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 부진이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ERP 업체들의 전략이 하향화, 단기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ERP 업체들이 올해 세운 영업 전략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ERP 도입 결정이 느린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으로, ERP 시스템 도입이 가장 절실한 '제조 시장'에, 그리고 고가의 대형 패키지보다는 업종별로 가장 최적화한 모듈로 구성한 '저가 솔루션'으로 방향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 피플소프트, QAD 등 ERP 업체들이 내놓은 영업 전략이 대부분 이 세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저렴하고 빠른 구축 시간 장점 먼저 오라클과 SAP가 중소 기업 시장을 겨냥한 솔루션을 구비하고 업종별 채널을 선정해 본격적인 시장 개발에 들어갔다. 오라클은 2년 전부터 국내 시장에 맞춘 저가형 ERP 솔루션을 준비해, 별도의 공급 채널을 선정해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한국후지쯔와 공동으로 SMB 시장을 겨냥한 시장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을 내놓고 한국후지쯔와 함께 영업을 전개한다.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은 e-비즈니스 스위트의 주요 모듈인 CRM, BI 등을 포함하고, 중소기업의 일일 운영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며 10~40일 이내 가동될 수 있을 정도로 적용이 쉽다는 것이 강점이다.SAP코리아도 지난해 하반기에 내놓은 'mySAP All-in-One'과 다음달 출시하는 'mySAP 비즈니스 원'을 가지고 산업별로 특화된 ERP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올인원은 40~50명 직원을 보유한 기업에, SAP 비즈니스 원은 10명 사용자용인 미니 ERP 제품이다. 이 두 가지 제품은 중소 기업 시장의 특성을 최대한 반영한 제품으로, 산업별 요구사항을 만족시켜 적은 예산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가격 체계를 가지고 있다. SAP 코리아의 SMB 영업 본부장인 문광식 이사는 "중소기업은 해당 기업의 규모에 따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 분야로 구분돼야 한다"며, "중소기업도 ROI를 보장하는 산업별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AP코리아는 전체 매출액 200억~2000억 원 정도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500억~2000억 원 규모의 경우 mySAP 올인원으로 ▲500억 원 내외의 기업의 경우 mySAP 비즈니스원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SAP코리아는 올해 전체 매출액의 15% 가량을 이 시장에서 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서서히 움직이는 중소기업 시장이런 시장 추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도 ERP 시장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ERP 공급업체인 ESG를 통해 지난해 하반기 발표한 네비전과 아삽타 솔루션의 한글화 작업을 완료하고 LG필립스디스플레이 등 제조 시장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달 국내 지사를 설립한 QAD도 자동차 분야를 비롯한 제조 시장에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QAD코리아의 경우는 본사와 연계된 제조업체 ERP 프로젝트가 많아 이미 국내에서는 60개 이상의 사이트를 확보하고 프로젝트를 수행중이다. QAD코리아의 김경돈 사장은 "오라클이나 SAP 솔루션은 재무 부분에서는 강점을 띠지만 제조 물류의 재무, 운영 모듈을 모두 완벽하게 지원하지는 않는다. 또 불필요한 기능이 들어있어 중소 업체가 도입해 쓰기에는 너무 무겁다"며, "QAD MFG/PRO는 제조업과 중소 기업 시장에서의 구축된 사례가 많다. 추가 개발한 기능도 많아 더욱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ERP 업계의 SMB 시장 공략은 몇 년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그동안 중소 기업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해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불황과 수요 침체로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소 업체들이 기업 정보화를 통해 재고 감소와 수익창출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ERP 공급업체들이 그동안 중소기업의 특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일 제품으로 적용하면서 발생했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와 함께 적용 기간, 비용 등에 대한 고려도 하기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중소 기업 시장의 판도는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이 기사는 ZDNet Korea의 자매지인 on the Net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