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HD)TV 방송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2004 아테네 올림픽'이 HDTV의 뛰어난 화질을 실감나게 하는데 주효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국내 방송사의 HD방송 확산에는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지난달 29일(현지시간) 폐막한 `2004 아테네 올림픽'은 국내 최초의 HD 올림픽 방송이란 점에서 개막 전부터 화제였다. 특히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HD의 장점을 만끽할 수 있는 스포츠인데다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없었던 HD 전용 채널이 등장했고, 전 세계에서 미국·호주·일본과 한국 등 4개국만이 HD로 경기를 중계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1일 디지털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에 따르면 올림픽이 열린 8월 자체 HD 전문채널인 `스카이 HD'의 신규가입자는 하루 평균 130명 꼴로 전월(100명)보다 30% 늘었다. 또 누적가입자 수는 7월까지 1만1000명 선에서 8월 한 달 새 4000명이 늘어나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9월 HD 방송 개막 이후 최고 증가세다.스카이라이프는 스카이HD를 통해 하루 20시간 13개 종목을 HD로 생중계 또는 녹화중계했고, 자체채널인 `스카이플러스'를 통해서는 표준화질(SD)급으로 중계했다. 스카이플러스의 시청률은 전체 채널 중에서 평소 50위권에 머물렀지만, 올림픽기간 중 7위권으로 급등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스카이HD의 신재형PD는 "개막식을 HD로 중계한 후 HD가 좋더라는 시청자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큰 파급효과는 아니었지만 올림픽으로 인해 TV화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올림픽 수영경기를 HD로 시청했다는 방송인 이익선씨는 "수영선수가 눈을 크게 뜨고 역영하는 화면이 실감나게 전달돼 역시 HD가 아날로그와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그러나 HD방송 가입자가 아닌 일반 디지털TV 보유자가 고화질의 갈증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상파 3사가 HD중계에 소홀했기 때문이다.올림픽기간 중 지상파 3사의 HD방송은 KBS와 MBC가 주당 13시간 의무 편성을 지키지 못하는 등 양적으로 크게 미달했다.KBS1TV는 8월16일부터 30일까지 올림픽의 HD제작물을 단 한차례도 내보내지 않았고, KBS2TV는 평일에 `아테네올림픽-HD아워'를 75분~100분으로 편성해 HD방송의 구색을 갖췄을 뿐이다.MBC는 개·폐막식 이외에 각 종목 경기를 60분~120분물로 하이라이트로 편집해 HD로 내보냈다. 같은 기간 SBS 역시 수영과 양궁 등 5개 종목을 HD로 중계했을 뿐, 나머지 경기는 하이라이트로 묶어 방송했다. 특히 지상파 3사는 평소 시청률이 낮은 정오 시간 전후로 HD를 일괄 편성하고, 주말에는 아예 편성하지 않아 디지털TV를 장만해 올림픽 경기를 HD로 시청하고자 원했던 시청자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아테네 올림픽의 HD 방송이 대부분 외국 경기였던 점을 감안, 올림픽 기간에는 HD방송의 의무방송시간(13시간)을 준수하지 않아도 좋다고 예외를 인정했다"고 설명했다.실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일본·호주 등 4개국은 HD 중계 풀을 구성, 개막식과 전체 28개 종목 중 축구·농구·핸드볼·수영 등 13개 경기를 HD로 중계했는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한 경기를 HD로 제작한 경우가 매우 적었다.방송위 관계자는 "HD 방송 종목을 선정할 당시 국내 대표로 참여한 KBS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국내 출전 경기나 국내 인기종목이 HD제작 대상에서 많이 배제된 것 같다"고 밝혔다.한편에서는 방송위가 HD와 아날로그의 이원편성을 하려던 지상파의 요청를 거부함으로써 모처럼 HDTV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당초 일부 지상파는 DTV용을 위한 HD와 일반TV용을 위한 아날로그방송을 이중 송출하려했지만, 방송위가 `편성은 TV수상기에 관계없이 동일해야한다'는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각 방송사가 이원방송을 포기했다는 것. 결국 시청자에게 인기가 있는 국내 선수의 출전 종목은 아날로그로 방송하고, 주로 외국 선수들이 뛴 HD물은 편집해 하이라이트로 방송한 것이다.보다 근본적으로는 SD에 비해 HD의 장면이 다양하지 못한 점도 HD 확산의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하나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HD 장비 기술로는 수중촬영 등 다양한 화면 구성이 어렵고, 제작비나 제작시간도 더 많이 소요돼 촬영장면이 다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