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SMB인가?
그간 IT 업체들의 매출에 많은 기여를 했던 대기업 고객들의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풀릴 줄 모르는 경기 침체의 지속으로 경쟁만 치열해지고 수익성은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대적으로 정보화 이슈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던 중소 규모 기업들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게다가 그 수는 어림잡기 힘들 정도로 '무수'하다. 따라서 SMB 시장의 가능성도 속단할 수 없을 만큼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썬의 최항기 상무는 대기업 고객들은 100을 구매하면서 150의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수익은 오히려 작은 데서 나올 수 있다. 중소기업들과 관계 형성만 잘 해놓는다면 어려운 입찰 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많은 고객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SMB 시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HP의 송학동 이사는 대기업 시장과 일반 소비자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와 있다. 이에 비해 중소기업 시장은 많은 성장 가능성을 안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매달 4000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공급 업체들의 심정은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각 산업 내 기업들의 개별 특성은 물론 있지만, 같은 산업군 내 SMB들의 요구는 큰 틀을 벗어나지 않으므로 패키지 형태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한 번에 얻는 수익은 적더라도, 이를 착실히 모으면 짭짤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 솔루션과 채널 확보한다면 '백전백승'
SMB 고객들은 모든 업종에 걸쳐 전국에 존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SMB들에게 적합한 솔루션을 두루 갖추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화된 솔루션을 갖춘 독립 솔루션 벤더(ISV)들은 물론, 전문 채널들을 촘촘히 배치하는 것이 시장 확보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SMB 시장에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국IBM은 협력 업체 면에서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해에만 한국IBM은 리포팅 툴 전문 업체인 포시에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솔루션 전문 기업인 유니보스, 로터스 기반 그룹웨어 및 포털 솔루션 제공 업체인 코디얼과 우수 독립 솔루션 업체(ISV) 지원 협약을 맺었다. 또 글로부스와 함께 온라인 채널 보험 영업 시장을 겨냥한 보험 사이버 마케팅 시스템인 '글로부스 웹슈랑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자체 솔루션을 보유한 ISV들과 산업별로 특화된 에코 시스템을 구성, 하드웨어+소프트웨어+솔루션을 토털로 제공, IBM과 채널사, 그리고 고객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파트너사를 대상으로 특별 인센티브 및 공동 마케팅을 지원하는 등의 혜택을 주는 비즈니스 파트너 대상, 솔루션 파트너 대상 어드밴티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채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한 한국IBM의 전략 중 하나다.
또 한 가지는, 중견/중소기업 비즈니스센터(SBC)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SMB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솔루션마트'를 통해 중견/중소기업에 특화된 IBM 및 유수한 솔루션 업체의 솔루션 가운데 필요한 것을 검색 및 구매 협상이 가능하며, 산업별로 정리된 뉴스도 볼 수 있다. 담당자와의 질문 및 상담, 'IT 동향 리포트' 및 신규 콘텐츠 소식을 담은 'SBC Newsletter' 등의 프리미엄 서비스도 이 웹사이트에서 누릴 수 있는 특혜다.

한국HP의 SMB 채널은 크게 제품의 유통과 맡고 있는 채널과 HP와 협력해 솔루션을 개발하는 솔루션 파트너로 구분된다. 특히 솔루션 파트너는 HP eKOREA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파트너 다이랙트'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표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채널이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와 주문만 받을 뿐, 재고·배달·설치는 HP가 직접 담당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채널은 재고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HP는 채널의 재고에 대한 마진을 줄일 수 있어, 가격에 민감한 중소기업 고객에게 알맞은 제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 썬은 SMB 채널로 직접 채널 50여 개, 간접 채널 100여 개 사를 갖고 있는데 산업별, 지역별로 나뉘어 있다. 직접 채널은 서울에 35개, 지방에 15개 사가 있다. 한국 썬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파트너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업종별, 산업별로 구분된 23개의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투신사를 포함한 금융, 제약·의류·소매 등의 제조/유통, 지역 민방이나 학원·학습지·구/군 단위의 공공 기관을 주 공략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금이 문제라면,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라
SMB들이 이제껏 정보화에 뒤쳐졌던 데는 당장 필요성을 느끼지 않은 데 따른 인식의 부족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때에는 불편함을 '조금 참음'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앞섰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은, 이제 정보화를 등한시하고서는 어떤 비즈니스도 원활히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또 오히려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이후 투자 비용을 뛰어넘는 효율성을 가져다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SMB들도 정보화에 대해 고려는 하고 있지만, 막상 초기 투자 비용 문제에 맞닥뜨리면 막막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SMB를 겨냥하는 공급 업체들은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IBM은 2003년부터 IGF(IBM Global Finance) 책임 하에 '이지 레이트카드(EZ ratecard)'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이지 레이트카드는 임대 요율을 제안하는 절차를 간소화해 빠른 시간 안에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될 수 있도록 해준다. 고객과 가까운 협력사들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금리로 제공한다.
