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의 기초] ① 장르별로 뜯어보기

일반입력 :2004/10/17 13:29

김병철

고등학생 K군은 게임 마니아입니다. 어려서부터 오락실을 섭렵하고 컴퓨터 게임과 게임기용 게임을 즐겨했습니다. 요즘은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K군의 장래희망은 자신이 즐겼던, 그리고 즐기고 싶은 게임을 만들어 보는 것. 즉 게임 제작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게임에 관련된 책들도 읽고 게임 제작에 관한 책도 많이 봤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신이 지금까지 즐겼던 게임들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게임은 과연 무엇들로 이뤄졌는지, 게임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조차 이해되지 않는 것입니다. 마침내 K군은 어느 게임 개발자의 홈페이지를 찾아서 질문을 했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 개발자는 ‘열심히 만들면 됩니다’라고 짧은 답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과연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한 학생을 예를 들어 보았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홈페이지나 책을 통해서 짧은 시간에 배우고 익히는 것은 상당히 힘듭니다. 게임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의 한두 가지 정도를 익히고 공부하는 것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구성과 흐름을 알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게임 제작에 관련된 학원을 다닌다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지만 게임 제작 학원은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배워야 하고 이것을 배우기 위해서는 학교를 졸업해야만 합니다.

학생 신분으로는 학원에 다니며 공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초보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입문서가 시중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프로그램이나 기획 등의 한정된 분야의 입문서가 있을 뿐이죠, 물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접한다면 흰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일 겁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알아야 할까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게임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게임은 무엇이고 그 게임들을 이루는 요소는 무엇이며 마지막으로 게임을 만드는 과정은 이런 것이란 정보를 이 연재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설명하고자 합니다.

게임의 장르 구분

애니악으로 시작한 컴퓨터의 역사에서 컴퓨터 게임은 알다시피 미국의 MIT 대학 연구소에서 만든 스페이스 워라는 슈팅 게임으로 시작했고, 상업용 게임으로는 그래픽을 사용한 탁구 비슷한 게임 퐁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지요. 지금은 많은 나라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고 대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는 곳은 북미, 유럽, 일본 등 크게 세 곳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익히 알고 있는 외국계 회사의 절반 이상은 영국과 프랑스의 게임 회사들입니다.

미국과 유럽은 문화권이 어느 정도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한 게임들로 구성되지만, 일본에서는 문화적 특수성 때문에 다소 다른 게임성을 가진 게임들이 등장했습니다(물론 유럽은 어드벤처류의 스토리성 게임이 강세이고, 미국은 액션류가 강세이긴 합니다). 일본 게임의 특색이라면 기존의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어진 장르를 간략하게 하거나 복합적으로 차용함으로서 그들의 문화에 맞는 게임으로 바꾸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자면, 일본의 유명한 드래곤 퀘스트는 미국의 울티마를 간략화시켜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의 회사들도 일본 게임과 비슷한 게임을, 일본 회사들도 미국 게임과 비슷한 게임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나라와 많은 회사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은 앞에서 소개한 대로 슈팅과 액션 게임에서 시작해 RPG(Role Playing Game), 어드벤처 등 다양한 게임들이 나오게 되면서 장르라는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영화와 마찬가지로 장르라고 불리는 구분법을 사용하는데 게임은 어떠한 장르가 있을까요? 그리고 각각의 장르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들이 주로 사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RPG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게임 장르는 바로 RPG일 것입니다. RPG는 크게 일본식과 미국식으로 나뉘는데, 미국식 RPG는 자유도로 대변되는 울티마나 위저드리 시리즈와 같은 광활한 대륙과 다양한 직업, 그리고 많은 이벤트를 가지고 있는 게임입니다. 위저드리 시리즈나 마이트앤 매직 시리즈는 기초에 TRPG(Table-RPG)인 D&D(던전 앤 드래곤) 룰을 가지고 게임에 맞도록 간략화하여 게임을 만들었습니다(당시의 컴퓨터로는 D&D 룰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미국 RPG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울티마는 오히려 TRPG 룰을 적게 가지고 있습니다. 하여간 미국 RPG는 TRPG의 영향을 받아 게임 마스터의 역할을 컴퓨터가 하는 것으로 하여 높은 자유도를 가지고, GM이 운영하는 세계에서 모험을 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RPG는 울티마의 성공으로 울티마의 간략판을 만들게 되는데, 그 중 성공한 것이 드래곤 퀘스트였습니다. 당시의 일본 PC는 MSX라는 기종으로 애플에 비해 그래픽 능력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그래픽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메모리를 사용해야 하므로 다른 부분에서 사용되는 메모리를 줄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자유도를 포기하는 대신 게임하는 사람들이 주어진 시나리오를 즐길 수 있도록 잘 짜여진 일방통행식의 스토리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게임들 중 대단히 성공한 시리즈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입니다.

