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KT는 특히 이동통신부문에서 SK텔레콤이 갖고 있는 1900만 명의 가입자 기반과 투자여력, 무선인터넷 콘텐츠 등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와이브로와 HSDPA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전략적 딜레마를 틈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KT관계자는 "SK텔레콤은 와이브로와 HSDPA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지만, KT는 와이브로 하나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KT는 현재 내부적으로 와이브로 가입자 한계를 설정하지 않을 만큼, 와이브로에 전력투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