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학수고대했던 가뭄 속 단비입니다. 올 1분기중에 사업자를 선정한다니,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사업을 수주할 생각입니다."정부가 IT 부문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국력강화대책'. 초기에 한국판 뉴딜 종합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됐던 `디지털 뉴딜' 사업을 놓고 IT 업계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행정정보화 전문 중소업체인 M31안드로메다의 최중근 사장은 "올해 디지털 뉴딜로 나온 행정·지식DB 구축 사업 예산만 2206억원에 달한다"며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반드시 사업을 따내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벌써부터 제휴하자고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손을 내민다"며 "파트너 선정 등도 가능한 한 빨리 마무리지어 1~2분기중에 매듭지어질 사업자 선정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오라클 등 DB업체들에게도 디지털 뉴딜의 IT 프로젝트는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오라클의 공공부문 담당 임원인 이희상 본부장은 올해 챙겨야 할 중요 공공 프로젝트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디지털 뉴딜 사업의 DB 프로젝트를 올려놓았다고 말했다.하지만 정부에서 띄운 DB사업에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삼성SDS 이병헌 상무는 "디지털 뉴딜 프로젝트는 분명 경기를 활성화하고 고용도 늘리고 국가정보화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하지만 종전의 공공근로 방식이라면 수익성 측면에서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사업성 검토를 다시 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상무는 "SI 업계가 과거처럼 규모를 키우는데 급급하던 때는 이미 지났다"며 "매출 키우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DB 사업은 수익성 여부를 따져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공공근로방식의 DB사업은 왜 문제가 있었을까? 업계에 따르면 DB사업은 지자체 등 발주자가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를 통해 선정된 업체(SI)가 DB 입력자 등을 관리케 하는 방식이었다. 이에 따라 SI 업체 입장에서는 사람 관리만 하고 추후 정산에 따른 나머지 이윤을 남기는 식이어서 큰 이득이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DB 입력자 등에게 고용의 기회를 줘 정부 입장에서 실업률(특히 청년실업)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 있는 복안이긴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시 고용자와 IT 업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디지털뉴딜 프로젝트에는 공공 DB 외에도 지능형교통시스템(ITS)과 관련한 교통·물류시스템 개선(957억원),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1008억원)도 포함돼 있다. SKC&C 관계자는 "올해 건교부에서 발주하는 ITS 기반 인프라구축 예산 638억원을 비롯해 디지털 뉴딜 관련 ITS 프로젝트 규모만 957억원인데, 지자체별로 별도로 발주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최대 ITS 시장이 마련된 셈"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DB 사업과는 다르게 ITS 사업은 향후 텔레매틱스 사업과 연계될 가능성이 커 IT 인프라를 효율화해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ITS 사업은 건설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ITS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등이 전 프로젝트 공정에서 30%를 차지한다면 나머지 70%는 매설ㆍ시공 등 공사 관련으로 `IT + 건설' 사업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때 설계와 시공을 별도로 발주해야 한다는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효율화를 위해 SI사가 ITS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다.디지털 뉴딜 사업은 지난해 10월 15일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출입기자들에 대한 정례브리핑에서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초기에 정부는 부동산 세제 개편에 따른 주택DB 등 신규 DB 구축이 필요한 만큼 이같은 행정 DB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 이를 통해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질도 높인다는 생각이었다. 디지털 뉴딜의 시작은 제한적이었던 것이다.하지만 이후 뉴딜 종합투자계획이 단기 경기 부양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성장 잠재력 제고 차원에서 건설 외 IT 부문이 주목받게 됐다. 지난해 10월 29일 늦은 오후. 이헌재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재경부 고위 관료와 출입기자들 사이에 몇 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이 있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준비중인 뉴딜 정책중에서도 그 대상을 IT 부문으로 확대, 강화해야 한다"며 "내년도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건설부문 중심의 뉴딜정책을 대폭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이후 디지털 뉴딜은 당정협의ㆍ여론수렴 등을 거쳐 12월29일 디지털 뉴딜 예산(정부 추진안)이 나오게 된다. 이때 정부안은 △DB 구축 1495억원 △국가 재난관리시스템 700억원 △교통·물류시스템 개선 1780억원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 258억원 등 총 4233억원이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1630억원이나 줄어든 2560억원으로 깎이게 되는데, 이는 재난 관리시스템이 아예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올 1월 21일 이헌재 부총리 주재의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지식DB 430억원, 통합전산환경 750억원을 추가해 당초 정부추진안의 예산규모에 맞춰 디지털 뉴딜 예산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이처럼 최악의 경기부진으로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제시된 복안중 하나가 `디지털국력강화대책'이다. 