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소스 신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는 브루스 페런스를 비롯해 에릭 레이몬드 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GPL을 작성한 사람이며 현재 오픈소스 운동에서 가장 정렬적인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인 리차드 스톨만 정도면 이 신전에서 제우스와 같은 위치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페런스와 레이몬드의 글을 살펴보면 오픈소스 공동체의 불만을 적(보통은 MS가 이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진영에서는 MS를 사악한 젤리그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 젤리그는 오픈소스 비평가들로 하여금 그 존재를 항상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에게 돌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오픈소스를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스톨만은 이렇게 남을 공격하는 일 따위로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오픈소스 철학이라는 형이상학적인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 필자는 스톨만과 견해가 다른 적도 많지만 그가 자신이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런데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스톨만이 최근에 자신이 쓴 글에서 언급했던 말 한마디 때문이다. 즉 스톨만은 “자유 소프트웨어는 ‘무료’를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ZDNet을 항상 읽는 독자들이라면 필자가 수익원이라는 차원으로 봤을 때 오픈소스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만일 당신이 공짜라는 의미로 자유롭게 배포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유틸리티를 개발하고 있다면 오픈소스는 매우 좋은 모델이다. 사실 필자도 CLR 프록 컨테이너 프록 컨테이너라는 프리웨어를 그런 식으로 만든 바 있다. 필자는 이 제품으로 어떠한 수익을 창출해낼 의도가 없었다. 물론 필자는 상업용으로 개발하려는 쪽과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모두 채택하고 확장시킬 수 있도록 MIT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면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속에 들어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해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하게 되면 엉뚱하게도 당신은 소비자들 뿐 아니라 경쟁사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오픈소스 라이선스인 GPL을 통해 점점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쉽게 설명해서 대부분 오픈소스(그리고 모든 GPL)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뜻의 자유 소프트웨어다. 왜냐하면 아무나 소스코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 소프트웨어를 무료 소프트웨어로 대체하라는 스톨만의 충고대로 한다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몇 개 안되는 분야(상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코드를 라이선싱 하는 일 등)조차도 배제하는 결과가 오기 때문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서는 사정이 더욱 나빠질 것이다.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왜 공짜일 수밖에 없는가저작권 보호 장치가 되지 않은 CD 음악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대략 비슷하다. 음악이라는 것은 그 의도나 목적에 있어서 모두 ‘오픈소스’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노래를 바꾸거나 덧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테크노 음악을 생각해보라. 노래에서 ‘소스코드’는 노래 그 자체의 주요 부분이다. 대부분 노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기타를 집어 들고 새로운 노래를 처음부터 작사작곡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파치 웹서버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혼자서 웹서버를 만들어낼 능력은 없을 것이다.음악을 교환하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변명도 소프트웨어 해적행위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CD가 너무 비싸다고 한다. 그리고 소프트웨어도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람들도 노래를 판매해서 생기는 수익의 일부분을 챙길 뿐이다. 회사는 큰 돈을 벌지 몰라도 프로그래머들은 일정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뿐이다. 데이터도 무료로 만들어지며 모든 사람들에게 배포된다. 이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들어 음악 회사들은 어느 때보다 음반 비즈니스로 큰 돈을 벌기가 어렵게 됐다. 물론 이것에 대해 음악 교환을 다 탓할 수만은 없다. 사실 음악 제작비가 기술로 인해 많이 저렴해지면서 많은 경쟁 회사들도 음반 제작 비즈니스에 뛰어든 것도 그 이유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파일 교환에 관한 통계를 본다면 음악 교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네가 원한다면 누구와도 코드를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공공연히 부여해주는 제품이 있다고 생각해보라. 