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이 멋진’ 올인원「애플 아이맥 G5」

일반입력 :2004/12/01 14:03

이석원 기자

기억에 가장 오래 남게 만드는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감탄하게’ 만들면 그만이니까. 그런 점에서 애플은 남다른 재주가 있다. 예전에 인용했던 내용 중에 타임지가 이전 아이맥 제품을 표지 모델로 내세우면서 ‘터무니없이 근사하다’는 멘트를 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도 그러냐고? 물론이다. 애플은 멋쟁이들의 스타일을 잘 아는 모양이다. 신형 아이맥 G5를 표지로 내세울 곳이 있다면 그들 역시 ‘터무니없이 멋지다’는 감탄사를 기꺼이 보낼 것이다.

이 신형 아이맥의 디자인 컨셉트는 아이포드다. 아이포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와 확장시킨, 그런 스타일이다. 매킨토시로 출발한 애플이 이제 아이포드의 힘을 빌리는 것을 보면 새삼 아이포드의 위력을 실감케 하기에 충분하다. 멋진 디자인에 보낸 찬사가 모두 끝났다면 이제 마음을 다잡고 아이맥을 살펴보자.

단순 미학을 강조한 ‘올인원’, 디자인은 이번에도 ‘홀인원’

아이맥 G5가 제안하는 가장 큰 컨셉트는 ‘올인원’이다. 모니터와 컴퓨터 본체를 아예 한데 묶어버린 것. 언뜻 보면 두꺼운 모니터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체형이라는 걸 안 다음에 다시 제품을 쳐다보면 5cm라는 두께가 상당히 얇게 느껴질 것이다.

이 제품의 디자인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아이포드의 컨셉트를 그대로 따왔다. 와이드 모니터를 채택하는 바람에 ‘뚱뚱한 아이포드’ 정도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디자인은 애플이 늘 그랬듯이 단순미를 강조한 ‘흰둥이’다. 깔끔하고 도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에는 그만.

본체 앞면에는 버튼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애플 로고와 전원을 켜야 보이는 전원 LED가 있을 뿐. 테스트 제품은 20인치 와이드 TFT-LCD를 채택한 것인데, 최대 해상도는 1680×1050까지 지원한다.

모든 단자는 뒷면에 가지런히(정말 가지런히) 일렬로 배치되어 있다. 오디오 라인 입력 단자와 디지털 출력을 지원하는 광출력 단자, 파이어와이어 400 포트 2개, USB 2.0 포트 3개, 56Kbps 모뎀 단자, 10/100BASE-T 랜 포트 등이 그것. 파이어와이어 400은 IEEE 1394a 규격의 버스 인터페이스로, 400Mbps의 전송률을 지원한다.

케이블은 전원 연결에 쓰이는 전원 케이블 달랑 하나만 보인다.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다는 것. 본체 앞면의 깔끔한 스타일을 뒷면에서도 잊지 않게 해주기에 충분하다.

모니터 지지대는 ‘ㄴ’자로 꺾어놓은 스타일이다. 좌우로 회전시킬 수 없어 피봇 기능을 쓸 수 없다고 불평하지는 말 것. 컴퓨터 본체와 한 몸인 모니터를 좌우로 돌리겠다는 건 욕심이다. 아무튼 이런 이유로 모니터 지지대는 위아래 -5°에서 +25°까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랙 마운트? 물론이다. 베사의 FDMI를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 키트만 구입하면 벽걸이로 쓸 수도 있다.

본체 옆면에는 슬라이딩 도어 방식의 광드라이브 베이가 있다. 별다른 표시가 없어 광 미디어를 거꾸로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별 문제는 없으니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Eject’ 버튼은 키보드에 위치하고 있다.

그 밖에 본체 아래쪽에는 스테레오 스피커를 달았다. 스피커는 내장형으론 정말 멋진 음질을 자랑한다. 또 이전의 매킨토시가 그랬듯이 아이맥 G5의 키보드 역시 USB 포트를 지원한다. 12Mbps의 USB 1.1 규격을 만족하는 포트 2개를 단 것. 아무튼 USB 방식의 키보드와 마우스만 끼우면 아이맥 G5를 사용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는 셈이다.