대표적인 미국식 RPG라면 물론 고전 명작인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 앤 매직부터 요즘에 대명사처럼 불리는 디아블로, 발더스 게이트, 네버윈터 나이츠 등이 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아블로 정도는 들어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일본식 RPG에서 유명한 것이라면 파이널 판타지, 영웅전설, YS, 드래곤 퀘스트 등이 있습니다(일본에서는 Ascii사에서 RPG란 상표에 대한 상표권이 있어서 약자인 RPG를 사용하지 못하고, 롤프레잉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국내에서는 미국식 RPG보다는 일본식 RPG가 많이 유행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스토리를 이해하기 힘든 외국의 게임보다 국산 게임이 더 주목을 받았던 얼마 안되는 장르여서 국내에서도 많은 수의 RPG들이 제작됐습니다. 국산 게임으로 유명한 것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사가, 창세기 외전 등이 있으며, RPG에서 파생된 장르인 SRPG(시뮬레이션 RPG)라는 장르의 창세기전 시리즈 등이 매우 유명합니다. 필자도 몇 개의 RPG 게임을 만드는 데 참여했지만 그리 유명하지는 못했습니다.

RPG를 해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사실 프로그램적인 트릭이나 기술이 많이 필요한 장르는 아닙니다. 다만 기획적 요소를 충실히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RPG 특유의 다양한 룰을 제대로 표현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시나리오 등을 충실히 재현해야 하기 때문에 스크립트 부분 기술이 매우 발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게임에 비해 방대한 자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데이터를 관리하는 부분에서의 기술적 부분이 많이 필요합니다.

액션 게임 등의 스테이지가 좁은 게임과 달리 광대한 지역을 여행하는 게임이 많은 RPG는 넓은 맵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2D에서는 간단할 수 있지만 3D에서는 상당히 제약이 많아서 아웃도어 형식의 비행 시뮬레이션 등에서 사용된 지형 방식인 CLOD(Continuous Level Of Detail) 방식이 사용되는 등 넓은 지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MMORPG

현재 국내에서는 패키지 게임, 즉 CD 패키지를 구입해서 PC에서 혼자 즐기는 게임들은 거의 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MMORPG 형식의 RPG 게임이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RPG게임의 한 형식일 수 있는 MMORPG를 굳이 따로 분류한 것은 이 장르의 게임들이 요즘 워낙 많이 만들어질 뿐 아니라 게임성 자체도 굉장히 틀리기 때문입니다. MMOPRG는 예전 PC 통신에서 서비스하던 MUD에서 출발했습니다. 다양한 유저들이 하나의 채팅방에 모여서 TRPG를 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정도로 자유도가 풍부한 게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을 사용한 소위 MUG로 바뀌면서 자유도 부분은 많이 줄어들었고 대신 유저들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부분이 많이 보강됐습니다.

이 장르는 현재로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의 기술이 가장 진보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게임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국내의 게임 문화를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리니지 시리즈와 뮤, 라그나로크 등이 있으며 외국에서 만든 것으로는 울티마 온라인, 에버퀘스트, 다크에이지 오브 카멜롯, 에슐론즈 콜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필자도 MMORPG까지 만들어 보긴 했는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듯합니다.

MMORP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버 기술입니다. 동시에 수백, 수천 명의 접속자를 무리 없이 처리하면서 DB 등과 연계시키고 전송량을 최소화하는 등 여러 가지 기술과 많은 자본이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습작 형식의 작품을 만들기 힘든 장르가 바로 이 MMORPG입니다. RPG와 마찬가지로 넓은 지형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액션 게임 등에서 중요성이 높은 물리학 등의 기술은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사용되어도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시간 전략 게임