이 ‘공유할 수 있는 권리’를 GPL에서는 명시하고 있다. 바이너리나 소스코드를 받아보는 것만으로는 저작권 소유자에게 라이선스 이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어쩌면 배포회사에서 다운로드받는 것에 대해서는 비용을 청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 배포회사에서 배포할 수 있는 배타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가정을 한다면 수신자는 코드를 자신의 사이트에 집어넣을 수 있으며 그 사람도 역시 그 코드에 대해 어떤 사용료를 청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이 말은 대부분의 GPL 코드는 전통적인 의미로 무료라는 뜻이다. GPL 코드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배포회사들은 배포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이용료를 청구할 수 있지만 그 어떤 한 회사에게 배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배포회사들도 자기네가 제공하는 지원에 대해서는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겠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제품과는 무관한 별도의 서비스다. 윈도우에 대해서도 지원 계약이라는 것이 있다.오픈소스 회사들은 독자적인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시킨 것에 대해서는 사용료를 청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애드온까지도 GPL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톨만은 이런 모델은 기본적으로 무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한다. 그는 이런 모델을 환영하지 않는다.예를 들어, 무료가 아닌 동영상 드라이버나 유료의 프라퍼시 데이터베이스, 혹은 유료의 인도네시아어 번역기나 도서관 등이 GNU/리눅스를 사용하는 버전 안에 포함되어 출시된다면 어쩔 것인가? 우리 시스템을 이런 식으로 ‘지원’해준 개발자에게 감사를 표시해야할까, 아니면 이 변형된 상용 프로그램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멋지지만 성가신 일로, 종속을 의미하는 하나의 유혹으로, 또는 해결해야 할 하나의 문제점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자유 소프트웨어의 20년 역사가 있는데 이 무슨 말이냐 하는 식으로 말이다.잠재적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마지막 분야는 상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소프트웨어를 통합시킬 수 있는 권리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트롤텍에서는 자사의 QT 제품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리눅스 KDE 윈도우 관리자를 통해 이 제품을 사용할 때는 무료다. 그러나 상용(이것은 독점적이라는 개념) 제품에 대해서는 개발자들이 이 제품을 사용할 때는 라이선스 이용료를 내도록 요구하고 있다.사람들이 독자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든다고 가정할 때 이같은 수익 모델은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스톨만은 모든 사람들에게 GPL에서 승인한 소프트웨어만 사용하라는 식이다. 만약에 스톨만의 설득이 성공을 거둔다면 트롤텍에서는 자신들이 QT 제품으로 점점 더 돈을 벌 수 없게 될 것이다. 트롤텍이 하나의 기업이라면 기업들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트롤텍에서 QT를 업데이트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게다가 트롤텍에서 GPL을 따른다고 하면 오픈소스 공동체에서는 GPL 라이선스 하에서는 코드를 볼 수 있으며 원한다면 코드를 확장시키거나 바꿀 수 있다고(트롤텍이 원하든 말든) 말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트롤텍과 같이 개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이 이제는 아무도 상용 소프트웨어를 전혀 만들어내지 않는 시장에서 GPL 코드를 가지고 돈을 버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 이처럼 GPL이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기에 좋은 토대라고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 회사가 이윤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스톨만은 무슨 이유로 이 기사를 썼을까오픈소스에서는 사람들이 재정적 보상 없이도 자기네 노동력을 ‘공동체’라는 곳을 위해 봉헌하도록 사람들에게 동기 부여를 줄 만한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톨만이 다른 글에서 인정하듯이 돈을 덜 벌게 된다. 필자는 지난 2년 동안 이 말을 인용한 것이 이것으로 3번째인데 여기서 다시 한 번 인용하겠다. 즉, 우리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결국 사람들이 자기네 태도를 그 같은 현실에 적응시킨 후인 한참 후에는 다시 한 번 성취의 기쁨을 위해서 일하고자 할 것이라는 것이다.(스톨만, 소프트웨어는 왜 무료여야 하는가에서 인용).스톨만은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개발자들이 ‘자유’를 위해서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일반적인 소비자들에게 어떤 약을 만들기 위해 제약 회사들이 사용하는 공식을 몰라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지 한번 물어보라. 아니면 자전거 제작사인 슈윈에서 만들어낸 최신 모델의 자전거에 관련된 공정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있다는 사실은 어떤가? 