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바이오스도 오픈소스로「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유」

일반입력 :2005/04/07 17:36

John G. Spooner

점점 PC 내부 깊숙이 보안 기능이 내장되는 상황에서 컴퓨터 업체간에 바이오스를 놓고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오스는 그다지 주목받진 못하지만 운영체제가 컴퓨터 제어권을 갖기 이전에 기초적인 상황을 조절해주는 필수적인 애플리케이션이다.

만약 운영체제가 컴퓨터의 두뇌라면 바이오스는 두뇌와 척추가 만나는 연수에 비유할 수 있다. 연수는 뇌에서 판단하는 의식의 훨씬 아랫단에서 일어나는 가장 원초적인 반사작용을 담당한다. 이와 유사하게 바이오스는 LED가 깜박거리고 드라이브가 돌아가는 찰나의 순간에 존재를 드러내며 컴퓨터가 좀 더 고차원적인 명령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역할 자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바이오스는 PC의 필수 사항으로 델과 같이 몇 없는 PC 업체나 바이오스 프로그래밍 전문 업체에 의해 개발과 설치가 면밀히 감시되고 있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컴퓨터 산업이 바이오스에 관한 비밀스러움을 포기하도록 만드려는 움직임이 몇몇 인사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바이오스가 더 강력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이 컴퓨터를 확실히 제어하기 위한 스스로의 대안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산업은 개방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수정과 재배포를 권장하는 단체인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SF) 이사장 리차드 스톨만은 “바이오스를 통제하지 못하면 컴퓨터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자유 바이오스가 필요하다. 자유 바이오스가 없다는 사실은 내 자신에 있어 내 컴퓨터에 자유가 아닌 프로그램을 가져야 한다는, 윤리적으로 훼손된 처지에 있도록 강요한다”라고 말했다.

자유 바이오스 전략은 바이오스가 역사상 최초로 중대한 변화를 겪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이 변화는 바로 바이오스가 그간의 기계어 기반에서 EFI(Extensible Firmware Interface)라는 프레임워크 방식으로 새롭게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PC에 하드웨어 기반 보호장치로 보안을 제공하려는 시도도 스톨만과 같은 비판론자가 사용자가 자신의 컴퓨터를 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통제권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캠페인을 벌여온 FSF는 이제 바이오스 작성과 관련한 표준을 개방하라는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스톨만이 지지하는 자유 바이오스 운동은 바이오스 소프트웨어가 꼭 무류일 필요는 없지만 사람들이 설치·수정·재배포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기업 비밀문서나 다른 저작권물의 불법 사용을 방지하는데 목적을 둔, DRM과 같은 강화된 보안기능을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열릴수도 있다.

바이오스 업계의 비밀성을 고려하면 스톨만과 FSF는 하드웨어 및 바이오스 업체로부터의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많은 업체들이 이미 자유라는 목적만을 위해 자유 바이오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은 컴퓨터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스 업계와 인텔의 경영진은 현재 사용 중인 비밀스러운 바이오스 모델이 PC의 보안과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을 보호함으로써 경쟁을 촉진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스 업체 인사이드 소프트웨어의 CEO 조나단 조세프는 “컴퓨터 사용자인 당신과 나 모두 다 바이오스가 고장나지 않는 한 이를 변경할 이유가 없다. 새로운 바이오스를 가졌다 해서 MS 워드의 타이핑 속도가 빨라지진 않는다. 바이오스가 숨기고 있는 유일한 개체는 바로 고장난 하드웨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해커에 대한 보호책으로 바이오스가 비밀성을 유지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피닉스 테크놀로지스의 마케팅 부사장 마이크 골드고프는 “첫번째로 우려해야 할 사항은 보안이다. PC의 바이오스 소프트웨어를 바꿀 수 있는 바이러스가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바이러스가 대규모로 확산된다면 많은 PC들이 고철로 변해버릴 것이다. 사람들은 현재 바이오스 펌웨어가 가진 신뢰성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신 인텔은 타협안으로 티아노(Tiano)라고 부르는 오픈소스 기술을 내놓고 있다. 티아노는 바이오스를 대체하기 위한 프레임워크를 구현한 것으로 인텔 자체 드라이버를 통해 EFI에 기반해 프로세서와 같은 PC 구성요소를 켜도록 돼 있다. 오픈소스 형태로 결정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TianoCore.org라는 웹사이트에서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아 BSD(Berkley Software Distribution) 라이선스 형태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BSD는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제품을 만드는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변경사항을 오픈소스의 형태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재권을 보호할 수 있다.

