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혼자 먹게 둘 순 없지」IBM·리얼, 협력

일반입력 :2004/01/13 00:00

Stefanie Olsen

IBM과 리얼네트웍스는 디지털미디어 관리 시스템 구축 및 마케팅·판매에 관한 협력관계를 체결했다고 라스베가스 가전제품전시회(CES)에서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날 발표내용에 따르면 협력을 통해 개발되는 시스템은 컨텐트 디지털화, 관리, 유통 및 판매 기능을 갖추고 2004년 2분기쯤 출시될 예정이다.리얼네트웍스 마케팅부문 수석 부사장인 댄 쉬한은 “이전까지 온라인으로 컨텐트를 유통시킬 능력이 없었던 컨텐트 보유자들도 앞으로는 온라인을 통해 컨텐트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협력관계의 금전적인 계약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IBM과 리얼의 협력을 ‘디지털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고객과 매출원을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07년까지 컨텐트 관리·유통 시장은 1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MS 입장에서 이 두 회사의 협력은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MS 윈도우가 아닌 다른 디지털미디어 솔루션을 찾는 고객들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디지털미디어 유통 시장은 윈도우 서버 시스템과 MS 미디어 전송기술이 주도하고 있으며, MS는 미디어 전송시스템을 무기로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협력관계 체결에 따라 IBM은 리얼네트웍스 기술을 채용하고 있는 컨텐트 보유자들을 자사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리얼네트웍스는 온라인 음악·동영상 전송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의 컨텐트 자산관리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또 리얼네트웍스 입장에서는 '헬릭스' 서버와 비디오/오디오 압축기술, 코덱 등을 더 잘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잡은 셈이다.예전 닷컴 거품시절 별 성과도 없는 거창한 제휴가 유행한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는 실속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는 분위기이며, IBM과 리얼네트웍스의 계약도 이러한 추세에 따른 것이다. 한편 애플 뮤직스토어 ‘아이튠’의 성공은 디지털 음악 다운로드에 대한 수요를 촉진시켜 소니, 리얼네트웍스, MS 등 경쟁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데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음악뿐이 아니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더욱 확산되면서 디지털미디어 시장에서는 동영상 서비스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와 관련, MSN은 광고 후원으로 운영되는 ‘넷비디오’ 서비스를 최근 출범시키기도 했다.IBM은 새로 개발할 시스템의 디지털 컨텐트 저장 및 관리부문에 미들웨어 플랫폼을 적용시킬 방침이며 온라인 매장 구축 및 온라인 빌링에도 IBM 기술을 제공하게 된다. 특히 J2EE 기반의 ‘웹스피어’ 시스템은 보다 유연한 전자상거래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웹스피어를 이용하면 기업들은 필름 클립, 동영상, 이메일 등 ‘구조화되지 않은(unstructured)’ 데이터를 분류하고 정리해 다른 디지털미디어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할 수 있게 된다고 IBM은 설명했다.리얼네트웍스 측에서는 ‘리얼오디오’와 ‘리얼비디오 10’ 기술을 새 시스템에 제공한다. 리얼오디오와 리얼비디오 10은 이 회사의 최신 소프트웨어로, 대용량 미디어 파일을 IP 네트워크상으로 전송하기 위해 보다 작은 크기로 압축하는 기술이 적용돼 있다. 또 리얼네트웍스는 헬릭스 디지털 미디어 서버와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소프트웨어도 제공할 계획이다.시장조사업체 인비저니어링 사장 리처드 도허티는 “IBM과의 계약으로 리얼네트웍스는 회원제를 확대하고 매달 수백만 건씩 발생하는 트랜잭션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결국 이를 기반으로 고객 볼륨도 크게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금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군소 아티스트들도 유통 비즈니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IBM으로서도 큰 볼륨의 고객들을 새로 확보하게 됐다. 음악 다운로드 등 디지털미디어 유통에서 하나하나의 트랜잭션은 푼돈이지만 이런게 수백만건 이어진다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고 덧붙였다.기존 IBM 고객들 입장에서는 보유한 디지털 동영상이나 음악을 암호화해 유통시킬 수 있는 옵션이 하나 더 추가되는 셈이다. IBM 소프트웨어그룹 브렛 매킨타이어는 “지금까지 IBM 고객들의 디지털 자산관리는 MPEG, 퀵타임과 같은 산업 표준 코덱에 대부분 의존해왔다”며 “결국 고객들로서는 이번 협력결과로 컨텐트 창작활동과 유통을 지원할 포맷이 한가지 더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새로 개발될 시스템은 MPEG, 퀵타임 등 이전까지 사용돼온 표준 포맷도 계속 지원한다.두 회사는 또한 새 시스템이 ‘구매한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미디어 시스템’에 대한 시장 요구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얼네트웍스의 쉬한은 “대기업 및 중간규모 케이블 네트워크 업체들도 잠재적인 고객”이라고 말했다.쉬한은 “예를들면 프로 스포츠리그는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열광적인 스포츠팬들은 TV에서 방송되는 것 이상의 다양한 컨텐트를 찾아 즐긴다. 하지만 프로리그에서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서버를 구입하고 백엔드를 디자인하고 온라인에 연결시키고 마케팅까지 한 후 사용자들 반응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면서 “막상 다 해놓고 보니 비즈니스 요건과 서로 상충하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그는 IBM과 리얼네트웍스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통합 시스템을 이용하면 컨텐트 보유자들은 이 시스템이 갖춘 유연한 전자상거래 백엔드의 혜택을 볼 수 있다면서 “사용료 과금 모델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고, 무엇보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는 실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