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2P 소프트웨어 카자는 지난 몇년에 걸쳐 음반업계의 공격을 받는 가운데서도 그럭저럭 잘 버텨왔다. 하지만 이젠 음반업계 이상의 강적을 만났다. 바로 당나귀다.2001년 미 연방법원이 냅스터에 폐쇄명령을 내리자 샤만 네트웍스(카자를 운영하는 회사)는 냅스터 자리를 대신해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는 등 냅스터를 능가하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후 당나귀(edonkey), 비트토렌트와 같은 경쟁 P2P 소프트웨어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샤만의 아성도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아직 샤만의 미래를 예측하기는 시기상조지만 전문가들은 많은 P2P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이 카자에는 없는 새로운 P2P 기술이 적용된 경쟁 소프트웨어로 전환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인기있는 P2P 포탈인 제로페이드 사장 크리스 헤지카크는 “게으른 P2P 사용자들에게 한때 카자는 가장 쉽게 원하는 파일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카자에서 파일을 받기 어려워지자 이제 사람들은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샤만은 카자의 P2P 네트워크를 합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미디어 채널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용자들이 새로운 것을 찾아 등을 돌림으로써 이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카자 사용자가 얼마나 감소했는지 확실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으나, 최근 발표된 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11월에서 2004년 2월 사이 약 500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샤만을 폐쇄시키기 위한 소송은 샤만 외에 수천명의 사용자들까지 저작권 침해 혐의를 물어 법정으로 끌어들였다. 또 음반 및 영화업계는 P2P를 위축시키기 위해 고의로 가짜 파일을 유통시켜 네트워크 과부하에 일조하기도 했다.카자 대변인은 사용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보고에 대해 “확실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카자 사용자수에 관한 조사자료들을 보면 지난 몇개월간 등락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년전 카자 동시사용자수는 평균 400만명 이상이었다.네트워크 모니터링 업체들이 지난 5월 집계한 자료에서 카자 동시 사용자수는 290만-350만명 사이로 나타났다.카자 사용자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명확한 추세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계절적인 요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카자를 애용하는 사용자층은 주로 대학생들로, 이들은 겨울·여름방학 기간 중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카자 접속률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때문이라도 해도 카자의 상황은 경쟁 네트워크에 비해 초라하다. 당나귀 및 당나귀와 호환되는 오버넷 사용자는 2004년 들어 현재까지 2배로 증가했다.음반업계에 P2P 시장조사 자료를 판매하는 빅솀페인에 따르면 지난 5월 당나귀 평균 동시 사용자수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당나귀 네트워크의 성장은 인터넷 사용자들이 영화와 같은 동영상 파일을 구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현상은 특히 헐리우드 영화사들에게 골칫거리다.당나귀 네트워크를 처음 구축한 제드 맥케일럽은 “음반, 영화와 같이 대용량 컨텐트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제 MP3 외의 다양한 것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토렌트와 마찬가지로 당나귀도 대용량 파일을 효과적으로 배포하기 위해 개발됐다.저작권 소유 기업들은 당나귀, 비트토렌트와 같은 새로운 네트워크의 성장이 동영상,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P2P 네트워크의 저작권 침해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회사인 베이TSP의 CEO 마크 이쉬카와는 “당나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용량 파일을 받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P2P 세대교체P2P 파일교환은 탄생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2번의 세대교체를 겪었다.2001년 연방법원은 저작권이 있는 음악파일 교환을 막으라고 명령, 결국 냅스터를 폐쇄시킴으로써 P2P 네트워크에 첫번째 변화를 일으켰다. 두번째 변화는 2002년 샤만이 경쟁관계에 있던 스트림캐스트 네트웍스에서 ‘패스트트랙’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나타났다. 결국 스트림캐스트의 모피우스 클라이언트를 사용했던 수백만 P2P 사용자들이 카자로 전환했다.미음반산업협회(RIAA)의 소송으로 P2P 사용자들 사이에서 법적 책임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많은 사용자들이 파일을 교환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다. 한편 수개월 전부터 P2P 네트워크에는 인기있는 노래나 영화의 가짜 파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받아보니 제목과는 전혀 다른 파일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것. 이는 저작권을 소유한 업체들이 P2P 네트워크 사용을 위축시키기 위해 고의로 가짜 파일을 유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 소유업체들에게 가짜 파일 배포를 서비스하는 대표적인 업체인 오버피어는 “P2P 네트워크를 통해 매달 250억개의 (가짜) 파일을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버피어 CEO인 마크 모건스탠은 “주 대상은 가장 큰 네트워크인 카자”라고 말했다.카자 합법·유료화 계획「지지부진」샤만은 브릴리언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알트넷과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카자 네트워크를 음악 및 영화 파일을 합법적으로 배포하는 유료 플랫폼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샤만은 법정에 제출한 서류에서 “샤만은 비즈니스에 적합한 파일을 집중 프로모션하고 카자 소프트웨어를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파일을 교환하도록 함으로써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알트넷과 배분하려 했다”고 밝혔다.샤만은 이 프로젝트의 수익 상황에 대해서는 이후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브릴리언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공시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샤만은 독립 뮤지션, 영화제작자, 비디오 게임 제작업체 등의 알트넷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지난 2월 샤만은 한달 평균 5000만개의 합법적 파일을 배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조인트 벤처 알트넷의 수익상황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며,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증권거래위원회(SEC) 자료에 따르면 브릴리언트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올 1/4분기 ‘온라인 컨텐트 제공’ 사업으로 12만 4000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의 17만달러보다 더 떨어진 수치다. 알트넷은 이에 관한 논평을 거부했다. P2P 분야 전문가들은 대학 여름방학이 끝나는 이번 가을이면 카자의 미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때 P2P를 주도했던 카자는 이제 경쟁 네트워크와 인기를 나눠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가을이 돼서도 카자의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카자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빅솀페인 CEO 에릭 갈런드는 “9월 카자 이용률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이는 상당 규모의 사용자가 경쟁 네트워크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