인텔의 노력은 바이오스의 대체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며 자유 바이오스의 기초가 될 수 있다. 그러나 PC 구성요소를 초기화하는 코드는 다운로드 받은 사람이 작성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경주용 자동차를 만드는 것에 비유하는데, 즉 인텔은 자동차 경주 규칙과 자동차의 프레임을 제공하지만 사용자는 엔진, 서스펜션, 몸체, 그리고 다른 요소를 만들어야 경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악마’ 기업들?

여기에 스톨만은 인텔의 조치가 충분하지 않으며 바이오스 업체들은 굳이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그는 정보를 원한다.

스톨만은 “피닉스 등의 업체가 만든 바이오스에 간여하기 싫다. 우리는 이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없으며 이는 마치 우리가 MS에 요구하는 것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업체들은 악마와 같다. 우리가 요구한다고 이들이 무엇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없다. 우리의 목표는 이들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스톨만이 보는 방식에 따라 자유 바이오스를 만드는 노력이 진행된다면 기존 바이오스 업체를 우회해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직접 요청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캠페인은 PC 업체와 마더보드 업체들이 자유 소프트웨어 바이오스를 작성하는 데 있어 개발자에게 필요한 명세를 제공하도록 요청할 것이다.

스톨만은 자유 바이오스가 PC의 보안, 안정성을 침해하고 제조업체의 고유 칩, 마더보드 등의 제품 정보를 노출할 것이란 주장에도 반박을 제기했다. 그는 “누구나 ‘남이 내가 하는 일을 안다면 이는 남을 매우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업들이 경쟁사의 지식을 넘어서는 비밀을 보유하고 있을 수는 없다. 한 기업이 다른 모든 기업보다 많이 알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스톨만은 자유 바이오스를 만드는데 있어 칩과 마더보드의 세세한 정보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유 프리 바이오스 업체는 바이오스가 어떻게 적재되고 PC 내부의 다양한 요소를 초기화하는지와 같은 비밀스러운 명령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자유 바이오스는 필요한 경우 DRM을 우회해 사람들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PC에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론상 바이오스는 보안 칩과 같은 하드웨어를 초기화하기 때문에 보안 기술을 도울 수 있다.

비록 바이오스 업체들과 인텔은 바이오스의 역할이 시스템 구성요소를 초기화하고 시스템의 나머지 부분과 함께 동작하는 것으로 제한된다고 말하지만 스톨만은 필요할 경우 바이오스 개발자들은 이들을 폐쇄하도록 하는 우회 소프트웨어를 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톨만은 “DRM은 도둑질”이라며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의 개념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컴퓨터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논리로 신뢰성 컴퓨팅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은 배신적 컴퓨팅(treacherous competing)이 더 맞으며 이것은 당신의 통제권을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자유 바이오스는 리눅스 바이오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훨씬 더 큰 규모로 에뮬레이션 할 것이다. 리눅스 바이오스는 자유 바이오스로 이미 리눅스용으로 존재하지만 대다수 윈도우용 PC에는 동작하지 않는다.

스톨만은 “자유 소프트웨어가 매우 안전하고 신뢰성이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바이오스에 버그가 있다면 컴퓨터의 일부가 동작하지 않을 것이며 그 버그는 눈에 띌 것이기 때문에 고쳐질 것이다. 물론 관련 정보가 공개돼 있다면 말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진정한 장애물은 바로 이 부분이다. 첨단 PC 하드웨어에 관한 상세한 명세는 얻기가 쉽지 않다. 바이오스 업체들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비공개 조건에 기반한 것으로 인텔, 그리고 델과 같은 PC 업체와 마더보드 제조업체들이 심지어 극히 작은 정보라도 선뜻 공개할지는 의문이다.

인사이드 소프트웨어의 조세프는 “자유 바이오스를 작성하려면 칩에 대한 비밀 정보를 알아야 한다. 현재로선 사람들이 관심이 없는 구형 하드웨어에 관한 정보만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스톨만의 요구가 멈추지 않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