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을 인스톨하면 귀여운 곰 발바닥 아이콘이 등록되는 곰 플레이어의 본래 이름은 ‘구루구루 온라인 무비 플레이어(Guruguru Online Meda player)’이다.
약자를 딴 ‘GOM 플레이어’가 정감있고 친숙한 동물인 ‘곰’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이름부터 일단 사용자에게 호감을 얻고 들어간다는 이야기에 곰 플레이어 개발팀의 박근홍 팀장도 선뜻 동의한다.
“프로젝트 명을 정할 때 ‘The Online Movie Player’라는 뜻의 ‘톰(TOM)’에서 곰으로 바뀌었어요. ‘곰’이란 프로젝트 명이 그대로 정식 명칭으로 되면서 곰이란 동물을 컨셉으로 디자인하게 된 것이죠.”
온라인용 고화질 플레이어로 출발
지금은 오프라인 로컬 PC용으로 약 100만건이라는 업그레이드 건수를 기록하는 곰 플레이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온라인에서 비롯됐다. 곰 플레이어를 개발한 그래텍은 모바일 게임, P2P 서비스 구루구루, 팝폴더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는 회사다. 곰 플레이어는 이중 구루구루 사이트의 온라인 영화 서비스를 위한 영화 플레이어로 탄생했다.
“2003년초 구루구루에서 영화 다운로드를 위한 VOD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5.1 채널을 지원하는 고화질 영화를 제공하다 보니 기존의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로는 한계가 많아서 고화질 영화를 위한 새로운 플레이어를 제작했지요.”
온라인 고화질 서비스를 위한 플레이어가 필요해짐에 따라 팝폴더와 구루구루의 클라이언트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박근홍 팀장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박 팀장은 과거에 ‘Mr.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오철욱 대리와 함께 2002년 10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
약 석달간 작업한 끝에 온라인용 곰 플레이어 1.0을 개발, 영화 VOD 서비스를 지원하며 웹 사이트의 다양한 서비스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이때까지는 영화 재생을 비롯해 플레이어의 기초적인 기능만 갖춘 상태로, 최소한의 영화 스트리밍과 자막 설정이 가능한 매우 단순한 UI를 갖고 있었다.
발상의 전환이 사용자를 끌어오다
온라인 영화를 보기 위한 기본 기능만 있던 1.0을 지나 1.1 버전부터 하나둘 편리한 기능을 추가했다. 온라인으로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플레이어를 볼 때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개발팀. 그동안 부족하다고 느낀 여러 기능들을 하나둘 구현하기 시작했는데 코덱 내장도 그중 하나로, 곰 플레이어가 기존 플레이어와 차별화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개발팀은 이미 공개돼 있는 코덱 모듈을 플레이어에 내장시킴으로서 코덱이 없어서 불편했던 문제를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을 택했다. “지금은 타 플레이어에서도 자체 코덱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곰 플레이어가 처음 시도한 방법입니다. 코덱 지원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곰 플레이어의 기획을 담당하는 김명철 팀장의 이야기대로 ‘발상의 전환’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왔다. 사용자 다운로드 1∼2000건까지는 더디다가 1만건이 넘은 후부터는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후 코덱 찾기 기능까지 확장되면서 ‘기술지원 서비스와 플레이어의 만남’에서 오는 편리함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상의 전환이 돋보이는 기능이자 곰 플레이어의 핵심 기능은 바로 손상된 AVI 파일 재생 기능이다. AVI 파일의 경우 인덱싱이 파일의 가장 뒷부분에 있기 때문에 다운받는 도중의 파일이나 손상된 파일의 경우 재생을 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곰 플레이어 개발팀은 이러한 파일도 재생이 가능하도록 하는 스트리밍 방식을 고안해냈다.
“온라인이라면 대부분 WMV 포맷을 사용하지 AVI를 사용한다는 생각을 못했을 겁니다. 고화질 영상을 서비스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생각하게 됐지요. 물론 AVI 파일의 헤더를 손대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테스트를 위한 손상된 파일의 샘플을 수집하는 일이 어려웠지요.”

사용자를 위한 플레이어
개발팀은 곰 플레이어의 개발 연혁을 되짚으며 ‘사용자’를 위한 플레이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개발한 점을 지금 널리 사랑을 받는 곰 플레이어가 된 이유로 꼽는다. 이러한 노력이 가장 쉽게 엿보이는 부분은 바로 UI이다. 곰 플레이어의 UI는 로컬 PC용 플레이어로 거듭난 1.2 버전부터 현재의 모습과 유사한 화면으로 설계됐다. 당시 10개의 시안을 보고 투표해서 결정할 정도로 꽤 신중하게 디자인을 결정했다고 한다.
컨트롤 영역을 가늘게 만들고, 점잖은 색상을 선택하는 등 최적의 동영상 감상을 위해 미사여구를 생략했다. ‘디자인 보다는 편리성’을 강조한 박 팀장의 신조가 강력하게 주장된 부분으로, 디자인팀과 의견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한다. 때론 디자인이나 기획팀 몰래 필요한 기능이나 버튼을 넣어놓고 나중에 조율하는 등, UI에 대한 박 팀장의 고집(?)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진다.
