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디오 대여점에 들러봤다면 몇 년 전과는 다른 점을 눈치챌 수 있다. 두툼한 비디오테이프 대신 점차 얇고 가벼운 DVD가 대여점의 장식장을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DVD는 뛰어난 화질과 음향으로 비디오테이프를 밀어내며 영화나 동영상 같은 각종 대용량 정보를 담는 매체로 성장했다. PC에서도 일반 CD보다 6~7배나 많은 저장용량으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최근 팔리는 PC에 장착되는 광저장장치가 CD에서 DVD 기록이 가능한 제품으로 교체되고 있는 것을 봐도 DVD가 대세라는 점은 쉽게 눈치챌 수 있다.이처럼 DVD가 점차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가운데 전자업계는 벌써부터 차세대 매체를 둘러싸고 한판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의 DVD보다 3~4배 더 많은 용량을 담을 수 있는 차세대 매체의 규격을 정하기 위한 양보 없는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블루레이 vs. HD-DVDDVD가 정착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차세대 광(光)저장매체를 놓고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고화질(HD) 방송 등으로 저장용량이 큰 매체가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94년 현재 사용되는 DVD의 규격을 놓고 사이좋게 합의를 봤던 업계는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2개의 기술규격을 놓고 으르렁거리며 표준화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쪽 진영에서는 ‘블루레이(Blu-Ray)’를, 다른 쪽에서는 ‘HD-DVD’를 내세우며 서로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두 기술은 겉으론 비슷해 보이나 기술적으로 호환이 안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든 통일이 돼야 하는 판국이다.블루레이 진영은 일본의 소니가 이끌고 있다. 2002년 2월 블루레이디스크협의회가 출범해 필립스전자, 파이어니어, 샤프, 미쓰비시 등이 블루레이 진영에 가담했다. 여기에 PC업체인 HP와 델컴퓨터 등도 블루레이 개발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블루레이 지지를 선언하고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HD-DVD는 일본의 도시바가 주도하고 있다. 소니가 주도하는 블루레이에 반기를 들고 2002년 11월 개발에 착수했다. 여기에 NEC, IBM 등이 가담해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블루레이 진영은 용량이 크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HD-DVD 쪽은 기존 DVD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고 있다.영화사가 ‘심판’양측은 표준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자업체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한편 영화사들에 각종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영상 콘텐츠를 가진 영화사들이 어떤 규격을 지지하느냐가 시장에 어떤 규격이 뿌리내릴지를 정해줄 잣대이기 때문이다.이와 관련해 워너브러더스, 파라마운트, 유니버설 등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사들은 HD-DVD 지지를 선언해 시장 판도가 도시바 진영으로 기우는 듯했다.그러나 이달 미국의 2위 미디어업체인 디즈니가 블루레이 진영의 손을 들어주며 차세대 매체를 둘러싼 승부 향방은 다시 안갯 속으로 빠져들었다. 블루레이는 현재 20세기폭스, MGM과 함께 드림웍스, 소니픽처스의 지지를 받고 있다.이처럼 양 진영이 한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대결을 벌이며 시장은 점점 혼돈 속에 빠지고 있다.어느 한쪽으로 통일없이 양쪽이 제각각의 규격을 시장에 내놓으면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게 된다. 섣불리 한쪽 기술제품을 구입했다가 시장이 다른 쪽으로 기울면 이미 사놓은 기기와 매체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한국업체 블루레이 진영 가담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찌감치 블루레이 진영에 가담하며 소니 측에 힘을 실어줬다. 삼성과 LG는 하반기부터 블루레이 기술로 기록이 가능한 ‘블루레이 리코더’를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LG전자가 지난 9월 국내 최초 제품을 출시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지난 13일 블루레이 리코더를 본격 양산하기 시작했다.세계 가전시장을 주도하는 삼성과 LG가 이처럼 블루레이 제품 출시에 잇따라 나서면서 한국시장이 블루레이 성공을 판가름해 줄 국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