스타크래프트하면 모두 고개를 끄떡일 것입니다. 듄, 워크래프트, C&C 등의 대표작이 있는데 다른 장르에 비해 이 실시간 전략 게임이란 장르는 역사가 짧기 때문에 게임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근래에 많이 만들어져서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더 친근한 장르이기도 하구요. 무려 5년여을 장수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국내에 매우 친근한 타이틀입니다. 어렸을 때 인형으로 하던 병정놀이에서 발전한 이 전략 게임은 턴제 전략 게임에서 점차 발전했는데, 듄의 성공으로 실시간 전략 게임 RTS(Real Time Simulation)이라는 장르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후 C&C 시리즈나 무명의 블리자드를 일약 스타로 키운 워크래프트 시리즈들은 이 장르의 명작들입니다. 쉬운 조작과 멀티플레이를 사용한 대전, 팀플레이 등은 RTS 장르를 다른 게임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RTS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바로 인공지능입니다. 유닛들의 인공지능이 관건인데 얼마나 많은 유닛을 얼마나 빠르고 자연스럽게 처리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스타크래프트 이후에 RTS의 인터넷을 사용한 멀티플레이 대전 또한 이 장르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드밴처

어드벤처는 슈팅, 퍼즐과 함께 가장 오래된 게임 장르 중 하나입니다. 1977년 어드벤처라는 텍스트 게임이 처음 나왔고, 이것은 어드벤처 게임의 효시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 때 모든 게임의 기원처럼 여겨지던 게임 장르이지만 이제는 어드벤처만을 표방하는 게임, 이른바 정통 어드벤처를 보기는 매우 힘듭니다. 이러한 정통의 맥락을 이어가는 게임이 있다면 호러 어드벤처류가 거의 유일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드벤처는 스토리를 따라간다는 점에서는 RPG류와 비슷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만들어지는 RPG와는 많이 틀리며 일본 RPG와도 틀린 점이 많습니다. 일단 RPG의 역할이나 성장 등의 개념이 없고 스토리 또는 퍼즐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게임을 진행시키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또한 RPG에서 사용되는 서브 이벤트 등의 이벤트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영화처럼 하나의 스토리만을 따라가는 방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 또한 RPG에 비해 많이 짧습니다.

어드벤처는 크게 루카스나 시에라 등에서 제작하던 정통 어드벤처와 일본 등에서 만드는 비주얼 노벨류의 어드벤처, 그리고 퓨전 장르의 어드벤처로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정확히 말하면 일본의 비주얼 노벨류의 게임이 더 어드벤처의 원형 텍스트 어드벤처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루카스 등의 정통 어드벤처는 무척 역사가 깊은 게임 방법으로 영화와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측면이 많으며, 게임 내에서 퍼즐이나 대화 등을 통해 게임의 힌트를 풀고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연출이 매우 중요한 데 마치 영화와 같은 비주얼을 보여줍니다. 일본의 비주얼 노벨류 어드벤처 게임은 대사 등을 위주로 게임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주얼 노벨은 어드벤처의 게임성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어떤 여주인공이 나오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연애와 관련된 게임이 많습니다. 특히 소위 ‘18금’이라 불리는 성인용 게임이 많습니다.

전통적인 어드벤처의 명가라 불리는 루카스나 시에라에서도 요즘은 어드벤처를 많이 만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어드벤처 게임은 대단히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게임기 시장에 비하면 별 볼 것 없는 PC 게임 시장이지만 어드벤처, 특히 성인용 게임만은 독보적인 생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기용 게임을 본다면 정통 어드벤처 게임보다는 호러나 액션들을 가미한 어드벤처 게임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귀무자 시리즈나 사이런트 힐 시리즈,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어드벤처는 RPG와 비슷한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RPG와는 다르게 다른 장르의 기술들이 많이 활용되곤 합니다. 일본의 비주얼 노벨의 경우에는 스크립트 방식의 집대성처럼 스트립트 기술을 활용합니다. 일본 어드벤처의 명가 elf의 게임은 실행 파일은 동일하나 스크립트와 데이터만 교체하여 다른 게임을 만들게 함으로써, 많은 게임을 한꺼번에 출시하는 저력을 보인 적도 있습니다. 액션 어드벤처의 경우에는 FPS나 액션 게임의 기술을 많이 사용합니다. 어드벤처의 경우 연출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메라 조작이나 필터 등의 영화와 같은 표현을 위한 기술들이 많이 사용됩니다.

액션 게임

액션 게임이라고 하면 대부분 예전 오락실에 있던 천지를 먹다, 캡틴 코만도, D&D와 같은 횡스크롤 액션 게임을 먼저 생각할 것입니다. 액션 게임들은 이러한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시작하여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으로 확실히 자리잡은 대전 액션이라는 장르로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대전 액션 게임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를 거쳐 SNK의 대표 게임인 KOF 시리즈와 사무라이 시리즈, 남코의 철권, 세가의 버츄어 파이터 등의 대작들이 나오면서 한동안 각광받았으나, 새로운 시리즈들이 나오지 않고 대부분 속편만 나오면서 그리 활발하게 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게임기가 많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횡스크롤 액션을 이어받는 진행형 액션 게임들이 스토리를 보강하여 액션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오 해저드의 새로운 버전이나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 닌자가이덴,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 등이 있으며, 현재에도 가장 많은 게임들이 이러한 액션 어드벤처 또는 새로운 액션을 표방하면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요즘은 거의 모든 게임에 액션의 요소, 즉 조작에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요소를 많이 첨가하고 있습니다.