소음은 줄이고 방열 효과는 높인 효율적인 내부 구조

사실 디자인을 놓고 애플에 불만을 터뜨렸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애플은 ‘어디에 놓을 것인가 고민하는’것보다는 ‘어디에 놔도 좋을’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것 같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건 기술적인 문제와 늘 거슬리는 호환성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아이맥 G5의 본체를 분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체 아래 스피커 쪽에 있는 나사 3개만 풀면 되니까. 본체를 뉘어놓고 지지대를 들어올리면 내부가 보인다.

파워맥 G5가 나왔을 때에도 그랬지만 아이맥 G5 역시 사람으로 따지면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마음씨도 곱다(내부도 멋지다는 얘기). 내부는 상당히 효율적으로 보인다. 메인 기판을 중심으로 위에 CPU, 오른쪽에 그래픽 카드, 바로 위에는 하드디스크가 있다. 맨 아래쪽에는 스피커 모듈 쪽과 전원 어댑터가 자리하고 있다.

발열 처리가 필요한 부품에는 쿨러를 달고, 열이 다른 곳으로 세지 않고 밖으로 곧바로 빠질 수 있도록 일종의 공기 통로를 설치했다. 이는 파워맥 G5와 마찬가지로 부품별로 영역을 분리하는 역할을 해준다. 내부 공기 흐름이 각각의 영역에서만 흐르도록 설계한 것.

물론 비좁은 공간에 파워맥 G5처럼 냉각팬을 9개씩 넣을 수는 없다. 내부에 장착된 냉각팬은 모두 3개.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기 영역 내의 공기 흐름과 발열만을 책임지고 있어 문제가 없다. 냉각팬이 줄어든 덕분에 파워맥 G5에서 35dB였던 소음이 25dB로 줄어드는 득까지 챙겼다.

아이맥 G5는 IBM의 64비트 프로세서인 파워PC G5를 장착했다. IBM의 파워PC 솔루션은 AMD의 그것과 비슷하다. 메모리 컨트롤러를 CPU에 아예 내장하고 있어 CPU 개수가 늘어날수록 대역폭도 계속 늘어난다. 테스트 제품의 경우 600MHz. 제품 성능? 이 제품의 성능은 파워맥 G5와 기존 아이맥 시리즈의 중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단위 sec. 아이맥G5(1.8GHz 파워PC G5, 512MB DDR SDRAM 400MHz) e맥(1.25GHz 파워PC G4, 256MB DDR SDRAM, 333MHz) 20인치 아이맥(1.25GHz 파워PC G4, 256MB DDR SDRAM 333MHz)

단위 fps.

아이맥 G5(nVIDIA GeForce FX5200) 20인치 아이맥(nVIDIA GeForce FX5200) 파워맥 G5(ATi 레이디언 9800)

이 제품을 사러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야 할까? 사실 여기서 걸리는 문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호환성이다. 아이맥 G5는 지갑을 열기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매킨토시는 호환성에서 부딪히는 벽이 아직도 너무 많다. 애플의 정책적인 문제지만 아이포드가 매킨토시에서만 쓸 수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했을까 생각해볼 문제다.

마치 조용필의 노래를 듣기는 해도 노래방에서 직접 부르긴 부담스러운 것처럼, 김희선을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그런 심정을 느끼지 않으려면 매킨토시의 호환성 확보가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편집 쪽에선 여전히 강자지만). 매킨토시만의 정통성을 최대한 지키면서 호환성을 확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멋진 제품을 닮은 PC를 구하러 가게 하지 말라!

또 요즘 심심찮게 소개됐던 모니터와 본체를 한데 묶은 일체형의 경우 거실 정복엔 부담스러운 구석이 있다. 거실을 타깃으로 한 컴퓨터의 당면 목표는 TV를 모니터로 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일체형은 멋진 작업용은 될 수 있으나 거실의 주인이 되기보단 과도기형 제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 실제 쓰임새가 큰 건 아니지만 해외에선 제공되는 내장 블루투스 기능이 국내판에선 외장 옵션이라는 점도 ‘없으면 괜히 아쉬운’ 심정이 든다.

제품만 본다면 아이맥 G5는 분명 멋진 제품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이 제품을 보고 탄성을 지르지 않는 사람 보기도 어려울 만큼 멋지다. 아름다운, 그리고 탄탄한 성능도 겸비했으며 공간 활용도는 뛰어난 제품. 바로 아이맥 G5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