대부분의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출하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런 세부 사항을 모른다고 해서 자기네 자유가 제한을 받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 소비자들은 어떤 회사(특정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로부터 서비스를 사는 것이지 스스로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사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어떤 회사에서 자기네와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이나 서비스의 청사진을 나눠준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톨만이 소프트웨어 회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다.필자가 사는 스위스에서는 힙합 음악이 매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네바에 있는 H&M 상점들은 보통 요란스럽게 불어인지 어떤 다른 언어로 말하는 랩 음악을 틀어놓곤 한다(H&M이 어떤 상점인지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H&M은 유럽에서 매우 인기 있는 의류 상점이다. H&M은 수퍼모델들이 사실 거의 아무 것도 입지 않은 모습의 광고를 내보낸다). 보통 힙합 음악 가사는 별로 점잖지 못하다. 얼마 전 필자가 H&M에서 세일하는 옷들을 보고 있었는데(게다가 이 옷들은 하필이면 여자들 속옷이 걸려있는 옷걸이 바로 옆이었다) 그때 H&M에서는 스눕 독의 그 천박한 내용의 노래를 귀가 아플 정도로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 어린이가 주변에 있다면 귀를 막아줘야 할 판이었다.그런데 사실 아무도 개의치 않는 것이었다. 이유는 이 사람들이 프랑스어를 하기 때문에 그 가사는 외국어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상소리도 당신이 그것을 상스럽다고 생각할 때에 한해서만 상소리인 것이다. 영어권 국민들에게 스눕독의 가사는 상스러울지 모르지만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영어는 욕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 나오는 정보 밀매꾼인 메로비지언들이 프랑스어로 하는 지껄이는 말이라면 몰라도.즉 다른 말로 하면 상용 소프트웨어에 있어서도 당신이 그렇다고 생각할 때에 한해서만(이것은 매우 실존주의적인 표현이 되고 말았는데) 당신의 자유도 제한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리처드 스톨만은 독자적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흉칙한’, ‘못되먹은’, 그리고 ‘노예적인 종속’과 같은 표현으로 불러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는 특정 제품에 관한 청사진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도 항상 독자적 소프트웨어가 근본적으로 불공정하다는 믿음을 가지도록 세뇌 당했다면 그들도 ‘청사진’을 요구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예로 개발자들도 오픈소스 개발 프로젝트에 자기네 시간을 무보수로 제공하려고 열심일 것이다.지금 리처드 스톨만은 새로운 종류의 믿음을 유포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도 독자적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일부 근본적인 불공정성이 아니라, 스톨만의 세계가 현실인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주는 그의 믿음을 같이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결론적으로 GPL은 말 그대로 공짜다GPL 소프트웨어가 나쁜 것은 아니다. GPL 소프트웨어는 공동체 개발 노력에 공헌하고 있으며 변형시킬 수 있는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다는 면에서 어느 정도 갈라지는 것을 막아주기도 하며 또한 매우 유용한 것들이 본래의 코드에 통합될 수 있게 해준다는 점도 인정해야한다. 모든 경우에 대해서 소스코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어떤 특정 제품에 있어서는 매우 유용하다.그러나 GPL 소프트웨어는 큰 수익원은 되지 못한다. 널리 보급하기에는 매우 좋지만 그 성격 상 코드는 아무나 무료로(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필자의 의견으로 적절한 공개 소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사람들이 투자하고 싶어 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첫 번째 단계는 GPL 소프트웨어의 특성이 무료(무상과 같은 의미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같은 사실을 기본으로 해서 시작할 때 GPL 지지자들은 그럴듯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그동안 GPL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회사들에게 수익원이 되어오던 방법들을 포기하라고 외치면서 GPL 소프트웨어는 좋은 수익원이라는 환상(설명도 없이)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행위이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해서 큰 이익을 남기는 회사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애를 다 쓰고 있는 회사들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다.저자 소개잔 캐롤은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캐롤은 자바와 닷넷을 이용한 분산 시스템의 디자인과 개발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터틀넥 소프트웨어의 설립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