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금융·투자기관이 대주주인 국내 금융회사들의 IT아웃소싱 행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백억원 규모의 초대형 IT사업을 따내기 위한 국내외 대형 IT업체들의 물밑 수주전도 본격화하고 있다.외국계 금융기관들은 비용절감 측면에서 IT아웃소싱에 비교적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외국계 대주주들은 신인도 측면에서 IT아웃소싱의 파트너로 IBM, HP 등 글로벌 IT업체를 국내업체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의 선택이 앞으로 금융분야 IT아웃소싱 시장 구도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IT아웃소싱 추진 현황= 독일계 보험사인 알리안츠생명은 현재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전산센터를 IT업계의 데이터센터로 옮겨 가동하는 것으로, IT업계는 5∼7년간 약 450억∼700억원 정도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한국IBM, CSC, 삼성SDS, 메타넷그룹 등이 제안서를 제출했으며, 내달중 사업자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 12일 프랭크 르빈 알리안츠생명 사장이 독일 본사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부임 9개월만에 전격 경질됐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다른 외국계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생명은 최근 전산센터를 연내 싱가포르로 이전해 현지 허브센터에서 아웃소싱하기로 결정하고, 금융감독원에 보안성 검토를 의뢰한 상태다.씨티그룹이 최근 인수작업을 완료한 한미은행의 경우도 최근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통합데이타센터를 한국에 두기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싱가포르 IT허브센터처럼 아웃소싱 비중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론스타가 새로운 대주주가 된 외환은행도 올 9월 차세대 전산프로젝트의 완료시점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외 IT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환은행은 단순히 여유 공간 확보 차원에서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IT업계에서는 "론스타가 대주주가 된 후부터 여러 각도에서 1T아웃소싱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앞서 뉴브리지캐피탈이 대주주인 제일은행은 2001년 6월, 국내 은행권에서는 가장 먼저 토털 IT아웃소싱을 추진했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로 포기한 바 있다.글로벌업체와 토종업체 대결= 외국계 대주주들이 글로벌 IT업체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국내업체들보다는 글로벌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한국IBM의 경우 토니 로메로 사장이 제일은행, 외환은행 등의 외국인 행장들을 면담하는 한편 최근에는 씨티은행측과도 접촉을 서두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피오리나 HP 회장도 방한할 때마다 국내 주요 은행의 최고경영자를 만났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반면,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인지도에서 글로벌 IT업체들에 밀리지만 가격경쟁력측면에서 이들을 앞서기 때문에 충분히 해볼만한 싸움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IT업체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한국IBM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IT아웃소싱 수주전을 벌이게 되면 국내 SI업체들은 비용을, 글로벌 IT업체들은 아웃소싱 노하우를 각각 경쟁우위 요소로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밖에 국내 SI업체들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글로벌 IT업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강점으로 꼽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신인도 측면에서도 "SLA(서비스수준협약) 등 아웃소싱 서비스에 필요한 노하우를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글로벌 IT업체들에게 크게 뒤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