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닉스 지적 재산권에 대한 사용료를 내라며 대대적인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SCO그룹이 다임러크라이슬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크게 패했다. 지난 21일 SCO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대변인은 미시건州 오클랜드 카운티 순회 법정의 레이 리 채봇 판사가 이번 소송을 취하해 달라는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요청을 거의 모두 수용했다고 밝혔다.
그레이캐리의 지적 재산권 전문 변호사 마크 래드클리프는 “이번 패배가 향후 SCO 소송의 판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장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SCO가 법정에서 패배를 거듭할수록, 소송으로 다른 회사들을 위협해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며 “이번 패배가 SCO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월 SCO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유닉스용 시스템 V 버전 라이선스와 관련해 자사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지난 4월 다임러크라이슬러는 현재 문제의 소프트웨어를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계약서를 공개하고 이번 소송은 기각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 SCO-다임러 소송 취하 결정
SCO의 대변인 블레이크 스토웰은, 이번 소송 취하 판결로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법적 분쟁이 사실상 종결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결국 소프트웨어 계약서를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데 만족한다”며 “그러나 기한내에 우리의 동의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소송은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며 “법원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그렇게 오랫동안 라이선스 확인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더 알아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우리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며 드디어 이 문제를 마무리 짓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SCO은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계약 내용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지 않았다면, 이를 확인해 주도록 규정한 유닉스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해 왔다. 이 계약서에는 유닉스 소프트웨어를 특정 컴퓨터 프로세서에서만 사용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도록 명시돼 있으나, SCO가 소송을 제기했을 때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자사가 계약 내용을 준수하고 있음을 바로 확인해 주지 않았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4월이 되서야 확인을 해 줬으며, 자사가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닉스 소프트웨어 사용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밝혔다.
유닉스 지적 재산권을 근거로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수익을 얻고자 했던 SCO의 행보는 이번 법원 결정으로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로 SCO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는데 이전에 유닉스의 지적 재산권을 소유했던 노벨이 아직도 자사가 유닉스 저작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SCO의 지적 재산권을 라이선스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IBM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도 IBM은 오히려 SCO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역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SCO가 오토존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부분적으로 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SCO의 전방위 소송 전략 ‘사면초가’
카&페럴의 변호사 잔 페럴은 “밖에서 보면 SCO가 만신창이처럼 얻어맞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래드클리프도 SCO가 법률적 대응에 실패하면서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SCO의 지적 재산권 라이선스를 구입하게 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년전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었을 때 SCO는 '지금 저렴할 때 라이선스 사용료를 내고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그럴듯한 주장을 폈다”며 “그러나 지금 SCO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결과도 없이 패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은 끝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소송은 주로 유닉스 운영체제에 관한 것으로, 리눅스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 SCO는 유닉스 계약에서 리눅스로 소송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다. SCO의 CEO 달맥브라이드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회사가 10대의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닉스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다고 하자. 만약 이 회사가 우리 회사의 유닉스 소스 코드와 같은 리눅스를 2000대에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면 그들은 우리와 맺은 계약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이같은 주장이 근거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리눅스는 분명 이 계약서 조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 소프트웨어의 사용처를 통지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여기에 '당사의 소프트웨어 제품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어떤 프로그램이라도'라는 조건이 명시돼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SCO는 지난 12월 리눅스 라이선스를 쓰는 3000여개 기업에 30일 이내에 유닉스 라이선스를 침해하고 있지 않음을 입증하도록 요구했다.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 따르면 SCO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110일이 지나서야 이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이 사실이 이번 다임러크라이슬러 소송의 남은 쟁점 가운데 하나지만 금전적인 배상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30일 이내에 계약내용을 준수하는지 입증하지 않았지만 지난 4월 6일 SCO 측에 자료를 제시할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라이선스한 유닉스용 시스템 V 버전을 지난 7년동안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SCO, 억지주장으로 오랜 명성을 소진하고 있다’
SCO는 유닉스 라이선스를 받은 회사들이 유닉스 코드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 자세한 인증을 요구하고, 여기에는 직원들이 유닉스 코드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취한 조치는 물론 어느 누구도 유닉스 코드를 리눅스에 이용하지 않았다고 확인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라이선스 계약에는 이처럼 상세한 입증을 요구하는 내용은 없으며 다만 회사측이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세서의 리스트만을 제출하도록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러한 입증요구에 대해 30일 이내에 답변해야 할 계약상의 의무조항은 없다고 지적했다.
페렐은 SCO가 이처럼 공격적인 소송전략 이외에 다른 사업전략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동안 SCO는 점차 억지주장에 가까운 소송을 제기하며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선의를 모두 소진했다”며 “SCO가 오랜 전통의 기업이며 소프트웨어와 특히 유닉스 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회사라는 점에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