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울타리 벗어난 이클립스「기회는 왔다」

일반입력 :2004/01/30 00:00

Martin LaMonica

오픈소스 개발툴 프로젝트 ‘이클립스(Eclipse)’가 다음주 열리는 이클립스콘 컨퍼런스에서 설립기업인 IBM으로부터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 이로써 다양한 기술업체들과 IBM의 경쟁사들도 이클립스 이사회에 가입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IBM으로부터의 독립은 이클립스의 영향력 확대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클립스 프로젝트의 리더이자 개발툴 전문업체 어드밴스드시스템즈컨셉츠의 최고 아키텍트 데이빗 오메는 “IBM은 이전까지 이클립스에서 누렸던 권력을 상당 부분을 상실할 것”이라며 “이클립스는 항상 IBM의 울타리를 넘어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서는 IBM이 이클립스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야 했다”고 말했다.이클립스는 지난 2001년 11월 IBM이 기부한 4000만달러로 설립됐다. 이후 회원사가 50개로 늘어났으며 ‘이클립스’로 알려진 자바 개발툴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는 단일 프로그래밍 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 다양한 종류의 자바툴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그전까지 상당히 까다로왔던 자바툴 공용 환경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구현한 것이다.이클립스 소프트웨어에 대한 평가는 좋았지만 IBM이 이클립스 운영을 좌지우지한다는 인식이 업계에 일반화되면서, 자바를 개발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클립스 참여를 기피해 왔다. IBM이 자사의 자바 소프트웨어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이클립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심지어 썬은 ‘이클립스(eclipse : 상실, 소멸)’라는 소프트웨어 이름이 경쟁사인 자사를 겨냥한 것이라며 이클립스 불참 이유로 들기도 했는데, IBM 경영진들은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레드몽크의 애널리스트 제임스 거버너는 “IBM에 반대하는 일부 기업들은 이러한 이유로 이클립스를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그러나 이클립스가 IBM으로부터의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자, 개발툴 업체들은 이 프로젝트를 면밀히 주시하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클립스는 이미 많은 자바 관련 개발문제와 관련해 업계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메타그룹의 애널리스트 토마스 머피는 “이클립스가 IBM에서 분리됐다는 사실은 다른 기업들과의 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관건은 이들이 서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이클립스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라’자바 소프트웨어 판매업체 입장에서 보면 무엇보다 개발자의 관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곧 고가의 자바 애플리케이션용 소프트웨어 판매와 직결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경쟁관계에 있는 MS 개발툴과 윈도우 기반 소프트웨어에 대한 방어책이 되기 때문이다.SAP, SAS 인스티튜트, 사이베이스와 같이 자바에 주력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미 내부 개발에 이클립스를 채택했으며 많은 중소기업들도 이클립스 프레임워크용 애드온을 개발하고 있다. 일례로 노벨은 지난주 이클립스에 참여키로 결정하고 이클립스 통합 개발 환경(IDE)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다음주까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는 이클립스의 새로운 이사회 구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이사회는 IBM이 설립한 프로젝트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 이클립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결정할 주체이기 때문이다.이클립스는 IBM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회원 등급을 다양하게 구분할 계획이다. 개인회원과 다른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을 유료 회원과 무료 회원으로 구분하는 한편, 상당한 재정적 지원을 전제로 소수의 ‘전략적 공헌 회원’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이클립스 회장 스킵 매고헤이는 전략적 공헌 회원은 최대 25만달러를 기부할 수 있으며 8명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이클립스의 새로운 행보와 관련해 가장 큰 기술적 이슈는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를 개발자들이 선호하는 지금의 단순 형태로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디자인 과정에 다양한 기업을 참여시켜 더 복잡하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메타 그룹의 머피는 “이클립스 운영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므로, 이클립스 소프트웨어의 기반을 기초적인 형태로 남겨둘 것인지 아니면 확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클립스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바 개발자들만이 아니다. 지난달 이클립스 참여를 거부했던 썬은, 지난 몇주간 이클립스 참여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재개했다. 썬의 대변인은 “이클립스에 참여할지 아직 확실치 않지만, 이클립스 이사회 구성에 주시하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썬의 이클립스 참여 여부에는 썬의 오픈소스 자바 개발툴 넷빈즈(NetBeans)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년간 급속히 성장해 온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는 넷빈즈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넷빈즈와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는 기술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특히 운영체제에 사용되는 유저 인터페이스 생성용 메소드와, 개발툴에 애드온 요소를 결합하는 시스템에서 큰 차이를 보여준다. 썬은 자사의 상용 개발툴의 기반이 되는 넷빈즈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볼랜드나 BEA시스템과 같은 다른 도구업체도 자체 툴 전략에 따라 이클립스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많은 업계 전문가들과 개발자들은 다양한 자바 개발툴을 통합하는 단일 시스템이 MS와의 시장점유율 경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일부는 여러가지 자바 개발툴이 공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뉴 라울리 그룹의 애널리스트 톰 라인랜더는 “MS와 효과적으로 경쟁하고 윈도우와 닷넷에 대한 대안 툴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뛰어난 기능의 자바 개발툴이 필요하다”며 “이클립스와 넷빈즈는 이와 같은 요구에 적합한 훌륭한 제품”이라고 말했다.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자바 툴 간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일련의 자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상호 운용성을 높일 수 있는 자바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자바툴커뮤니티(JTC)’를 결성했다. JTC와 이클립스 회원사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자바 표준은 이클립스에 적용돼 자바 툴간의 기술적 차이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자바 업체들이 이클립스의 향후 개발 방향을 둘러싼 경쟁을 계속하는 사이, 이클립스 오픈소스 프로그래머들은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다음주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릴 이클립스콘 컨퍼런스에서는 이클립스 3.0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데, 6월 출시예정인 이 새로운 버전에서는 커스터마이즈를 간편하게 하고 프로그래머가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를 더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개발 환경을 개선할 예정이다.이밖에도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는 ‘리치 클라이언트’, 즉 그래픽이나 데이타 통합 작업에 PC 처리능력을 끌어오는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더욱 적합하게 수정될 예정이다. 이클립스 측은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서로 다른 운영체제의 룩앤드필(look and feel)을 채용한 리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다”며 “이클립스 소프트웨어는 이 과정에서 마치 웹브라우저처럼 다양한 플러그인을 위한 컨테이너 역할을 맡게될 것”이라고 말했다.레드몽크의 거버너는 “리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결정하는 것은 새로운 이클립스 이사회가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클립스 소프트웨어의 리치 클라이언트 기능에는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MS 윈도우의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거버너는 "이클립스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은 브라우저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동일한 관리용이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웹 화면보다 더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한편 다음주 열리는 컨퍼런스에서는 IBM 연구원이자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인 그레이드 부치가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그는 멀리 떨어진 개발자들이 어떻게 밀접한 협업 체계를 구축해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지 자신의 비전을 공개할 예정이다.IBM 툴 사업부의 전신인 래쇼날 소프트웨어의 설립자이기도 한 부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보다 장기적 관점을 제시할 예정인데, 그는 CNET 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래머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인스턴트 메시징이나 온라인 회의 소프트웨어와 같은 협업 툴이 개발툴과 통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프로젝트 목적을 달성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이라며 “다양한 개발 그룹들 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협업툴”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