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 불법복제 책임「팬 동호회에 전가」

일반입력 :2005/02/03 13:26

John Borland

지난 해 12월 초, 니콜라이 놀란이 몇 년간 운영해온 초고속 성장가도의 파일 교환 커뮤니티 온라인에 예기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미시간대 학생인 22살의 놀란은 아니메-페이스를 운영진 중 하나로, 아니메 페이스는 일본 만화를 번역하여 자막으로 만들어 이 자막을 인터넷에 자유롭게 배포하는 단체 중 하나로, 이런 단체는 수백 개에 이르고 있다.수년 동안 이 '팬섭'(역자주: fansub. fan subtitled를 줄인 말. 팬들이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번역하여 자막을 만드는 것을 의미) 커뮤니티들은 적어도 타이틀이 미국에 출시되지 않은 이상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을 묵인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12월 초 미디어 팩토리라는 제작사는 몇 군데 규모가 큰 아니메 팬 사이트들에게 서한을 보내 자사의 제작물을 갖고 번역 작업한 것을 온라인 상에 배포하거나 링크를 걸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기 시작했다.이 편지가 알려지자 아니메-페이스 내에서도 반응이 나뉘어 커뮤니티 내부 전반에 토론 열기가 가득했다. 몇몇 사람들은 미디어 팩토리의 요청을 존중하고 즉각 미디어 팩토리의 작품을 번역하고 배포하는 일을 중단하길 원했다. 또다른 사람들은 미디어 팩토리가 실제로 번역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으니 아직은 번역해서 배포하는 작업을 묵인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놀란은 "아직까지는 번역을 내놓아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번역을 계속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편지를 받게 되면 그때 그만둘 것"이라고 덧붙였다.영화 교환에 대해 헐리우드가 최근 포문을 연 이후 미디어 팩토리의 이번 사건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니메 파일 교환 커뮤니티의 자기 만족적 행위를 뒤흔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몇몇 미디어 업체의 핵심 성공 요인이자 동시에 다른 측면에서는 골치거리가 되어 버린 인터넷 팬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한 토론이 촉발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정확하게 계산하긴 어렵지만 파일 교환을 위해 폭넓게 이용되고 있는 비트토런트 파일 배포 기술을 사용하는 허브 중 한 군데의 경우 하루에 12만 개가 넘는 아니메 만화가 다운로드되고 있다. 사이트 통계에 따르면 하루 트래픽으로 90테라 바이트 이상이다(MP3 음악 파일로 비교하면 약 220억 개와 맞먹는 양이다).하지만 중요한 건 아니메-페이스 논쟁에서 알 수 있듯 이건 어셔(Usher)의 최신곡을 다운로드하는 평범한 곳과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파일 교환 커뮤니티라는 점이다.아니메(단순한 '달려라 번개호'부터 영화 정도의 길이로 된 복합 예술 형태의 이야기식 구성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이르는 일본 만화들을 통칭) 팬들은 자신들의 취미에 관해 아주 열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십 혹은 수백 개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시리즈물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고 야구팬들이 타율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에니메이션 원작가의 이력에 대해 논할 수 있는 이런 광적인 팬들을 일본말로 '오타쿠'라고 한다.이런 문화는 1980년 초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미국에 소개된 아니메 시리즈는 거의 없었고 소수 관심있는 사람들이 다른 방법으로는 구할 수 없었던 작품들을 비디오테이프로 잔뜩 복사해놓고 삼삼오오 이 작품을 보기위해 대학 기숙사에서 만나곤 했었다. 인터넷, 특히 강력한 비트토런트 같은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가 등장하자 그런 소수 팬클럽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여 마우스 클릭 한 번만으로 수천 개의 에피소드를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아니메-페이스가 대표적인 예로, 이런 단체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단체는 번역하는 사람, 편집하는 사람, 자막 교정하는 사람, 비디오를 디지타이즈하는 인코더들, 품질 검사하는 사람 등 전문가 집단만큼이나 효율적인 제품 플로우를 갖고 작업하고 있다.