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의 사진가 폴 하이는 지난 1월 구글 툴바를 설치해 번거로운 팝업광고를 차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3월경부터 팝업광고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폴 하이는 구글 이용자가 많이 사용하는 이 웹브라우저용 플러그인 툴바가 “2달 동안 아주 훌륭하게 작동해 거의 대부분의 팝업을 차단했다”며 “그런데 언제부턴가 광고가 많은 미국 사이트를 중심으로 이상한 팝업이 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팝업이 점점 늘어나더니 이제는 번거로울 지경”이라며 “이번 주에만 3개의 팝업이 있었다”고 말했다.폴 하이의 사례는 결국 팝업 광고업체들이 팝업 필터를 피하는 방법을 알아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로써 팝업이라는 가장 효과적이면서 논쟁적인 인터넷 웹광고 포맷을 둘러싼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었다.구글, 아메리칸 온라인, 야후, 어스링크, MS 등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소비자들이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팝업차단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사용자의 30% 정도가 이러한 팝업차단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그러나 이번 여름에 선보일 윈도우XP 서비스팩2가 공식 발표되면 팝업차단 프로그램 사용자의 비율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 자체 팝업차단 기능을 추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현재 웹사용자 10명 중 9명이 사용하고 있다. 광고업계의 임원들이나 인터넷 전문가들은 “익스플로러가 브라우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SP2 출시와 함께 팝업 버블이 결국 터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팝업의 미래가 달린 일전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팝업광고 시장을 확대, 발전시키려는 마케터들은 기존의 팝업차단 소프트웨어를 속이는 방법을 이미 개발했다. 바야흐로 인터넷 사용자의 화면을 장악하려는 마케터들과 팝업차단 소프트웨어 간의 일전이 벌어질 태세인 것이다.사용자 프라이버시와 보안분야의 전문가인 리차드 스미스는 “SP2라는 IE용 팝업차단 업데이트는 비교적 단기간에 대부분의 다른 팝업차단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이라며 “대신 이를 피하는 방법 역시 개발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대다수의 웹사용자가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술 경쟁 속에는 수익성이 월등하다고 광고업계 임원들이 인정하는 온라인 광고방식 ‘팝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연구결과에 따르면 팝업광고는 팝업차단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년 동안 웹페이지 위에 뜨는 ‘팝업’이나 웹페이지 안에 뜨는 ‘팝언더’ 프로그램의 수는 3배나 증가했다. 팝업과 팝언더의 기능은 유사하다. 닐슨넷레이팅스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2년 4월 전체 온라인광고에서 1.8%에 불과했던 팝업광고의 비중이 올해 4월에는 6.4%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웹사이트 운영자들이 팝업광고를 주저없이 수용하는 이유는 팝업광고의 광고료가 상대적으로 높고 팝업광고에 대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광고업계 임원들에 따르면, 일류 웹사이트의 경우 팝업광고비가 1000회당 10달러 수준인 반면, 동일한 사이트의 배너광고는 2~3달러에 불과하다. 지난 4월 한달간 가장 많은 팝업광고를 판매한 웹사이트는 CNN닷컴과 ESPN닷컴, 익사이트닷컴, 웨더닷컴 그리고 뉴욕타임즈였다.팝업광고의 성장 비결은 사람들이 팝업광고를 실제 클릭하는 횟수다. 마케터들은 팝업광고를 보는 사람 중 2~5%가 이를 클릭한다고 말한다. 더블클릭사의 광고서버리포트에 의하면 웹상에서 가장 흔히 보는 일반 배너광고의 클릭 비율은 0.35%에 불과하다. 팝업광고 전문업체 트래픽마켓플레이스의 사업개발 담당 존 잉하우저는 “팝언더의 광고효과가 가장 좋다”며 “우리는 팝업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팝업차단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팝업차단 프로그램을 속여라!팝업차단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창이 뜨는 것을 억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팝업차단 프로그램이 새 창을 열 때 사용하는 ‘openwin’ 명령어를 검색해 찾아내는 것이다. 이 명령어는 외부 서버에서 팝업이나 팝언더 형태의 광고를 발송하는 역할을 맡는다.최근 개발된 팝업광고기술은 이 ‘openwin’ 명령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팝업제거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새로운 팝업기술에 정통한 광고회사 임원들에 따르면 일부 광고회사들은 사용자가 웹페이지 상의 특정영역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작동하는 ‘사용자 지정 명령어’를 이용해 팝업광고를 보낸다.