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봄 시즌에 큰 사건을 터트리는 것이 관례인 것 같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봄 시즌에 항상 획기적인 팜 OS 제품을 출시하여 기술력을 과시해 왔다.
320 X 320 이라는 기존 팜 OS 기기의 2배의 해상도를 적용한 N700C 제품의 출시는 화이트 데이에 이루어졌으며, 스위블 액정을 적용하면서 320 X 480의 해상도를 적용한 NR70시리즈 역시 3월 11일 세빗 쇼에서 공개했었다.
그런 소니가 올해도 마찬가지로 큰 사건을 터트렸다. 다른 때 보다 빠르게 2월 14일 발렌타이데이에 출시시기를 맞춘 이 제품은 기존 NR70제품에 적용된 320 X 480의 해상도를 슬림형 제품에 적용한 첫 단말기다.
소니는 320 X 480이라는 포켓 PC의 2배의 해상도를 지원하는 고해상도 액정을 NR70출시 이후 NX70, NX73/80, UX50같은 크램쉘(clamshell ; 위아래로 열리는 조개형 디자인을 뜻함)타잎의 고급형 단말기에만 적용해왔다. 때문에 고해상도 액정이 필요하지만 고급형 제품의 다른 부가 기능이 필요 없었던 사용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부터 소니는 방향을 선회했다. 고급형 제품에만 적용되던 320 X 480 고해상도 액정을 보급형 모델의 가격에 시판되는 슬림형 제품으로 기획하여 출시한 것이다.
이 새로운 클리에의 모델은 클리에 PEG-TH55라는 모델로 단순히 고해상도 액정을 슬림형 제품에 적용하였다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부가 기능을 내장한 새로운 클리에라고 할 수 있다.
리뷰를 시작하기 전, 제품의 포장부터 살펴보자면, 갈수록 작아지는 박스를 확인할 수 있다. N700C의 박스의 절반 정도의 박스에 TH55가 포장되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 제품에 기본으로 내장된 크래들이 제공되지 않아 제품 박스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에 박스 크기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제품의 구성을 보면 본체 + 아답터 + USB케이블 + 충전씽크용 더미 + 핸드스트랩(그외에 CD 등은 기본 제공)으로 단촐한 편이다.
박스를 개봉하고 제품을 본 첫 느낌은 '상당히 매력적인 PDA'라고 할 수 있다. 사진만으로 느끼기에는 힘들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았을 때 투명한 커버와 액정만 있는 본체는 기존의 PDA와는 느낌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320 X 480이라는 고해상도 액정은 크기가 그만큼 크기에 외부의 충격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다라서 기본적으로 액정을 보호하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커버는 투명도가 높아 커버를 덮은 상태에서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투명도가 너무 높아 손가락으로 커버를 누르면 지문이 그대로 묻어난다. SJ-33때와 마찬가지로 서드파티에서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는 커버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커버를 열고 제품 본체를 보면 전면의 대부분을 액정이 차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조작을 위한 하드웨어 버튼은 전면 하단 모서리에 4개의 기본 하드웨어 버튼이 제공되며, 그외에 제품의 좌측면과 뒷면 상단에 조그다이얼등이 배치되어 있다.

하단에 제공되는 하드웨어 버튼이 작아서 조작에 대한 불편을 우려할 수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조작에는 지장이 없니다, 그러나 만약 게임등을 한다면 옵션인 게임 패드를 사용하지 않는 한 다소 불편할 것으로 보인다.

액정 상단에는 인티케이터 LED가 배치돼 있다. 충전상태와 녹음상태, 무선랜 동작 상태를 보여주도록 되어 있어 기기의 상태를 쉽게 파악하도록 되어 있다.

조작을 위한 하드웨어 버튼과 메모리스틱슬롯은 오른쪽 면에 모두 모아져 있다.
이어폰 포트부터 촬영버튼, 렌즈커버 동작 버튼, 메모리스틱 슬롯 커버, 홀드&전원, 녹음 버튼의 순서로 제공된다. 버튼이 워낙 오밀 조밀하게 모여 있다 보니, 이전 제품에 익숙한 사용자는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스틱 슬롯은 무선랜 모듈을 본체에 내장하였기 때문에, 저장 메모리로서의 용도로만 사용된다. 커버를 덮는 형태로 제공된다.

소니 특유의 조그다이얼은 뒷면 상단에 있다. 이전 제품들에 채용되었던 조그다이얼과 다르게 뒷면 상단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 불편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을 해보면 엄지를 대신하여 검지로도 충분히 조작할 수 있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조그 다이얼 아래로는 백 버튼과 30만화소의 카메라가 있다. 백 버튼 역시 중지를 통해 가볍게 누를 수 있는 위치이며, 카메라는 커버 스위치를 통해서 먼지의 유입을 막도록 되어 있다. 카메라의 기능은 30만 화소급에서 만족스러울 정도이며, 내장 어플리케이션과 연동하여 간단한 기록용으로 효과적이다.

스타일러스펜은 오른쪽 상단에 제공된다. 이전 제품의 스타일러스와 색상만 다르고 동일하다. 때문에 이쑤시개 스타일러스라는 혹평을 TH55용 스타일러스에도 그대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동기화를 위한 시리얼포트는 밑면에 있다. 기존의 NR/NX/T/TG시리즈와 포트의 형태는 동일하기에 같은 충전/씽크 더미를 사용하여 동기화를 할 수 있다.