이같은 단체 대다수는 자신들이 하지 않았으면 팬들이 볼 수 없었던 타이틀을 팬들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자신들이 하지 않았으면 미국 출시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또한 단체 대다수는 미국 업체가 미국 내 배포 목적으로 타이틀을 라이센스하면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팬섭" 배포를 중단한다.유일한 문제는 이런 팬섭 배포가 기술적으로 합법적이진 않다는 점이다.팬은 늘어나지만 판매는 제자리미국 내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DVD 유통과 판매를 담당하는 대형 업체 중 하나인 ADV 필름의 프로듀서 데이빗 윌리엄즈는 "모호할 건 없다. 그건 기술적으로 불법이다. 우리가 타이틀을 발표할 때 팬섭을 배포하는 사이트가 있다면 우리는 정식으로 의뢰하여 삭제토록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ADV는 미국 유통업체 중 가장 탄탄한 업체 중 하나이다. 소규모 업체들 중에는 팬섭이 돌아다니면 온라인 유통면에서 판촉에 잠재적으로 가치가 있어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귀띔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잠재해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간부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판매 동향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높은 순위의 타이틀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지만 전에는 그럭저럭 예상한 대로 팔려나가던 중간 순위 타이틀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채 아예 "잊혀져버리고 있다"고 밝혔다.아니메의 유통이 온라인 팬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것도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매년 엄청난 양의 타이틀이 라이센스되어 유통되고 있다. 아니메는 케이블TV 채널인 카툰네트워크에서 널리 상영되고 있고 심지어 케이블 카툰네트워크는 자체 케이블TV 채널로 아니메 네트워크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하지만 관심이 늘고 있어도 시장 상황은 녹녹하지 않다. DVD 판매(산업계 내부 추정치에 따르면 연간 약 570만 개의 타이블이 판매되고 있다)는 현상 유지 수준이거나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업체들은 팬섭 버전을 구하는 게 쉽다는 건 아니메 "오타쿠" 부류들이 이미 출시할 작품을 봤다는 이야기이고, 결국 이들이 꼭 사야할 이유가 없는 한 더이상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이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산업계는 근심에 빠져 있다. 아니메 유통 업체들은 장기간 계속되는 저작권법 소송에 돈댈만한 형편이 못되고 대부분의 경우 미국 회사들이 유통을 위해 라이센스를 맺고 법적 행동도 불사할 거 같으면 팬 커뮤니티들도 알아서 해당 타이틀을 내린다.다른 유력한 아니메 유통 업체인 제네온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책임자 차드 키메는 "우리는, 파일을 공유를 한다고 누굴 고소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가 이들의 활동을 묵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제품에 보여주고 있는 열정과 사랑에 경의를 표하고 있으며, 이들이 타이틀이 라이센스되었다는 걸 알고 나면 90퍼센트의 팬섭 커뮤니티가 인터넷에서 팬섭을 없앤다는 걸 고마워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는 미국내 유통 업체들이 원 저작자들인 일본 스튜디오들에게 모든 결정권을 놔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미디어 팩토리를 제외하면 유통 업체들이 영어권 온라인 팬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놀란은 아니메를 제작한 감독들들도 팬섭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의 타이틀이 번역되어 배포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배틀 프로그래머 시라세"라는 시리즈물의 최근 마지막 편을 예로 들었다. 마지막 편에는 감독이 시리즈를 끝내면서 한 심심한 사과의 말이 포함되어 있는데 감독은 이 발언에서 "TV에서 쇼를 즐기는 분들, 그리고 PC 모니터에서 보려고 특별한 방법을 이용하는 방송계가 아닌 곳에 계신 분들, 허가없이 해외에서 자막을 만들어 보고 있는 모든 분들"로 대상을 언급하고 있었다 한다.놀란은 "아무도 미디어 팩토리가 모든 사람에게 편지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당히 일반적인 일일 것 같다. 내 생각엔 팬섭을 정말로 고마워하고 있을 일본 업체들도 여럿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