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는 벤처기업의 기술을 제대로 평가해줄 수 있는 곳이 없다." 유럽형 이동통신(GSM) 단말기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벨웨이브의 양기곤 사장은 올 하반기 금융기관의 집중적인 대출금 상환 압력에 시달렸다.벨웨이브는 지난해 4100억원의 매출에 4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올 상반기 중국시장에 주력했던 한 국내 휴대전화기 제조업체가 쓰러지면서 양 사장의 악몽은 시작됐다. 금융기관은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벨웨이브도 위험하게 여기고,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재촉했다. "1999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냈고, 사내 유보금도 넉넉한 편이었다. 게다가 벨웨이브의 GSM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대출금을 갚으라고 재촉했다. 보유 기술은 안중에도 없었다."금융권의 상환 압력이 거세지자 양 사장은 비상 경영을 선포했다. 양 사장은 9월 이후 월급을 전액 반납했다. 또 380명 전체 임직원 중 140명을 해고했다.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200억원 규모의 재고품을 헐값에 처분했다. 이 바람에 올해 처음으로 적자가 예상된다."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2개월 만에 마쳐 내년에는 흑자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3019억원의 매출에 98억원의 영업이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예전처럼 첨단 기술을 개발해 제조업체에 기술을 판매하는 '기술 중심 회사'로 되돌아갈 것이다. 더 이상 휴대전화기를 직접 제작할 생각이 없다."이와 함께 2006년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등록할 목표도 세웠다. 코스닥보다는 나스닥이 벨웨이브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