미국은 지난 1932년 GDP증가율 -13.4%, 다음해 실업률 23.6% 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으나 사회간접자본(SOC)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뉴딜 정책을 통해 1930년대에 약 5.2%의 평균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것이 한국판 뉴딜 종합투자계획의 하나로 디지털 뉴딜, 즉 디지털국력강화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뉴딜 용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뉴딜'자를 빼고 `디지털 국력강화대책`이라는 다소 생경한 이름으로 바뀌었다.디지털 국력강화대책은 IT 부문, 특히 내수에 의존하는 IT 기업들의 어려움이 매우 컸기 때문에 대기업인 시스템통합(SI) 업체는 물론 그 하청관계인 IT 중소업체, 기타 관련 기업들에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는 게 사실이다.주요 내용디지털 국력 강화대책은 크게 △국가 행정 및 지식 DB 확충 △교통·물류시스템 개선 △범정부 통합전산 환경 구축 등으로(3개분야 8개 사업) 나뉘어져 있다. 이를 통해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은 물론 국가 주력 부문인 IT 투자를 활성화해 성장잠재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특히 정부는 관련 예산을(전체예산은 4171억원) 상반기내 67.8%인 2829억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또 사업자 선정은 대부분 1분기 안으로 끝내고 2분기중 사업에 본격 착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우선 국가행정 및 지식DB 확충을 보면 올해부터 부동산 관련 제도들이 많이 바뀌면서 이와 관련한 예산이 크게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대국민 서비스 제고 및 행정능률성 향상을 위해 행정정보 공동활용 등 22개 행정 DB(1113억원, 행자부)를 구축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국유재산 16만 필지에 대한 DB(50억원, 재경부) 구축 및 전국 공동주택 및 단독주택의 주택DB(379억원, 건교부) 구축 추진이 포함돼 있다.국가적 보존 및 활용가치가 높은 과학기술·역사·문화 분야 등 국가 주요 지식정보 3000만건의 디지털화(정통부 664억원)도 추진된다.교통·물류시스템 개선과 관련해서는 교통정보 수집체계의 확대를 위해 전국 5대 광역권 주요 국도(경인축 제외, 510킬로미터)와 수도권 경인축 4개 도시의 교통정보 수집 인프라를 구축(877억원 건교부·경찰청)하게 된다.아울러 8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정통부) 교통정보의 표준화 및 실시간 교통정보의 통합 관리를 위한 교통정보 통합 DB 구축도 추진한다.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의 경우, 정부는 47개 중앙행정기관이 개별 운영하고 있는 전산센터를 통합·관리하기 위한 정부 통합전산센터를 구축(1008억원, 정통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오는 9월까지 제 1센터를 구축하고, 제2 센터 신축을 위한 부지매입, 건물 설계 및 기반공사 실시가 이뤄질 예정이다.실효성 및 문제점디지털 국력강화대책은 정부가 경기 부양이 필요할 때 건설 등에 즐겨 예산을 집중 투입한 종전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 미래산업인 IT 부문에도 확대·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예산 집행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투입해 가능한 한 관련 사업의 조기 착수를 유도해 경기 활성화를 앞당기려는 정부의 의지도 읽힌다.하지만 디지털 국력강화대책은 단기적인 IT 부양책이 될 수 있어도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고용 창출 효과를 내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많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사업 내용 대부분이 중대형 IT 프로젝트를 통해 SI 등 관련 기업에 매출 퍼주기식으로, 엄밀한 의미에서 IT 투자를 통한 성장잠재력 제고와는 관련이 없고 서둘러 마련되다보니 사업과제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또 고용 부문에 있어서도 DB 사업의 경우 단순 자료 입력자에 대한 고용 효과는 낼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IT 전문인력 육성을 통한 고용의 질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IT 산업에도 기여하는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아, 정부가 청년실업 등 문제를 단기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정통부가 추진한 지식정보자원관리 DB 사업의 경우 1999년부터 시작돼 2003년까지 1849억원이 투입돼 총 84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둔 바 있다. 또 작년에만 2000명 이상의 고용효과(470억원 예산)를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재경부 관계자는 "작년 7월 현재 IT 분야 일자리 창출 실적은 3298명이며, 그 가운데 지식정보 DB 구축 사업이 2309명으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다"며 "고용 효과는 민간 기업이 나서는 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현 상황에서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가 이같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DB구축사업은 예산의 70%가 인건비에 해당할 정도로 고용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가 DB 업그레이드 사업이 종전 공공근로 사업처럼 실질적인 고용 효과 창출로 연결되지 않고, 단기적 경기 부양을 위한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IT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뉴딜의 프로젝트와 관련해 "재난관리시스템과 관련한 예산이 이번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남아시아 지역의 지진으로 인한 대재앙 등을 감안하면 디지털 국력강화 예산의 우선순위가 무엇인가 크게 잘못 짜여진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또다른 관계자는 "정부전산센터 통합 건도 통합센터에 국가 중요 자료가 한 곳에 집중되는 중요 사업인데, 성격상 서둘러 진행할 수 밖에 없는 디지털 국력강화대책에 굳이 정부전산통합 사업을 포함시켜야 했는지 의문점이 든다"고 비판했다.디지털 뉴딜 정책의 과제 발굴 원칙으로 알려진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사업 △소득증대를 통한 소비지출 확대 효과가 큰 사업 △IT 신성장 기반의 확충 및 정보화를 통한 개인·기업·정부의 생산성 증대에 기여하는 사업 등이 숨가쁘게 진행된 뉴딜 사업 계획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