액션은 직접적으로 타격을 하는 게임인 만큼 충돌에 관련된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충돌과 타격에 대한 여러 가지 기술적 노하우가 게임의 재미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타격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학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첨가해야 하며, 프로그램적으로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액션이나 FPS 장르는 그래픽 기술적으로 선도하는 장르이기 때문에 그래픽 프로그래밍도 상당한 중요성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되어있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슈팅 게임

소위 말하는 ‘뿅뿅’이란 게임들이 바로 이 슈팅 게임들입니다. 스페이스 인베이더, 갤러그, 제비우스 등 게임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명작 게임들이 바로 슈팅 게임들이었고, 90년대 초반 동네 오락실에 가보면 거의 모든 게임들은 이 슈팅 게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일부 마니아를 위한 게임으로 전락한 것도 사실입니다. 현란한 3D 그래픽을 사용한 게임들에게 밀리기 시작하면서 대부분 동인 게임이라 불리는 아마추어들이 제작하는 게임들만 있을 뿐 게임 회사에서는 더 이상 제작을 꺼리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슈팅은 빠른 프레임과 많은 총알, 많은 유닛을 화면에 뿌리는 것을 위주로 작업되곤 합니다. 하지만 비행 시뮬레이션의 영향을 받은 슈팅 게임들인 에이스 컴뱃 등은 좀 더 리얼한 비행을 위해 중력, 양력 등 물리학적 요소를 많이 담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게 재현하면 슈팅 게임의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완벽한 재연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신 빠른 화면 전개, 화면에 대단히 많이 뿌려지는 총알과 비행기 등의 오브젝트간의 빠르고 정확한 충돌 판정 등의 기술이 많이 요구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FPS 게임

둠, 퀘이크라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게임 장르입니다. 가장 역사가 짧은 게임 장르이겠지만, 대신 전 세계적으로 가장 저변이 넓은 게임 장르도 아마 FPS(First Person Shooter) 게임일 것입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총을 쏘는 것으로 대변되는 이 장르는 가끔 칼을 휘두르거나 화살을 쏘는 이단아들이 나왔지만, 대부분 총기를 사용하는 SF 게임들이 제작됐습니다. 게임성이 대부분 비슷하다보니 좀 더 멋지고 화려한 그래픽, 좀 더 뛰어난 인공지능, 좀 더 재미있는 게임룰 등을 연구했고, 그래서 가장 진보된 기술들을 사용하는 게임 장르가 됐습니다.

현재 이 장르의 게임을 선도하고 있는 업체들은 사실 이 장르의 게임을 만들기 전까지는 대부분 소규모 스튜디오에 불과했습니다. 셰어웨어 게임을 만들면서 연명하던 회사들이었으나 둠이나 퀘이크, 언리얼 등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선두그룹 대열에 끼게 된 회사들이 많습니다. 현재 가장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업체들이 만드는 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임은 둠 시리즈, 언리얼 시리즈, NOLF 시리즈, 퀘이크 시리즈,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이 있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탈 MMORPG를 표방한 게임 회사들이 FPS류의 게임들을 많이 제작해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파병, 바이탈 사인, 리미트 등 많은 게임들이 있습니다.

화려한 그래픽과 대전이 바로 FPS의 대표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인간과의 대전 또는 적들과의 대전 모두 중요한 요소로써, 인공지능과 그래픽 효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물리학도 많이 필요합니다. 기술적으로 가장 만들기 힘든 장르가 이 FPS와 레이싱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퍼즐 게임

테트리스, 퍼즐보글과 같은 게임. 요즘은 PC에서 보기 힘들지만 아직도 게임기나 휴대폰 PDA 등의 기기를 통해 많은 수의 퍼즐 게임들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퍼즐 게임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 홍보용으로 제작한 플래시 게임들입니다. 같은 모양의 보석을 터뜨리는 다이아몬드 마인류나 테트리스류의 게임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즘은 게임 자체보다는 홍보용으로 전락한 듯한 면도 있습니다.