NX에서 제공하였던 충전/씽크 더미의 색상이 조금 밝아지고, 중국산이라는 마크가 표시된 정도만 다르다.
하지만 NX에서 제공한 더미와 아답터를 고정해주는 플라스틱 가이드는 제공되지 않아 더미와 아답터가 쉽게 분리될 수 있다.

호환되는 크래들은 TJ시리즈용의 크래들과 혼용된다. 포트가 동일하기에 NR/NX/T/TG시리즈와 호완이 될 것을 기대했지만, 뒷면의 두께 때문에 고정되지 않는다. 때문에 필자는 여분의 NR용 크래들의 플라스틱 가이드 부분을 제거하고 전용 크래들처럼 사용하고 있다.


외부 하드웨어를 살펴보았으니 이제 내부 하드웨어를 살펴볼 차례다. TH55는 UX50과 마찬가지로 소니가 ARM라이센스를 받아 설계한 소니 핸드헬드 엔진을 CPU로 채용했다. X스케일 400Mhz를 채용한 기종들에 비해서 반응 속도가 조금 느린 느낌이 있지만, 팜 OS자체가 그리 무겁지 않기에 만족스러운 속도로 사용이 가능하다.(필자가 잠시 사용중인 텅스텐 E에 비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하지만 일부 응용 프로그램에서 느려지는 현상은 감수해야 한다.
메모리로 32MB의 플래시 메모리와 실제로 사용이 가능한 32MB의 저장 메모리 공간을 제공한다. UX50에 채용된 내부 메모리가 빠진 것이 아쉽지만, UX50에 비해 2/3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한 비교적 보급형 제품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32MB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점은 오히려 고마울 수도 있다.
내장된 무선 모듈은 802.11b를 지원하는 무선랜 모듈이다. 에릭슨이 있는 유럽 지역 모델에는 블루투스도 내장된다고 하지만, 필자가 리뷰에 사용한 미국판 모델과 일본판 모델에는 모두 무선랜 모듈만 내장됐다.
이제 소프트웨어를 살펴보자. TH55는 팜 OS 6.0 코발트가 발표되고 출시된 모델이지만, 개발 시기가 코발트 발표 이전이기에 팜 OS 5.2을 기반으로 소니에서 커스터마이징을 한 형태다.

기본 런처 화면 자체가 클리에 오거나이저라는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융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른쪽에 위치한 탭을 통하여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기존에 사용하던 런처 프로그램들이 오류가 발생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런처 화면은 상당히 깔끔하지만, 베타 버전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줄 정도로 곳곳에 마무리 되지 않은 흔적들이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기기라는 생각을 줄 정도다.
특히 사진을 버츄얼 그래피티 영역에서 끌어 올려서 일정관리나 메모 등에 삽입할 수 있는 기능과 일정관리나 메모에서 궤적인식, 즉 그리기로 입력하는 방식은 기획 자체는 훌륭하나 프로그램의 마무리가 덜 되어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 등이 있었다. 해외 기사를 통해서 열광했던 기능이 실제로 접하고서는 그냥 쓸만한 기능이구나 정도로 달라졌다.
하지만 주소록의 사진 등록 기능은 상당히 쓸만하다. 물론 이전 기종에서도 있던 기능이지만 TH55에서야 제대로 정리가 된 느낌을 받았다.

그 외에 어플리케이션의 호환 부분에 대해서는 런처 같은 UI를 변경하는 소프트웨어가 아니면 거의가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 코믹구루가 화면이 깨지는 현상이 있었으며, mmplayer같은 경우에는 아직 TH55용 버전이 나오지 않아 리셋을 반복해야 하는 현상이 있었다.
한글입출력 문제는 디오펜과 디오펜 실크스크린의 조합으로 100% 사용할 수 있다. 디오펜으로 한글입출력을 하며, 디오펜 실크스크린으로 VG영역에서 소프트웨어 키보드나 인식기를 사용할 수 있에 거의 완벽한 한글입출력 환경을 지원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기다리던 슬림형 모델라인에 320 X 480의 고해상도가 적용된 모델인 TH55는 하드웨어적으로 고해상도에 슬림형 PDA라는 새로운 형태와 소프트웨어적으로 새로운 기능이 상당히 많이 추가된 단말기다.
하지만, 100% 만족감을 주는 기기는 아니었다. 해외 기사에서 장점으로 언급되었던 외부 재질의 경우 검정 색상이 주는 단단한 이미지와 달리 모서리 부분이 벌써 벗겨지거나 흠집이 발생하여 '역시 흠집에 약한 클리에'라는 생각을 들게 했으며, 특정 소프트웨어에서 느려지는 현상과 체감 속도의 저하, 새롭게 추가된 클리에 오거나이저의 부가 기능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베타 테스트 모델'이라는 평가는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베타 테스트 모델이라도 상당히 매력있는 기기인 것은 소니가 그만큼 제품 기획을 잘 했다는 것이기는 하지만, 사용자가 이러한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고 단지 디자인 때문에 구입한다면 의외로 실망할 수 있는 단말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