한국HP도 지난해 말부터 임대(lease)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5000만 원 이상인 경우에는 HP 금융리스사업부에서 직접 관할하고, 5000만 원 미만일 때는 한국HP와 계약을 맺은 한국렌탈이 담당하고 있다. KPMG, 인터존 등은 이미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업체들이다.
한국 썬도 'SMF(Sun Microsystems Finance)'라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대기업 위주로 돼 있어 SMB 대상으로 그리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2005년 SMB 시장 '한판 승부' 예상
한국 썬 마이크로시스템즈(kr.sun.com)는 지난해 새로 출시한 x86 계열 서버와 솔루션에 기대를 걸고 있다. AMD의 옵테론 CPU를 장착한 썬의 x86 서버들은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탁월한 성능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매 분기마다 2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SMB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스토리지 분야에서는 하드웨어 가상화 기능을 탑재한 썬 스토에지 6920와 더불어 토털 썬 스토리지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SMB 고객들에게 한층 더 다듬어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한국 썬은 SMB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에 더욱 치중, 기존 협력사들과의 관계를 더더욱 돈독하게 해 윈-윈 전략을 다지는 한편, 동일 업종 간 고객 커뮤니티를 이끌어 업종 간 다양한 정보 교환 및 대 고객 서비스 등 더욱 고객과 밀착된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한국 썬은 2005년에 SMB 시장에서 150%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후지쯔(kr.fujitsu.com)의 SMB 전담 조직인 S&M(Small & Medium) 사업부가 정식 발족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따라서 많은 기대를 하기는 좀 일러 보이지만, 올해 4월로 예정된 리눅스 전용 서버 제품을 들고 시장에 적극 나서볼 참이다.
일단은 기존 고객들을 기준으로 SMB 고객들을 분류하고, 일본 투자 자본이 있는 기업들 1500여 개 사를 우선 공략 대상으로 삼아 플랫폼/솔루션/SI 부문이 힘을 합쳐 협공한다는 전략이다.
조직 출범이 늦었음에도 지난해에 기대했던 것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린 데 힘입어, 고객에게 혜택을 주면서도 후지쯔의 인지도와 시장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HP(www.hp.co.kr)는 올해 SMB의 기반 비즈니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월 3일에 발표한 '파트너 다이랙트' 모델과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솔루션 판매를 연계한 여러 마케팅 툴을 이용해 초소형 비즈니스(Micro biz)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는 각 산업별로 적합한 마케팅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핵심 공략 산업군을 정해 더욱 집중된 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한다면, 한국HP는 기존 20%에 머물던 이전 SMB 매출 비중을 올해에는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한국IBM(www.ibm.com/kr)은 올해 SMB 시장에서는 특히,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등을 중심으로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고 고객에게 신뢰받는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또한, SMB 기업 고객을 위해 특화된 브랜드인 익스프레스 오퍼링의 서비스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채널 다각화에도 더욱 주력해 올해는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무한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각 솔루션 공급 업체들은 종업원수와 매출 규모 등을 기준으로 SMB를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SMB를 논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 종업원수가 적더라도 매출은 엔터프라이즈 못지 않은 업체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각 업체들은 자사가 정의한 바에 따른 목표 고객수를 명확히 짚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4개 업체 모두 SOHO를 포함해 SMB에 하한선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그저 많다', 그리고 '무한하다'고만 표현하고 있다.
한국 썬의 최항기 상무는 사실 엔터프라이즈와 SMB 사이에 명확한 경계를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1000명 이하의 종업원을 둔 대기업의 자회사를 엔터프라이즈로 볼 것인가, SMB로 봐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확한 구분을 하는 데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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