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한해는 한마디로 MP3 풍년이다. CD도 MD도 모두 올해에는 약진하는 MP3 플레이어에 의해 기세가 팍 꺾였다. MP3 플레이어 구입을 위해 가격비교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뭐가 좋은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백 가지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구입 가능한 제품 중 올해에 발매된 것만도 200개 가까이 된다. 필름 카메라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디지털 카메라가 그 자리를 대신했듯이, 휴대용 음악장치 시장은 2003년을 기점으로 MP3 플레이어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MP3 플레이어라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영역에서, 올해의 트렌드는 다름 아닌 ‘시장의 확장’이다. 그렇다면 구입 시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256MB 이상 대세
음질도 아니고 디자인도 아니고 용량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가격’이다. 동일용량이라도 가격차는 나지만 용량의 차이에 의한 가격변화의 폭보다는 작다. 우선 64MB 제품은 거의 없다. MP3 파일 하나의 크기가 평균 3~4MB라고 했을 때 앨범 한 장 조금 넘는 정도만 간신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10만원 중후반까지의 대부분 제품들은 128MB용량이다.
17만원이 넘어가면 256MB 제품들을 볼 수 있다. 512MB 이상은 25만원 선부터 시작한다. 한 가지 살펴볼 것은, 기본 메모리 외에도 메모리를 추가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있다는 것이다.
512MB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과연 나에게 이만큼의 용량이 필요한가 생각해 보자. 140곡 이상을 담을 수 있다. 이 많은 음악들을 관리하려면 꽤나 신경이 쓰일 것이다. 윈도우 사용하듯이 탐색기를 띄워놓고 마우스로 편하게 폴더편집을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고용량 제품은 비트레이트 320Kbps급의 고음질 MP3를 선호하는 경우에 추천한다.

512MB도 부족하다 싶으면 두 가지 해법이 있다. 첫째는 MP3 파일 재생이 가능한 MP3CDP를 구입하는 것이다. 장점은 가격이 싸다는 것과 미디어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 저렴하게는 5만원대부터 최대 25만원의 제품들이 있다. 단점은 시디 크기가 있는 만큼, 부피가 크다는 것이다. 신제품은 그다지 많지 않으며 최근까지도 활발히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가 파나소닉이다.

두 번째는 플래시 메모리 대신 하드디스크를 채택한 제품들. 가장 큰 장점은 용량이다. 10GB에서 40GB까지의 제품이 있다.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10GB 제품만 해도 40만원대이며 40GB정도 되면 60~70만원까지 이른다.
멀티 포맷, 다이렉트 인코딩, 어학기능 체크
가장 애매한 부분이다. 성능도 아니고 ‘기능’이기 때문이다. 초창기 MP3P에 비해 최신 제품들은 실로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기능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즉, 제품 사양표에 나와 있는 기능들로 따지자면 몇 가지 제외하고는 다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동식 디스크, FM라디오 수신, 녹음, 멀티코덱(MPEG 1/2/2.5 Layer 3, WMA, ASF 모두 지원), 음장모드 변환 등의 기능은 대부분 동일하다. 만약 다소 구형모델을 구입한다고 하면 이 중에서 멀티코덱 기능은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한국은 MP3P 하드웨어 생산에 대해서는 종주국이라 할 수 있지만 코덱에 있어서는 완전히 해외 규격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코덱이 인기를 끌면 지원형식에 포함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는 오그보비스(OGG) 코덱도 기본 지원하거나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 몇몇 특징적인 기능들이 있다. 우선 다이렉트 인코딩 기능이다. 제품 자체적으로 소리를 입력받아 MP3 파일로 만드는 기능이다. PC를 거치지 않고 CDP와 직접 연결하여 MP3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이렉트 인코딩과 녹음기능은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트랙을 나눠주거나 잠시 녹음을 멈추는 VOR(Voice Operated Recorder) 기능이 있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어학 기능도 유행이다. 이젠 MP3로도 가능하다. 어학기능에 특화시킨 제품들이 있다. 구간반복 기능은 기본이고, 동영상에 자막을 넣듯이 소리파일에 자막을 지원하여 LCD 창을 통해 설명자막과 함께 귀로는 발음을 들을 수도 있다. 또한 TTS(Text-to-Speech) 기능을 가진 것도 있어 문자를 음성으로 읽어주면서 글자를 LCD 창에 띄워주기도 한다.

넷싱크 기능 또한 어학공부와 관계된 기능이다. 이는 어학 컨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것으로, EBS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컨텐츠를 다운로드하면 최신 컨텐츠를 자동으로 감지해 한마디로 진도를 맞춰준다고 할 수 있다.

크기와 무게「디자인 점검은 필수」
사실 첫 번째 고려사항일 수도 있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휴대용 기기인 만큼 몸에 늘 지니고 있게 되므로 디자인 또한 중요하다. 최근의 추세는 목걸이형이다. 실제로 목에 걸고 몇 걸음 걸어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목에 걸고 이리저리 움직였을 때 편안한지를 살펴보는 게 좋다.
다음으로는 LCD이다. 수록된 곡의 정보, 가사, 그밖에 각종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밝은 곳, 어두운 곳에서 모두 쉽게 확인이 가능한지, 내가 필요한 정보, 예를 들면 가수명이나 곡명은 가장 많이 확인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다른 정보들에 비해 눈에 띄도록 폰트나 크기, 위치가 알맞은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그다이얼이나 사용빈도가 높은 버튼들이 조작하기 쉽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면 된다.
초소형 HDD 내장형 주목

MP3P의 미래는 역시 용량이 관건이다. 앞서 여러 가지 기능들을 언급했지만 곧 대부분의 제품이 기본으로 탑재할 것이다. 하지만 용량 문제는 다르다. 플래시 메모리 기술이 기가단위로 저렴하게 대중화되기까지는 아직 많이 시간이 필요하다.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너무 비싸고, CD는 너무 거추장스럽다.
이런 차에 최근 나타난 것이 ‘USB 기가 드라이브’이다. 새롭게 개발된 약 1인치 크기의 하드디스크가 기억장치로 나타난 것이다. 디스크가 들어가기 때문에 넓적한 모양에서 탈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크기 면에서 플래시 메모리 제품 다음으로 작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용량대비 가격도 플래시 메모리보다 절반가량 싸다. 현재 용량은 1.5GB에 달하며 조만간 4GB급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장점들을 보았을 때에 MP3P의 미래 저장매체로서 크게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