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8월 15일 하루 2억명 이상의 네티즌이 방문하는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무궁화와 태극기가 등장했다. 지난 15일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탄생일 기념 로고, 22일엔 지구의 날을 기념한 로고가 나타났다.구글의 홈페이지 초기 화면은 파랑·빨강·노랑의 알파벳으로 이뤄진 구글 로고와 검색창으로 이뤄져 있다. 요란한 광고 없이 심플하게 디자인된 메인 화면이 검색 사이트 1위인 구글의 얼굴이다.그러나 지구의 날 같은 특정 기념일엔 이 얼굴이 바뀐다. 이용자들은 구글이 다음에 어떤 날을 어떻게 기념할지 궁금해 이 사이트를 한 번 더 찾게 된다. 이처럼 인터넷에 사람 향기를 불어넣고 전 세계에 한국의 광복절을 알린 로고를 만든 주인공이 한국계 미국인 데니스 황(한국 이름 황정목, 27)이다. 구글 창립 초기인 2000년부터 초기 화면의 로고는 모두 황씨의 손끝에서 나왔다. 구글의 인터내셔널 웹마스터인 황씨를 21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황씨는 자신을 "(한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소개했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조국'은 여전히 한국이라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 과천에서 보낸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2년 시절의 기억은 황씨가 로고 디자인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황씨는 "내 로고 스타일이 동양적이라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중2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온 황씨는 가족과 떨어져 계속 미국에 남았다. 스탠퍼드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부전공으로 컴퓨터를 공부했다. 그는 자신이 행운아라고 감사해 했다.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리면서 컴퓨터를 통해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들과 함께 자신의 미적 감각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씨가 대학 3학년 때 인턴사원 생활 넉달 만에 로고 디자이너로 전격 발탁된 것도 예술적 감각과 컴퓨터 재능 덕분이었다. 귀엽고 산뜻한 로고로 구글의 선풍적인 인기를 선도하고 있는 황씨는 현재 구글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황씨는 "개인적으로 2001년 11월 14일 올린 모네 생일 기념 로고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감기몸살을 앓으면서 30분 만에 만들어낸 로고였다. 모네를 시작으로 피카소·미켈란젤로·몬드리안·레이 찰스·히치콕 등의 예술가 기념 로고가 나왔다. 미혼인 황씨는 "광복절 로고 외에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한국 관련 로고를 앞으로 꾸준히 기획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