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된다 발뺐던 F5네트웍스「머쓱한 컴백」

일반입력 :2004/09/22 14:52

김세진 기자

“3년전 갑자기 철수한 것에 대해 한국 고객기업 및 협력사들에 정중히 사과한다”는 영업부문 수석부사장 톰 헐의 발언으로 시작한 국내시장 재진출 기자간담회에서 F5네트웍스는 “우선 신뢰를 회복한 후 독보적인 애플리케이션 트래픽 관리(ATM) 솔루션을 필두로 국내 L7 스위치 시장에 판도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F5가 내세우는 주력제품인 ATM 솔루션 ‘BIG-IP’는 독자적인 범용 검사 엔진인 ‘유니버설 인스펙션 엔진’을 이용한 딥 패킷 인스펙션 기술을 탑재했다. F5는 “이 같은 기술을 가진 업체가 국내에 전무한 만큼 시장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유롬(uRoam)’을 인수하면서 확보한 SSL VPN 솔루션 ‘파이어패스(FirePass)’를 이용해 신뢰성을 갖춘 리모트 액세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또한 네트워크·보안 통합 추세에 맞춰 F5는 올해 중반 ATM 솔루션과 SSL VPN을 통합한 솔루션을 통해 L7 스위치, SSL VPN, 보안 등 기업이 요구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 총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차세대 솔루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재진출 공식 발표에 앞서 선임된 남덕우 지사장은 1979년부터 20년간 한국IBM에 근무하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거쳐 e비즈니스 솔루션 담당 이사를 지낸 인물로, 이후 로터스 코리아, 엠프론티어 대표를 거쳐 F5에 합류했다.남 지사장은 “실적보다는 우선 과거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고 신뢰를 재구축하는게 급선무”라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만큼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F5 한국지사는 완전한 채널영업체제로 운영된다. 현재까지 아이티언, 코디얼, 이스텐네트웍스, 청어람 등이 채널로 확정된 상황. F5는 디스트리뷰터를 선정하고 채널을 더 보강해 영업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무책임한 회사' 낙인, 어떻게 지울까F5네트웍스는 첫 국내시장 진출 1년여만인 지난 2001년 8월 ‘재무상의 이유’를 들어 갑자기 철수한 바 있다.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톰 헐 부사장은 “회사가 생존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면서 한국 시장의 이해를 구하는 한편 “앞으로는 전과 같은 무책임한 철수는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러나 행동으로 불신을 산 회사가 말만으로 국내 협력사 및 고객들의 냉담한 시선을 녹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F5의 경우 철수 자체보다는 아무런 뒷수습이 없었다는 점이 회사 이미지를 크게 훼손한 만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남 지사장도 이러한 국내시장 분위기를 잘 알고있는 만큼 구체적인 신뢰회복 방안에 대한 질문에 “별로 할 말은 없다”면서 “행동으로 보여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짧막하게 답했다. 하지만 과거 제품을 재고로 안고있는 협력사 및 피해를 본 고객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지원책은 재진출을 공식 발표하는 이날까지도 전혀 준비된 것이 없어 신뢰회복에 대한 의지 여부는 남 지사장 말대로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