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해외매각「후폭풍」촉각

일반입력 :2005/02/07 08:34

임윤규 기자

국내 가전시장의 25% 가량을 담당해 왔던 전자전문점 하이마트(대표 선종구)가 아시아계 펀드에 매각되자 전자업계는 벌써부터 그 후에 불어닥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삼성전자ㆍLG전자는 그동안 하이마트를 통해 20% 안팎의 제품을 판매해왔고, 자체유통망이 없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절반 이상을 의존해왔다. 따라서 하이마트의 매각은 직ㆍ간접적으로 전자 3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전체 전자관련 유통시장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하이마트의 지분 매각이 현 경영진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형태로 가닥을 잡았지만, 지분의 80% 이상을 매각하는 대규모 지분 변동이어서 경영권 구도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삼성ㆍLGㆍ대우 촉각=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 등 자체 유통대리점 외에 백화점ㆍ할인점ㆍ전자전문점ㆍ인터넷쇼핑몰 등 외부유통망을 통해 국내영업 매출의 50%를 올려왔다. 이 가운데 가장 판매 비중이 높았던 채널은 양판방식의 전자전문점으로, 하이마트와 전자랜드21이 대표적이다. 특히 하이마트는 국내 전자유통 시장의 25% 가량을 점유할 만큼 영향력이 큰 업체로, 하이마트의 경영전략 변화는 곧바로 전자 3사의 내수 매출 변화와 직결된다.하이마트측은 지금 당장 유통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이마트의 경우 연간 매출의 50% 이상이 국내 전자 3사를 통해 발생하는 것이어서, 매출 비중의 인위적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하지만 그동안 유지돼온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 관계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국내 전자유통 업계는 제조업체의 주도 아래 납품가가 결정되는 종속적인 관계가 유지돼왔고, 이 때문에 제품의 납품가 협상을 둘러싸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 간에 갈등이 빈번했다. 이번 대규모 외자유치를 통해 자금력과 선진경영기법을 전수 받게 되는 하이마트가 그동안의 종속관계를 어떻게 변화시켜나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고, 전자 3사들 역시 이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매수펀드 배후 있나=하이마트를 인수키로 한 아시아계 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Ltd.)는 지난해 3월에 설립돼 서울ㆍ홍콩ㆍ싱가포르ㆍ시드니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투자전문업체다. 이 회사의 투자전문가들은 UBS캐피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투자 전문인력들로 구성돼 있으며, 아ㆍ태 지역의 역량 있는 회사들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해오고 있다. 따라서 하이마트에 대한 투자도 이같은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현재 시장의 관심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배후가 누구냐 하는 것. 하이마트측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배후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아직 배후를 운운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지금은 우호적인 투자가로부터 대규모 자본을 유치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만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자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국내 가전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외국계 가전제조 업체나 유통업체가 그 배후에 있을 것이고 추정하고 있다.현재 중국에는 궈메이(國美), 따중(大中), 용러(永樂) 등 양판방식의 대형 유통점이 활동하고 있으며, 하이얼 등 가전업체들이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특히 하이얼 등 몇몇 가전업체들은 2~3년 전부터 국내시장 진출을 타진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향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어떤 관계를 가져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