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리버를 필두로 여러 업체가 PMP를 내놓았다. ‘손바닥 영화관’으로 불리는 PMP는 들고 다니면서 영화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기.
이미 들어봤겠지만 PMP와 개념은 똑같지만 MS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한 배다른 자식이 있다. 바로 PMC(Portable Media Center)가 그 주인공. 이 배다른 자식과 PMP의 차이는 기술적인 것일 뿐이다. PMC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안한 규격으로, 윈도우 CE 5.0을 기반으로 한 별도의 운영체제로 사용한다. 이에 비해 PMP는 리눅스나 임베디드 형태의 다른 운영체제로 동작하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땐 그냥 들고 다니면서 영화보고 음악 듣는다는 점에선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조금 차이가 난다. PMP가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제품이라면 PMC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10과 MS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보호막을 안고 있는 폐쇄형(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이기 때문.
금방 이해할 만한 예를 들자면 PMP나 PMC 모두 변환 작업은 거치겠지만 PMP로 DivX 영화를 모두 볼 수 있는 반면, PMC로는 모두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당장 PMP가 더 많이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이런 콘텐츠나 저작권 관련 싸움은 ‘긴 전쟁’이 될 것이다.
아무튼 PMC를 직접 접해본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오늘 우리가 살펴볼 삼성전자의 PMC, 옙 YH-999(이하 YH-999)는 꽤 관심을 끌만한 제품이 아닐까 싶다.
세련되지 않은 디자인 ‘얼짱은 아니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좋아
이 제품을 사진으로만 접했을 땐 ‘참 촌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봐도 그렇게 이 제품이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긴 어렵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는 나름대로 괜찮아 보인다(얼짱이 아닌 건 분명하지만).
일단 크기가 작아서 좋다. 네모 반듯한 이 제품의 크기는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치곤 부담스럽지 않다. 다만 모양만 봐도 ‘와이드 액정이 아닌 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크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건 좋지만 PSP같은 게임기처럼 와이드 스크린에 옆으로 길쭉한 모양새를 택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본체는 은색 알루미늄에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을 덧대었다. 앞면을 보면 26만 컬러를 표현할 수 있는 3.5인치 TFT-LCD 아래에 전원 버튼, 재생/일시정지 버튼, 좌우 선택 버튼, 이동/선택 버튼, 이전 화면 버튼, 시작 메뉴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바로 아래에는 내장 스피커가 있다. 액정의 시야각은 혼자만 보지 말하는 뜻인지 좋은 편이며, 선명도 역시 쓸만하다.
전원 버튼 둘레에는 LED를 배치했는데, 이 LED는 전원을 켠 상태를 알려주는 동시에 황색과 연두색으로 배터리 상태도 알려준다.

