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브라운관「쉽게 안죽어!」

일반입력 :2004/12/08 17:09

Richard Shim

섹시하게 보이는 평면 TV가 일반 브라운관 TV보다 화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용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올 크리스마스 시즌에 큰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는 평면패널 TV는 최근의 가격 하락까지 이어져 이러한 전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TV의 이런 인기에도 불구하고 평면패널TV는 CRT 방식의 TV와 비교할 때 비용과 화질 면에서 뒤쳐진다.

IDC의 애널리스트인 봅 오도넬은 “소비자들이 평면패널TV를 구매할 때 첨단기술을 구매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는 감성적인 만족일 뿐이다. 평면패널 TV의 구매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의도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LCD나 플라즈마 등 평면패널TV의 기술발전으로 제조사들은 이제 더 크고 얇으면서도 가벼운 TV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CRT 방식의 TV의 크기가 최대 42인치로 제한되는 반면, 패널 TV는 70인치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무게 또한 CRT 방식의 몇 분의 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평면 패널 TV는 이동이나 조정이 까다로워 벽에 걸기 어려우며, 화질도 CRT 방식에 미치지 못한다.

연구조사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2004년 LCD 모니터는 CRT 모니터보다 더 많이 판매됐다. 모니터의 경우 LCD는 CRT보다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TV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PDP는 시간이 지나면 밝기가 떨어지며 CRT 방식에 비해 화질이 선명하지 않다. 또 LCD TV는 크기에 비해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

제조사의 관점에서 보자. CRT 사업은 지난 50년간 상당한 이윤을 창출했지만 이제는 이윤을 창출하기 어려운 한물간 분야다. 현재 CRT가 전 세계 TV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상당기간 정체된 상태다.

반면 평면패널 TV의 매출은 다소 증가하여 현재 전체 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윤 폭 역시 상당하다.

LG 필립스 디스플레이 인터내셔널의 기업전략부장인 시그프리드 트링커는 향후 시장이 성숙하면 평면패널 TV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며,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서플라이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CRT TV의 평균 판매가는 304달러. 저가형 CRT TV시장의 평균 가격대는 250달러 수준이라고 트링커는 밝혔다. 사실 이정도 저렴한 가격대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고가 제품을 함께 검토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트링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실제 구매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도 같은 입장이다. 아이서플라이는 CRT TV가 2008년에도 전체 TV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TV 사업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짐 샌더스키는 “CRT TV가 현재 시장에서 비용대비 가장 효과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CRT가 아직 높은 시장점유율을 보인다면 새로운 기회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삼성과 LG 필립스 디스플레이가 구형 CRT 기술을 개선하여 슬림형 CRT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CRT는 기존 브라운관보다 30% 더 슬림형이며 더 슬림한 모델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슬림형 CRT TV의 첫 물량이 2005년 중반 또는 하반기에 미국에서 시판될 예정이며 아시아 일부지역에서는 30인치 규격의 모델이 2005년 1사분기에 시판될 것으로 전망된다. 슬림형 CRT TV는 일반 CRT TV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가격 차이는 그리 크지 않으며, 이 역시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그러나 마쓰시다, 샤프, 도시바 등 대규모 TV 제조사들은 CRT TV 생산을 중단하거나 축소하여 마진폭이 큰 제품군으로 전환하고 있다. 소니는 CRT TV의 생산을 일본 내에서는 중단했지만 미국시장 판매용으로는 계속 생산중이다.

소니 전자의 가전사업부 수석부사장인 마이클 피들러는 “CRT는 소니의 TV 사업의 중요한 일부분이며 상당히 성공적이다”라고 말했다.

CRT 방식의 TV를 생산하는 회사가 점차 줄어드는 대신 평면패널 TV 제조회사의 수는 늘어나는 추세이다. 아이서플라이에 의하면 금년에 플라즈마 TV의 평균 판매가는 3342 달러이며 LCD TV의 평균 판매가는 1591 달러였다. 평면패널 TV의 대당 이윤마진은 화면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15~19% 정도다.

이렇듯 높은 이윤 마진으로 인해 델, 게이트웨이, HP, 폴라로이드 등 이전에 TV를 생산하지 않던 업체들도 평면패널 TV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신규진출업체들은 136억 달러에 달하는 TV 시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평면패널 TV와 디지털 방식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 평면패널 TV의 스크린은 HDTV의 고화질을 대형 화면으로 구현할 수 있다.

IDC의 오도넬은 두 개의 요소가 말하자면 원 투 펀치 같은 격이다라고 말했다.

케이블, 위성, 또는 공중파로 전송되든 관계없이 디지털 방송은 구형 아날로그 방식에 비해 훨씬 우수한 화질을 구현한다. HDTV는 SDTV나 개선된 화질의 TV보다 훨씬 우수한 고화질을 구현하는 디지털 TV이다.

디지털 TV와 HDTV는 수년 동안 정체상태이었지만 현재 다음과 같은 요인들의 상승작용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공중파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꾸준한 방침,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저장기술의 개선과 가격하락, ▲위성, 케이블 사업자간의 치열한 경쟁, ▲디지털 전송기술의 발전을 점차 수용하는 할리우드의 입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방송이 아날로그를 추월하려면 아직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T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소 혼동스러울 수 있다.

오도넬은 “앞으로 몇 년간 다소 어색한 공존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