1.2 버전부터 디자인을 담당한 심혜진 씨는 “보기 좋은 것보다 쓰기 좋은 디자인이 더 좋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심플한 디자인을 지향했음에도 속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그라데이션을 사용하거나 플레이어 모서리를 둥글게 하는 작업이 반대에 부딪혔다”고 말한다.
이후 개선 작업을 거쳐 1.4 버전에 윈앰프와 같은 재생 목록을 추가하고, 마우스만으로 대부분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도록 컨트롤 판넬을 설계했다. 그리고 사용자가 원하는 스킨을 가져올 수 있도록 스킨 기능을 강화했다. 배경 이미지만 바뀌는 형태가 아니라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처럼 자유로운 형태 변화가 가능하도록 XML 데이터 구조로 바꿈으로써 프리폼의 자유로운 스킨 시스템을 구현했다.
단순히 낱장의 BMP 파일 캡처 외에도 다양한 포맷과 효과를 지원하는 화면 캡처 기능에서도 사용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모습이 눈에 띈다. 동영상 캡처에 대한 사용자 요구가 높다는 것을 피드백 받고 이에 더 충실하도록 했다고 말한다.
한국화와 세계화 동시에 고려
온라인에서 시작해 여러 기능을 추가하며 지금까지 성장한 곰 플레이어가 온라인에서는 ‘고품질 서비스’에 촛점을 맞췄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자막 처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막 처리 기능은 국내 환경에 특수한 경우로, 외국어 영상을 보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지원되어야 할 기능이다. 그러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와 같은 영어권 외산 제품은 자막 처리 기능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 이 점을 감안해 곰 플레이어에는 자막 처리 기능에 더 신경을 썼다고 한다.
자막 기능을 통해 국내 환경에 더 친숙한 플레이어로 다가갔다면, 한편으로는 유니코드 지원을 통해 세계화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윈도우 XP에서 한글이 깨져보이는 현상 등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개월간 백그라운드 작업을 거쳐 유니코드를 지원하게 됐다. 유니코드 작업을 거쳐 1.5 버전에서 일본어 곰 플레이어인 ‘하코바코 플레이어’를 제작했다. 이 플레이어는 지난 해 말부터 일본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다국어 버전을 개발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함께 마무리하게 됐다. 번역만 되면 어느 나라 언어든지 지원하는 국제화가 가능해졌다.
개발팀에서 사업부로, 플레이어에서 플랫폼으로
이렇게 많은 기능을 갖고 있는 곰 플레이어지만 개발팀은 밤샘작업이나 주말 근무없이 지금까지 곰 플레이어를 만들어 왔다고 한다. 별도의 패키지 생산품이나 기한이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궈놓은 기능을 바탕으로 새로운 비상을 준비함에 따라 개발팀의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개발팀 3명에 디자인팀과 기획팀을 더해 개발팀에서 사업부로 확장된 점이다. 개발팀의 노윤선 씨는 사업부로 확장되며 첫번째 과제가 된 음악 전용 플레이어 개발을 맡고 있다. 기존 MP3 포맷 이후 사용층이 넓어지고 있는 OGG 포맷의 플레이어를 개발중이다(이름을 ‘범’ 플레이어로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오 대리와 노윤선 씨는 병역특례중인 대학생으로 일주일에 이틀은 학교에 가기 때문에 모자란 업무를 주말에 채우고 있다.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니 영화를 자주 보냐는 질문에는 약간의 아쉬움으로 답을 대신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영화 한 편을 감상하다가 테스트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치명적인 문제를 발견한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보는 일이 즐거웠는데 솔직히 예전만큼 많이는 못 봅니다. 테스트할 자료로 동영상 클립을 보는 일이 전부죠.”
최신 트렌트를 잡아 2.0으로 전진!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분야에서 영화를 보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시대의 ‘트렌드’를 잘 파악하는 일이다. 이는 매주 월요일마다 여는 회의를 통해 해소된다고 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고화질 TV의 등장이나 HTPC 확산과 같은 멀티미디어 이슈들이 회의를 통해 교류되는 내용이다. 이러한 최신 트렌드 분석을 기반으로 곰 플레이어 개발팀은 지금의 모습을 넘어 확장된 플레이어로서의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2.0 버전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액티브X 형태의 컴포넌트 제공으로 웹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음악 전용 플레이어를 출시하고, 더 만족스런 DVD 재생과 리모콘 제어를 지원하는 HTPC용 홈 씨어터 플레이어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을 위한 작은 플레이어로 시작한 곰 플레이어가 채 2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어느덧 홈 씨어터 플랫폼을 지향할만큼 거대해졌다. 올해 안에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의 1인자가 되겠노라 다시금 각오를 다지는 개발팀은 “사용자는 편리한 플레이어의 손을 들어주게 돼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버전 1.x에서 2.0으로 넘어가는 큰 변화의 시점에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다. @
* 이 기사는 ZDNet Korea의 자매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