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샵 게섰거라」토종 그림판 포테이토가 간다

일반입력 :2008/09/18 08:49

이종림 기자

‘포테이토(Photato)’란 대표적인 그래픽 툴인 어도비시스템즈의 ‘포토샵(Photoshop)’과 토종을 뜻하는 ‘포테이토(potato)’의 합성어이다. 제품 개발을 마무리하고 이름을 정하면서 ‘디카프리오’를 비롯해 수백가지 후보를 두고 고민하던 차에, 외국에서도 재치있게 보아줄 포테이토를 제품 이름으로 선정하게 됐단다. 그래픽 프로그램이면 포토샵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용자에게 대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포테이토가 지향하는 바가 어느 정도의 기술력인지를 보여주는 이름이다.C로 PCX 파일 다뤄볼까“처음에는 번역기 사업을 했습니다. 97년부터 시작해 사업이 잘 되어서 서울 강남까지 진출을 했죠. 그러나 번역기는 수출이 안되는 프로그램이어서 새로운 걸 찾자고 한 것이 바로 그래픽 편집기에요. 다른 종류는 다 있는데 유독 그래픽 편집기만 국산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지금의 포테이토가 탄생하기까지 10만 줄 소스코드를 직접 관리해 온 이병배 연구소장. 자동차공학과를 졸업하고 평소 관심있던 프로그래밍에 뛰어들어 그래픽 편집기와 인연을 쌓아왔다. 대학시절 집필한 ‘C로 PCX 파일 다루기’가 그래픽 편집기 개발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그때만 해도 그래픽 편집 포맷이 몇가지 없어서 분석을 한 번 시도해 본 것이 책으로 낼만큼 방대한 연구가 된 것. 그래픽 분야 뿐 아니라 다방면에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이 소장의 개인기가 동했다. 그래픽카드 호환이 안 되어서 어셈블리 수준의 작업을 하며 고생한 끝에 얻은 내용은 주위에서 좋은 평을 얻어 출판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때 책을 집필하며 경험한 필터와 화면보호기 제작은 포테이토의 효시가 됐다.본격적인 포테이토 제품 개발은 2000년 6월경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에는 “포토샵이 비싸다”는 이유로 무작정 개발을 시작했다. 한번 해볼 만한 분야인 듯했다. 이 소장이 개인적으로 사업을 꾸려 개발을 진행했으나 자금사정으로 인해 공백 기간이 종종 발생했으며 개발팀의 변동도 심했다.그러다가 이 소장과 친분이 있던 이들을 하나둘 만나면서 지금의 ATNS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ATNS는 본래 소프트웨어 유통을 주 업무로 하는 회사로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는 포테이토와 번역 아이디어 프로그램인 ‘마틴 잉글리시’가 있다.파일 포맷 분석에서 출발포테이토는 비주얼 C와 비주얼 베이직을 함께 사용해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속도와 관계된 부분은 비주얼 C로, 인터페이스는 비주얼 베이직을 썼다. 그래픽 편집기 개발의 시작은 파일 포맷 분석에서 출발했다. pcx, jpg 포맷은 공개되어 있지만 다른 파일은 공개되어 있지 않고, 공개되어 있다 해도 예전 소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초기에 raw와 같은 포맷을 분석하는 작업이 오래 걸렸다.“공개된 부분이 부족해서 직접 분석해야 하는 파일이 많았어요. 최근에는 MPEG 연구 논문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래픽 파일 포맷 분석시 참조가 될 겁니다. 입출력 관련한 그래픽 프로그램의 기반이 되어 주거든요.”다음으로 어려운 부분은 멀티 레이어 기법. 전 세계적으로 개발되어 나온 다수의 그래픽 편집기 중 멀티 레이어를 지원하는 그래픽 편집기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 두 장 정도 레이어를 겹치는 기술은 웬만한 논문에서 참조할 수 있지만 수가 더 많아지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진다. 공식대로 만들면 여러 장의 레이어를 편집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로 속도. 레이어 기법을 만들고 시연해 보니 실시간으로 움직여야 할 레이어 편집 동작이 10초가 걸렸다. 개발팀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했다.멀티 쓰레딩 도입한 멀티 레이어 기법“비주얼 C로 어셈블러 구현을 다시 해 봤는데 달라지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멀티 쓰레드 개념을 도입했지요. 어떤 프로그램은 화면을 출력하고, 어떤 프로그램은 리프레시를, 어떤 프로그램은 히스토리 기능을…. 다양한 프로그램이 돌아가도록 프로세스를 여러 개 만드는 기술이지요.”멀티 쓰레드, 멀티 프로세싱은 워드처럼 데이터 처리량이 얼마 안되는 프로그램에서는 고려할 사항이 아니지만, 그래픽 편집기에서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 소장은 “누구나 프로그램을 구현할 수 있으나 실제 프로그램 실행시 속도와 데이터 처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관건”이라며 결국 알고리즘을 통해 최적화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초기에는 기본 기능만으로 포토샵을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점차 제품이 안정화되면서는 외산 제품의 기능을 능가할 만한 비장의 무기를 하나 둘 갖춰갔다. 픽셀 단위의 편집을 지원해 아이콘 제작이 가능하며, 포테이토 고유 포맷인 pho 파일에는 텍스트 메모 내용을 첨부할 수 있다. 