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CAD 역사의 한계를 넘어「BIM」

일반입력 :2004/10/07 09:44

David Becker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 박물관이나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월트디즈니 콘서트홀을 보면 이 건축물을 2차원 도면으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철골보다는 종이로 만드는 것이 쉽다고 여겨질 정도다.

곡선 형태를 절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이 건축물들은 건물설계와 건축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법의 상징이기도 하다. 바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기술이다. BIM을 이용하면 설계도면과 같은 2차원 종이를 3D 컴퓨터 모델로 대체할 수 있으며, 모니터 상에서 철제 빔이 얼마나 많은 하중을 견디는지 등 실제 건축시 각 설계 요소의 특성까지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건축분야에 BIM 기술을 거의 최초로 적용한 이가 건축가 프랭크 게리다. 구겐하임 박물관과 월트디즈니 콘서트 홀 등 그의 디자인은 건축자재를 더 특수하게 배치,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BIM과 같은 신기술을 필요로 했다.

게리테크놀로지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데니스 쉘든은 다른 기법으로는 불가능 했던 것이 BIM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전세계에 보여준 것이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이라고 말했다. 게리테크놀로지는 게리의 건축 프로젝트를 위해 개발된 일부 기술과 도구를 상용화하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업체다. 그는 프랭크가 짓는 건물들은 기존의 표현 기법과 평면 종이작업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며 이 기술이 일반 건축에 폭넓게 적용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는 건축가, 건설업자, 건물주 등 건축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로 20년전 CAD(computer aided drafting)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1세대 CAD 제품은 기존 설계 과정에 디지털 저작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이를 통해 건물 청사진을 보다 빠르게 정확하게 그려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최근의 3D 툴은 시장을 더욱 급격히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존페디 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D 툴은 이미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2005년 전세계적으로 32억 달러 매출을 올리는데 이어 향후 몇년간 고성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3D 기술인 BIM은 설계 과정의 낭비와 오류를 크게 줄여 건축 일정을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이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기존 건축 과정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건축가, 건설업자, 업계 전문가들은 건축업자에게 복잡한 3D 모델을 보여주는 노트북을 제공하는 등 진부한 기술적인 우려보다는 이러한 건축과정 상의 변호가 BIM의 수용 속도를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설계 소프트웨어의 선두 업체인 오토데스크 등은 차세대 기술로서 BIM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지능적 설계

오토데스크의 건축 협업 서비스 담당 부사장 아마 한스팔(Amar Hanspal)은 BIM이란 본질적으로 일을 더 현명하게 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토데스크의 레빗(Revit)과 같은 제품을 이용하면 건축가들은 선과 형태로만 이뤄진 설계 도면을 대신 각 설계 요소에 실제 건축 데이터가 반영돼 있는 3D 모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3D 모델링 툴을 이용하면 설계상의 요소가 실제 건축시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각 요소는 그들이 지켜야할 규칙들을 알고 있어, 계단은 계단이란 속성을 인식해 슬라브 판위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반영한다. 해당 슬라브 판을 움직이면 계단도 따라 움직인다 한스팔의 설명이다.

이처럼 지능적 설계 요소들은 몇가지 이점을 제공하지만 최종 산출물이 건축가가 설계한 것과 동일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건축 컨설팅 업체 아크위즈의 설립자인 라크미 켐라니는 이러한 오류가 전체 건축 프로젝트 비용의 15~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오류의 대부분은 설계상의 문제나 설계 문서의 모호함에서 비롯되는데, BIM 기술을 이용하면 이 두 가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켐라니는 BIM의 가장 큰 장점중의 하나는 건축 계획의 부정확에서 생기는 현장에서의 오류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 덕분에 많은 시간이 절약할 수 있으며 설계는 훨씬 정확해진다라고 말했다.

BIM을 이용하면 건축 과정에서 단계별로 정보를 교류하는 방식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 현재는 건축가들이 청사진을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고, 고객이 변경사항을 표시하면 서류를 다시 만든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반복해 만들어진 설계도면은 건축업자에게 전해지는데, 건축업자는 다시 원하는 변경사항을 적용한 후 건물주에게 도면 몇 가지를 제시한다. 이 또한 실제 완공되는 건물과 같은 것도 아니다.

필라델피아의 건축회사 키란 팀버레이크 어소시에이츠 소속이자 <르패브리케이팅 아키텍처(Refabricating Architecture)>의 공동 저자인 제임스 팀버레이크는 다른 산업 분야의 경우 이런 정보 소통 방식의 문제점을 간파하고 개선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건축가들은 협력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을 배우지 못했다. 그저 설계를 완성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1950년대의 자동차 업계가 이랬다. 설계자는 차 뒤꽁무니까지 모든 것을 설계했으며 도면이 완성돼 생산팀에 전달돼도 실제 생산시설에서는 잘 들어맞지 않았다. 현재 자동차 업계는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건축업계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이 때문에 건축과정에서의 많은 통합과 조율의 기회가 날라갔다

그러나 BIM 기술은 설계와 건축, 모든 단계에 걸쳐 수정 가능한 디지털 문서에 기반해 건축 과정을 집중화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건물주도 신축될 건물의 완전한 형태의 표현물을 얻을 수 있다.