퍼즐은 퍼즐 기획을 충실히 게임으로 만드는 작업만 하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특별한 프로그램적 스킬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게임을 배우는 사람들은 이 퍼즐 게임이나 간단한 슈팅 게임을 만들어 보곤 합니다.

시뮬레이션 게임

시뮬레이션 게임의 특징은 현실을 게임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RTS 게임들도 장르화되기 이전에는 대부분 시뮬레이션 게임에 포함하여 분류하곤 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군사 시뮬레이션, 즉 비행기나 탱크 같은 것을 몰아보는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많습니다. 비행기 종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상의 메카닉을 탑승하는 시뮬레이션 게임도 등장했습니다. 386 시절의 윙커맨더 시리즈나 맥 워리어 시리즈와 같은 것이 그러한 가상의 메카닉 시뮬레이션 게임들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전투 관련된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등도 꽤 등장했는데, 심시티나 심어스, 파퓰러스 등이 있으며 심지어 실생활을 시뮬레이션한 심즈라는 게임도 등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별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초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몇 개의 시뮬레이션 게임이 나왔는데, 서울시에서 제작한 버츄어 시티와 같은 심시티류의 게임들이 출시됐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실제의 재현에 초점을 맞춘 장르이므로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경제 시뮬레이션이라면 경제, 통계 분석이 가능해야 하며, 심즈와 같은 게임이라면 인공지능이,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면 유체역학 등의 역학적 요소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장르이지만 한 가지로 정의하기 힘든 장르이기도 하기 때문에 딱히 어떤 기술만이 필요하다고 꼽을 수는 없습니다. 학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술들을 최적화하고 좀 더 단순화시켜 게임화한다고 말하면 되겠군요.

레이싱 게임

차량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레이싱 게임은 워낙 오래 전부터 개발됐고, 지금도 많은 수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물론 비행기를 조종하는 비행 시뮬레이션도 따로 장르로 나누기도 합니다). 레이싱 게임은 크게 두가지 흐름으로 대변될 수 있는데, 그란투리스모처럼 사실적인 드라이빙을 모티브로 한 게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좀 더 게임처럼 제작되기도 하는데, 크레이지 택시, 번아웃 등의 다소 엽기적인 게임부터 드리프트에 초점을 둔 세가랠리, 릿지 레이서 등의 쉬운 조작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있습니다.

레이싱은 차를 타고 달리기 때문에 주행역학, 유체역학, 그리고 충돌을 위한 동역학 등의 물리학 요소에 충실해야 합니다. 물론 실제와 같은 배경과 차량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래픽에도 치중해야 합니다.

스포츠 게임

시뮬레이션의 한 분류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게임은 국내에서는 그리 많이 즐기는 장르는 아니지만, 외국에서는 레이싱 등과 같이 독자적인 장르로써 인정받을 만큼 유명하고 많은 게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포츠 게임을 가장 많이 만드는 곳은 E.A.Sports일 것입니다. 유명한 NBA 농구 시리즈, FIFA 축구 시리즈 등 거의 모든 미국 프로 스포츠를 게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제일 유명한 스포츠 게임이라면 단연 코나미에서 출시한 위닝 일레븐 시리즈일 것입니다.

스포츠 게임은 스포츠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인체에 대한 움직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좀 더 리얼한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며, 구기 종목의 경우에는 공의 물리학적 표현에 역점을 두고 만들어집니다. 액션 게임과 같은 복잡한 지형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지형과의 충돌 등의 기술은 별로 사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팀 플레이를 하는 경우에는 인공지능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다양한 게임 장르의 복합

지금까지 게임의 장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익히 아는 게임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게임은 30여년 전부터 꾸준히 만들어져 왔고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동향은 퓨전장르 또는 탈장르, 신장르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재미있는 요소들을 첨가하여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GTA(Grand Theft Auto)류의 게임을 본다면, 이 게임 안에는 액션, 시뮬레이션, 레이싱, 어드벤처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가 녹아 있습니다.

게임 기술은 장르별로 여러 가지 다른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장르가 복합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많은 기술들이 서로 연관을 지으면서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리학 요소가 많이 필요한 RPG, 방대한 맵을 사용하는 FPS 등 다양한 게임들이 서로 다른 장르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술들로 무장하고 새롭게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한 가지 장르에서 사용되는 기술만을 익히기보다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기술들을 조금씩이라도 익히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기술을 보자면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 스크립트 기술, 지형처리, 지형 충돌 및 캐릭터 충돌, 물리학, 인공지능,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그래픽 렌더링 기술 등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을 잘 활용해서 게임 그 자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게임에 사용되는 기술과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가공하는데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