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겸한 무료 인터넷 전화「다음-스카이프」

일반입력 :2005/02/16 14:03

김지현

한때 국제전화를 공짜로 쓸 수 있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붐을 타고 세계적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가 그랬다.

다이얼패드는 우리 나라는 물론 미국에서까지 무료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뒤 수많은 별정 통신 사업자가 IP폰과 인터넷폰 등 무료 인터넷 전용 전화기를 내놓으면서 인터넷 전화는 기존 유무선 전화 시장 PSTN을 크게 위협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인터넷 전화는 처참하게 참패하고 말았다. 통화 품질이 열악했기 때문. 이제 다시 등장한 인터넷 전화는 예전의 오명(?)을 씻기 충분해진 것처럼 보인다.

전 세계 165개국에서 22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한 스카이프(Skype) 서비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손잡고 시작한 다음-스카이프를 통해 2세대 인터넷 전화를 만나본다.

윈도우 기반 PC끼리만 가능, 메신저 기능도 겸한 인터페이스「직관적」

스카이프는 유럽의 VOIP 업체인 스카이프(Skype Technologies S.A)가 2003년 8월부터 시작한 서비스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세계적으로 하루에 10만명씩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대만, 10월 중국과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아시아권 사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 나라에서는 올해 1월부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제휴를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카이프는 윈도우는 물론 매킨토시와 리눅스, 윈도우 모바일 2003 등 다양한 운영체제와 이기종 PC 간 인터넷 전화를 지원한다. 다음-스카이프는 윈도우만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운영체제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모바일 운영체제까지 지원하게 된다면 무선 인터넷을 통해 인터넷 전화를 휴대폰처럼 쓸 날도 머지 않은 셈이다.

다음-스카이프 전용 프로그램은 홈페이지(skype.daum.net)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다음-스카이프 사용자 아이디와 암호를 입력해 손쉽게 가입할 수 있다.

다음-스카이프는 PC to 폰 서비스인 스카이프 아웃을 아직 지원하지 않으며 PC to PC만 가능하다. 스카이프를 설치하면 스카이프에 로그인한 사용자끼리 공짜로 음성 통화를 할 수 있는 것.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구성해 사용 방법을 따로 배우지 않아도 손쉽게 쓸 수 있어 좋다.

스카이프는 인스턴트 메신저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를 친구로 등록해야 해당 사용자와 통화가 가능하다. 도구→친구 추가, 친구 찾기를 이용하면 전 세계 스카이프 사용자 가운데 대화를 원하는 상대방을 검색할 수 있다.

메뉴에서 고급 검색을 누르면 스카이프 아이디나 이름, 나이, 이메일, 국가 등 세부 항목을 이용해 대화 상대를 검색할 수 있다. 이렇게 검색한 사용자는 등록한 뒤 상대방도 승인을 하면 인터넷 전화로 통화가 가능하다.

5명 동시 통화 가능, 통화 품질도「좋았어!」

스카이프의 가장 뛰어난 점은 통화 품질이다. 통화 품질은 기존의 인터넷 전화가 실패했던 원인 가운데 하나였던 만큼 스카이프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P2P 기술을 통해 통화 품질을 개선했다.

사실 P2P 기술을 적용한 건 당연한 일이다. 스카이프의 개발자는 세계적인 P2P 공유 프로그램 카자(KaZaA)의 개발자니까. 아무튼 그 덕에 스카이프는 P2P 기술을 통해 통화 품질을 개선했는데, 사용자 수에 관계없이 깨끗하고 클라이언트끼리 통화를 할 때 최적의 오디오 코덱과 선로를 골라줘서 좋은 품질로 대화할 수 있다. 그 밖에 방화벽이 설치된 네트워크에서도 끊김 없이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서 좋다.

실제로 스카이프를 통해 미국이나 일본, 중국, 캐나다 등의 사용자와 통화를 해보면 일반 전화처럼 깨끗한 품질로 통화가 가능하다. 기존 인터넷 전화는 사용 방법이 번거로울 뿐 아니라 동시에 말을 하면 통화가 끊기거나 하울링 현상, 잡음이 생겨 통화하기 거북할 정도였다.

스카이프는 이런 1세대 인터넷 전화와는 달리 뛰어난 품질을 지원한다. 물론 우리 나라의 경우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만 외국은 열악한 인터넷 인프라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간혹 통화 도중 끊기는 문제도 생긴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깨끗한 품질로 통화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1분에 100원 이상인 국제전화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공짜로 이 정도 품질의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가격대비 성능을 내세워도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다.

또 스카이프는 AES(Advanced Encryption Standard 혹은 Rijndael)로 알려진 256비트 암호화 알고르짐을 이용해 통화 내역을 안전하게 보호해준다. 쉽게 도청할 수 없기 때문에 이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비밀스러운 통화에도 인터넷 전화가 각광을 받지 않을까?

스카이프는 음성 통화 외에 텍스트 메신저 기능도 지원한다. 물론 메신저는 아쉽게도 3명 이상이 한꺼번에 대화할 수 없지만 통화를 하면서 메신저 기능을 쓸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이다.

화상 통신은 지원하지 않는다. 화상 통화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려면 MSN 메신저처럼 화상 통신을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와 스카이프를 함께 써야 한다. 물론 이렇게 활용하려면 인스턴트 메신저에서 음성 통화 기능은 끄고 화상 통신 기능만 켠 상태로 설정해놔야 한다.

스카이프의 가장 뛰어난 점은 5명까지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컨퍼런스 룸을 만들어 회의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동시에 사용자들이 말을 해도 끊김이나 음질 저하가 없다.

하지만 2개 이상 대화창을 열어서 각각의 사용자와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 한 대화방에서 5명이 동시에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2개 이상의 대화방을 열어 동시에 대화를 나눌 수는 없다는 얘기. 대화를 나누다가 다른 사용자와 대화하려면 현재 열려있는 대화창을 잠시 보류하거나 끊고 다른 대화창을 열어야 한다.

스카이프 아웃 서비스를 이용하면 PC to 폰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 서비스는 통화료를 지불해야 하는 유료 서비스이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나라에선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다.

앞으로 유료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1분에 20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비용이라면 시내 전화 통화료 30원, 휴대폰 통화료 10초당 14원보다 더 저렴한 것이다. 그 밖에 스카이프로 더 깨끗한 품질의 통화를 하겠다면 고성능 콘덴서 마이크를 쓰는 게 좋다.

사실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전화의 가장 큰 문제는 PC를 기반으로 한 탓에 마이크나 헤드셋 같은 장치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화기에 익숙한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 한 통화를 위해 부팅하는데 수십 초씩 걸리는 PC를 켜고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스카이프가 더 개선되어 망 사업자와의 제휴를 늘려간다면 굳이 PC가 없더라도 폰 to 폰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되겠지만.

스카이프는 화상 통화나 메신저 기능이 약하다는 게 흠이지만 깨끗한 통화 품질과 5명 동시 통화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 1세대 인터넷 전화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보인다. 습관적인 문제만 해결된다면 예전보다 훨씬 사랑 받을 만한 조건은 갖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