그리고 스프레이 기능에서는 실제 스프레이와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려고 골몰한 끝에 사람 손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부분까지 프로그램에 그대로 옮겨왔다고 한다. 기본 알고리즘 구현 이후 살을 붙이는 과정에서 포테이토만의 특색을 살릴 다양한 아이디어를 첨가한 것이다.수학은 기본, 다양한 관심으로 뒷받침해야포테이토가 외산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능과 성능을 갖추기까지 개발을 진두지휘한 이 소장은 개발팀의 ‘아이디어 뱅크’라 불리운다. 포테이토와 함께 번역기를 응용한 제품 마틴 잉글리시의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으로서 스스로 “공학도라서 응용력에는 뒤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프로그래밍과 관련해서도 C, C#등 다방면에 서적을 집필해 왔다. 그래픽 편집기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소장은 주저없이 ‘수학’을 꼽는다. “그래픽 편집기에서 필요한 컴퓨터 좌표계와 수학 좌표계에 대한 이해, 그림 회전하기 등 수학이 바탕이 됩니다. 수학이 기본이 되고 응용 과정을 거쳐 컴퓨터에 옮겨오는 것이지요.” 3차 방정식에서 근의 공식의 오류를 발견하고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수학 문제집을 냈을 정도로 수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소장. 그래픽 편집기 쪽은 만들어진 컴포넌트도 없는데다 비주얼 C에는 그래픽 함수가 없어서 대부분 직접 작성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수학이 절실히 필요했다. 수학 뿐 아니라 다양한 알고리즘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각각의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기반 공사가 잘못되면 100층 건물을 지을 것도 10층 밖에 못 짓듯이, 처음 기반을 잘 잡는 게 중요함은 그래픽 뿐 아니라 어느 분야라도 통용될 불변의 이치이다. 이에 대해 개발팀은 “그래픽 편집기 개발이 즐거운 이유는 ‘연구’할 꺼리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라며, 이미지 합성, 필터 등 각 기능별로 필요한 다양한 알고리즘을 연구할 수 있다는 점이 그래픽 편집기의 매력이라 말한다. 토종 기능 마련과 오픈소스화개발을 완료하고 가장 먼저 국내 최대 디카 동호회를 찾아 반응을 살피는 등 일괄 처리 기법, 동영상 CD 편집 등 디카족을 위한 필수 기능을 한데 모아놓고 있는 포테이토는 올 상반기중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개발팀은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면 아주 새로운 툴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비춘다. 이를 위해 일차적으로 리눅스와 유닉스에 교차 지원되도록 C# 컨버전 작업을 하고 있다.포테이토의 향후 모습은 워드나 파워포인트를 대신하는 다양한 출력 프로그램이 될 전망이다. 풀 3D 텍스트 기법, 이펙트 기법, 위저드 기능을 추가하고 문서 편집이나 OCR 기능 등을 첨가해 포테이토만으로 웬만한 문서를 편집하고 출력할 수 있도록 용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서서히 포테이토의 ‘오픈소스화’를 추진하고 있다. 모듈화되어 있는 각 편집 기법이나 필터를 추가할 때 사용자의 의견을 반영할 뿐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개발한 기능을 첨가하겠다는 것이다.“포테이토의 규모가 방대해질수록 개발팀에서 모든 소스코드, 기능들을 다 관리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오픈소스화이지요. 요즘 사용자들이라면 간단한 기초만 전해 줘도 충분히 필터와 기능을 개발할 수 있을 겁니다.”포테이토의 기획을 담당하는 노진영 부장은 사용자가 개발한 모듈이 플러그인 형태로 포테이토에 붙는다면 더 막강한 그래픽 편집기로 확장할 것이라 예상하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기초적인 기술을 공개하고 교육기관을 지원해 포테이토 플러그인 개발을 적극 장려할 방침이다.‘우리 제품’ 차별화가 과제“개발을 시작할 때는 외산 제품과 기술적으로 10여년의 격차가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따라잡은 듯합니다. 그동안 따라가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좀 더 여유를 갖고 차별성을 부각시켜 갈 계획입니다.”소프트웨어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뒤늦게 그래픽 편집기 분야에 뛰어든 개발팀은 이제 포테이토만의 새로운 위치를 점하는 것을 큰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 출판 인쇄쪽의 전문가 집단일수록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 아닌 제품에 대해 배타적이라 한다.그런 점에서 포테이토는 일찌감치 방향을 돌려 그래픽 편집 외의 다양한 용도를 첨가하고 있다. 직접 디카 동호회를 찾아가 시장 조사를 벌이고 오픈소스화를 추진하듯이 사용자와 함께 가기 위한 노력이 게속 된다면, 그래픽 편집기에서도 여느 외산 프로그램 못지 않은 우리 제품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기사는 ZDNet Korea의 자매지인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