외부 연결 잭은 본체 위에 모여있다. 이어폰과 리모컨에 한꺼번에 꽂는 잭이 보이고 A/V 아웃 잭도 있다. A/V 아웃 잭은 TV에 YH-999를 연결할 때 쓰인다.
본체 왼쪽에는 고정(Hold) 버튼과 USB 포트, 전원 단자가 있으며 반대쪽에는 볼륨 조절 스위치와 리셋 홀이 있다. USB 포트와 전원 단자 위에는 고무 재질의 덮개를 씌워놓았는데, ‘보호해줘서 고맙지만’ 덮개를 다시 끼우려면 잘 안 끼워지거나 헐렁거려서 보기 안 좋다는 점은 아쉽다.
뒷면에 있는 스위치를 옆으로 옮기면 YH-999를 세워놓을 수 있게 돕는 받침대가 튀어나온다. 안쪽에는 전원 버튼이 하나 더 보인다. YH-999 앞면에 있는 전원 버튼은 누르면 곧바로 기기를 켜고 다시 누르면 곧바로 꺼지는 ‘인스턴트 온 부팅’ 역할을 한다. 전원 버튼을 누르면 화면만 꺼진다는 얘기. 이 상태에서는 사실 내부에는 계속 전기가 통하는 상태다. 기기를 오랫동안 쓰지 않는다면 뒷면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눌러 아예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YH-999의 인터페이스는 상당히 직관적이다. 전원 버튼 누르고 메인 화면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고 재생만 누르면 끝. 이런 점에선 무슨 한류스타도 아닌데 괜스레 ‘신비주의적’으로 기능을 감춘 듯한 복잡한 기기보다 훨씬 좋다.
그 밖에 리모컨에는 본체에 있는 기능 버튼이 대부분 자리잡고 있다. 당연하지만 MP3 재생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재생/일시정지, 앞뒤 고속 탐색, 볼륨 조절, 고정 스위치가 있다. 어떤 제품은 리모컨과 이어폰의 케이블 길이가 짧아서 불만인데, 이 제품은 조금 길다 싶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동영상 WMV 변환 ‘번거로워’, 배터리 오래가서 좋다
전원을 켜면 익숙한(물론 반갑지 않은 사람도 많겠지만) MS의 인터페이스가 보인다. 여기엔 윈도우 바탕화면 비슷한 바탕을 배경으로 내 TV, 내 음악, 내 그림, 내 비디오, 설정의 5가지 메뉴가 있다. 화면 오른쪽 아래에는 건전지 표시도 있는데 달 알다시피 건전지 잔량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엔 그 밖에도 반복 재생과 고정(잠금) 표시도 나온다.
동영상이나 음악 등을 선택하면 하위 메뉴에서 이들 파일을 곡명, 장르, 새로 업데이트한 것 등 다양한 소트로 나눠서 고를 수 있다. 탐색기처럼 고를 수 있는 창도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튼 PC 냄새가 나지 않는 선택 방법은 마음에 든다. 또 처음부터 재생 외에도 보던 곳부터 재생하는 ‘계속 재생’도 지원해 편하다.
A/V 아웃 단자를 지원, TV와 곧바로 연결해 동영상을 볼 수도 있다. 설정에서 TV를 선택하면 곧바로 TV로 출력 신호가 가고 YH-999의 액정엔 신호가 끊긴다.
음질은 쓸만한 편이다. 외부 스피커는 내장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크게 욕심부릴 건 못 되지만. 이어폰을 기준으로 하면 채널당 35mW에 이른다. 음질도 깔끔한 편이니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이제 이 ‘심플한’ 친구에게 PC를 소개해주는 방법을 살펴보자. 앞서 PMC는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10을 기반으로 한다고 했다. YH-999가 지원하는 USB 2.0을 이용해 PC와 연결하면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 10이 나와 동기화 여부를 묻는다(물론 버전 10을 설치하지 않았다면 먼저 업데이트부터 해야겠지만).
동기화를 선택하면 미디어 플레이어 9 이상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기기 동기화 메뉴가 나온다. 메뉴는 화면 왼쪽엔 동기화할 동영상이나 MP3 파일 등을 드래그&드롭으로 놓을 수 있고, 오른쪽은 기기의 내부 메뉴 구성. YH-999로 옮기고 싶은 파일을 화면 왼쪽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미디어 플레이어 10으로 동기화할 수 있는 건 동영상과 음악. 음악의 경우 MP3와 WMA의 2가지 포맷을 지원한다. 문제는 동영상인데, 안타깝게도 모든 파일을 WMV로 바꿔야 한다(불행 중 다행이랄까. 다행히 MP3 파일을 WMA로 바꾸는 짓은 하지 않는다).

AVI와 MPEG, MPE, MPG, AU, SND 등의 파일 형식을 WMV로 바꿔주는데, DivX 동영상의 경우 모두 바꿀 수는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일부 코덱의 경우 인코딩용 코덱이 없으면 변환할 수 없게 해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코덱만 있으면 모든 DivX 동영상을 변환할 수 있겠지만 실제론 모두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빼고 파일 변환 과정만을 따지면 편해서 좋다(변환 과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흠이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파일 변환을 위해 굳이 미디어 플레이어 인코더 같은 걸 받을 필요가 없으니까. 미디어 플레이어 10의 화면 왼쪽에 올려놓고 동기화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WMV 포맷으로 바꾼다.
파일 변환에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시스템 환경이나 코덱 종류 등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참고 정도로 삼겠다면 700MB짜리 파일 하나를 변환하는데 기본으로 30분은 잡는 것이 좋겠다(테스트할 때에는 699MB짜리 AVI 파일을 WMV로 바꾸는데 21분 걸렸다).

이미지 뷰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JPEG 파일을 옮기겠다면 미디어 플레이어 10이 아니라 탐색기에서 기기를 직접 선택해서 복사해야 한다. SMI 파일이나 YH-999가 지원하지 않는 파일 포맷은 아예 복사할 수 없다는 것도 미리 알아두는 게 좋겠다. 바꿔 말하면 이 20GB짜리 기기를 휴대용 하드디스크 겸용으로 쓸 생각은 말라는 말이다. 그럴 수 없으니까.
그 밖에 미디어 플레이어 10에서 드라이브 포맷이나 폴더 생성과 삭제 등이 가능하며 음악 재생 도중에 사진을 슬라이드 쇼로 설정해 감상할 수도 있다.
휴대용 기기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연속 재생 시간이다. 이 제품의 연속 재생 시간은 사양으론 동영상 3시간, MP3 12시간이다. 실제로 테스트해보면 동영상 재생 시간은 4시간 27분. 사양에 표시된 3시간보다 훨씬 오래 간다(제조사가 겸손했던 걸까?). 다만 전원이 부족해지면 아무 신호도 없이 전원을 확 꺼버리지 말고 미리 신호라도 주면 좋겠다. 아무튼 영화 2편 정도는 거뜬해 보이니 좋다.
YH-999는, 아니 PMC는 MS가 지원하는 포맷과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의 활성화가 성공의 관건이다. 당장은 DivX 등의 재생에 제약이 많다는 게 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봐도 조금 더 개방적인 구조를 가져가는 게 소비자에겐 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YH-999만 평하자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춰 초보자도 다루기 쉽다는 게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디자인은 손 좀 봤으면 좋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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