다른 광고업체인 패스트클릭의 애드서버 판매담당 아담 터틀은 “구글이나 야후의 팝업차단툴은 사용자 지정 명령어를 차단하지 않기 때문에, openwin 명령어가 자바스크립트 명령어를 시작하면 이들 소프트웨어를 속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애드서버는 이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애드서버는 팝업광고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를 억지로 보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구글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그러나 구글의 웹사이트에는 구글 팝업차단 툴바를 설치한 후에도 팝업이 발생하는 가장 흔한 경우를 게시하고 있다. 애드웨어나 카자와 같이 대중적인 프로그램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는 팝업차단 툴바를 설치해도 팝업광고를 막지 못한다. 이들 애드웨어 광고는 브라우저가 아닌 사용자 PC에서 광고를 내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구글 웹사이트에는 “사용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러한 프로그램이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경고가 실려 있다.대다수 주요 광고업체들은 팝업차단 프로그램을 피하는 자사만의 방식을 밝히기 꺼려했다. 그러나 일부 광고업체들은 팝업광고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으며, 또 일부는 소비자의 웹브라우저에 광고가 뜨는 시점과 방식을 통제하며 사용자를 번거롭게 하는 유사 팝업 형태의 광고포맷을 개발중이다.광고회사들은 ‘오버레이’나 ‘플로터 광고’라고 불리는 웹페이지 내장형 광고도 개발했다. 이 광고들은 마치 종이를 쌓아놓은 것처럼 웹페이지의 한가운데에 떠있는 상태로 제시돼 사람들이 원하는 정보를 읽기 전에 주목을 끌게 하는 광고다.웹사이트 방문자들은 이러한 공고를 팝업이나 팝언더창을 최소화하거나 클릭해 닫는 방식으로 없앨 수 있다. 웹페이지에 둥둥 떠다니는 방식의 광고는 스스로 없어지거나 웹사이트 방문자가 그 페이지 전체를 닫지 않는 한 계속 남아 있다. 이런 광고는 ‘openwin’ 명령이 아닌 다른 명령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글이나 야후의 팝업차단 프로그램으로는 막을 수 없다.플로팅 광고는 다이나믹 HTML이라고 불리는 코드언어로 작성돼 팝업차단 프로그램이 막을 수 없는 임베디드 명령어로 구성돼 있다. 넷스케이프나 MSN 머니와 같은 사이트는 팝업대신 오버레이 방식의 광고를 이용하고 있다.광고업계 ‘팝업차단 신기술에 맞대응’많은 광고회사들이 사용자의 컴퓨터에 팝업차단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탐지하는 기술을 이용한다. 사용자의 컴퓨터에 이런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으면 이들은 대신 플로팅 광고를 내보낸다. 실제로 버스트미디어는 이런 광고 방식을 테스트 하고 있다. 약 2000개 사이트에서 광고 판매를 하고 있는 버스트미디어의 CEO 자비스 코핀은 “이런 광고들은 툭 튀어나오는 대신 페이지 여기저기를 떠다닌다”고 말했다. 야후 퍼스널스와 HBO 그리고 오비츠 등을 고객으로 확보한 거대 팝언더 광고업체 언더톤네트웍스도 팝업 블로킹 탐지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야후의 대변인 스테파니 이와마사는 “이런 광고들은 서로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팝업으로 차단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웹의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한편 팝업광고는 본래 닷컴 파산 시절의 유산으로 광고업체들이 수익만을 쫓아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끄는 방안의 하나로 등장했다. 그러나 웹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뉴욕 타임즈와 같은 웹사이트 광고업체들은 팝업광고 횟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광고들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도 공개됐으며 인터넷 업체들과 패닉웨어같은 소프트웨어 업체들, 아마존닷컴 등도 팝업광고 차단툴을 제공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제 전체적으로 인터넷 광고 업계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팝업광고들이 영영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 주에 인터액티브광고국은 사상 광고 수익이 가능 높았던 재정 분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데이터를 추적해 온 1996년 이후 가장 높은 결과였다. 올해 첫3개월간의 광고수익은 230억달러로 지난해 동기 160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뉴욕 타임즈의 웹사이트 온라인광고 판매 담당 제이슨 크렙스는 “팝언더 광고가 광고주들에게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온라인 신문사들은 계속해서 이를 판매하고 있다”며 “구글이나 다른 회사들이 내놓는 차단 기술 때문에 사업에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기술을 거부하거나 중단시킬 수는 없다”며 “우리는 기술과 광고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대응할 것이며 앞으로도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