팀버레이크는 고객의 관점에서 3D 모델은 건물을 X-레이로 찍는 것과 같다며 건축과정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만약 욕실을 옮길 경우 이 툴이 매우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은 이제서야 기본적인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객들이 3D 소프트웨어의 결과물을 점점 더 깊이 이해할수록 이점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심으로 이런 방식의 건축 과정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의 거대 건축업체 겐슬러의 CIO 켄 샌더스는 그러나 건축가들이 BIM의 이점을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유혹적인 제안이다. 어느 건물주가 추가의 데이타를 원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사람들이 건물에 대한 데이터양을 줄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투자대비효과(ROI)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나무에 일일이 바코드를 설치한 고객이 있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질적인 가치는 없는 반면, 관리할 데이타가 너무 많아 결국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기초의 변혁

사실 BIM 기술을 이용한 순조로운 정보 교환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건축과정은 기존의 관행과 법적인 책임 때문에 매우 파편화돼 있고 엄격하게 규제돼 있다. 반면 BIM은 이러한 통상적인 구분을 넘나드는데 이 때문에 설계자가 통상 건축업자들이 했던 건축자재의 요구량 산정과 같은 일도 해야 한다고 건축 컨설팅 업체 크리스틴 팰론 어소시에이츠의 크리스틴 팰론은 지적했다.

그는 건축업계는 단일 프로젝트에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단기적으로 협력해 참여하는 형태가 많다. BIM은 이러한 협력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으며, 업계에서는 기존 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필요로 한다. 건축업계는 수십년에 걸쳐 업무 프로세서를 구축했는데 한 회사가 이 모든 것을 뒤바꿀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특히 팰론은 법적인 부분이 아직까지도 가장 복잡하다. 누가 소송을 당해야 하는지, 즉 책임소재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업계에서 사용한 표준계약은 누가 어떤 일에 책임이 있는지 매우 명확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벗어나게 된다면 사람들이 불안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건축 과정은 각 인원의 역할에 대해 ‘건축물의 구식 표현에’ 기반한 임의적인 구분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나 이런 임의적인 구분 덕분에 사람들은 일자리를 얻고 있다. 그는 기존 조직에 엄청난 비효율성이 존재하지만 기존 규칙을 따를 경우 최소한 안전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단편화는 건축업계가 각기 다른 기술적인 방향을 갖도록 해 일관성을 크게 떨어 뜨린다. 그 결과 최신 기술을 도입한 건축가는 3D 모델을 이용할 수 있지만 시청의 계획과나 하도급 업자와 일하려면 이를 다시 2D 도면으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더 많은 정보가 유실되는 것이다.

AISC의 IT 정책 이사 게이브 콜맨은 철골업자들의 경우 철골작업이 요구하는 복잡한 엔지니어링과 기계적 계산을 잘 통합하기 위해 일찌기 3D 모델링 기법을 도입했지만 여러가지 연결 과정에서 이러한 장점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철골작업의 경우 도면에 그려지는 철골 요소에 대한 데이타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에 모델링을 바로 도입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건축가로부터 완전한 모델을 받지 못한다. 건축가는 작업을 절반쯤 진행하다 이러한 모델을 포기하고 다시 2D로 회귀한다. 전과정을 3D 모델화할 수 있는 엔지니어와 건축가를 철골업자와 연결시켜주고 싶지만 매우 고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건축 전 과정에 걸쳐서 3D 모델을 검토,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보장된다면 추진하기 오히려 쉬울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의 상태에서 데이타를 교환하는 것은 다양한 저작 프로그램이 사용하는 고유 포맷들 때문에 호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산업 단체가 표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는 비호환 포맷의 숫자를 줄이는 것일뿐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라고 콜맨은 지적했다. 그는 데이타 교환을 위한 단일 표준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최소한 다양한 건축 시스템을 연결하는 포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건축업계가 최초의 디지털 전환기에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데이타 공유 방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오늘날 CAD의 최대 아이러니는 상위 50개 건축업자가 각기 다른 50개의 CAD 표준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설계 데이타를 표현하고 조직화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표준을 각각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툴 뿐만 아니라 표현된 정보를 아우르는 표준화에도 실패했으면 현재까지 그 댓가를 치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샌더스는 BIM은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기회이다. BIM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기 때문에 전체 업계가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함께 하자'고 합의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진정으로 활용하길 바라고 설계회사, 건축회사, 철골업자에 이르는 흐름을 이어지도록 하려면 BIM을 도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BIM 성공의 추진력은 BIM에서 장점을 찾고 있는 건물주들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BIM의 얼리 어답터에는 건축과정을 자체 수행하는 대기업과 모델기반 설계의 균일성에 가치를 두는 유통 체인점 등이 있다. 연방정부의 조달기관인 GSA (General Services Administration)는 이미 미래 프로젝트에서 모델기반 설계를 선호하고 있다. 팰론은 설계와 건축을 함께 하는 ‘설계-건축’ 기업들이 앞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BIM이 미래의 설계 방식이 될 것이라는데 절대적 확신을 갖는다. 결과가 좋고 빠르며 싸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이를 이룰 것이냐 하는 것이다. 건축시장은 보수적이지만 어느 순간에 BIM의 가치를 알아보는 큰 전환의 시점이 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