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2P로 저작권이 있는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단, 업로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캐나다 저작권위원회(CBC) 지난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P2P 규정을 발표했다. CBC는 이 규정에서 아이포드와 같은 MP3 플레이어(MP3P)를 카세트 테이프, 공CD와 같은 성격의 매체로 분류하고, 최대 25달러의 추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이 같은 ‘레코딩 매체’에 대한 세금 수익은 소비자들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음악 컨텐츠를 복제함으로써 작곡가, 가수 등이 입는 손해를 보상하는 기금으로 활용된다. 즉 소비자는 자신의 복제 행위로 인해 컨텐츠 보유자가 입는 피해를 세금을 더 내는 형태로 보상하는 것이다.그동안 캐나다의 애매모호한 P2P 관련 규정은 소비자와 음반업계 모두에게 혼란을 가중시켜왔다. 이번 CBC의 결정은 이러한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전까지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업로딩은 불법이지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다운로드하는 것은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CBC 사무처장 클로드 마조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는 것에 한해 음악 다운로드는 합법적인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밝혔다.한편 캐나다의 이번 결정은 각계각층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특히 가전업계에서는 (MP3P 세금 부과로 인한) 매출 감소를, 연예업계에서는 P2P 네트워크가 확산될 것을 각각 우려하고 나섰다.미음반산업협회(RIAA)와 같은 저작권 단체들은 이전부터 캐나다의 모호한 저작권법을 비판해왔다. 캐나다 법에는 아직 미국의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CMA)’과 같은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DCMA는 디지털 복제방지 메커니즘을 해체하거나 해체하는 툴을 배포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한다.캐나다 음반협회의 고문 변호사인 리처드 폴은 “이번 결정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우리는 다운로드도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입장은 캐나다 법은 다운로드 역시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CBC) 위원회의 결정일 뿐이고, 캐나다 법정에서 정확한 판결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CBC는 1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캐나다 법은 저작권이 있는 음악, 예술작품 등을 온라인상에서 업로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하지만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이를 복제하는 행위는 허용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복제물의 원본에 관한 부분과, 그 원본이 승인을 받은 것인지, 또는 여타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것인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밝혔다.캐나다 법은 개인적인 목적의 음악 복제를 위한 특정 매체(공테이프, 공CD 등)와 이 매체를 만든 업체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서 거둬진 세금은 작곡가와 가수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기금으로 조성된다. CBC 결정에 따르면 이제 MP3P도 이러한 ‘특정 매체’에 포함되는 것이다. DVD와 같은 일부 다른 매체는 아직 여기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한편 캐나다 법에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CBC는 “PC 하드디스크에 관한 매체 과세법이 신설되거나, 법정이나 의회에서 감독기관에 규정을 지시할 때까지는 하드디스크로의 다운로드는 허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이와 관련, 마조는 “정확한 결정이 나기전까지 일단 사용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CBC 결정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법정은 파일교환 문제에 대해 별도의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오타와 대학 법학과 교수인 마이클 가이스트는 “법정에서도 조만간 이에 관한 분명한 판단을 할 것"이라며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법정도 이번 CBC의 결정을 고려할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한편 CBC의 결정으로 캐나다에서는 애플컴퓨터의 아이포드나 삼성에서 새로 출시한 냅스터 플레이어와 같은 하드디스크 기반 오디오 플레이어에 상당한 세금이 추가될 전망이다. 이에따라 용량 10GB까지는 15달러, 그 이상 용량의 MP3P는 25달러가 오르게 된다. 1GB 이하의 MP3P에는 2달러만 추가된다.캐나다 인구는 3100만명 가량으로 미국의 1/10에 불과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접속환경은 미국보다 발달해 있어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기도 그만큼 쉽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포인트토픽에 따르면 2003년말 기준 410만명의 캐나다인들이 초고속인터넷 접속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 리히트먼 조사자료에서 9월기준 미국의 케이블모뎀 및 DSL 사용자는 2270만명 정도로 조사돼, 비율 면에서 캐나다가 앞선 결과를 보였다.이번 결정이 내리기 전까지도 그동안 저작권 단체들은 캐나다에 대해 강력한 불만을 표시해왔다. 캐나다가 디지털 저작권 보호안을 확대하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DCMA가 논란을 빚어가면서 이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 보호와 소비자의 예술 작품 이용권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많은 국가들에게, 캐나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P2P 저작권 논란은 하나의 좋은 연구사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CBC의 결정이 다른 국가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가이스트는 “아직 캐나다의 규제기관들이 CBC의 결정을 어디까지 적용해야할지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하드웨어 제조업체에게 이번 세금 부과 결정은 표면적인 것 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 정책에 기반할 경우 PC에까지 결국 추가 세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며 “CBC의 입장이 확고하고 정책을 변경할 가능성이 없다면 결국 PC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한편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때마다 세금 부과 목록에 추가해줄 것을 요청해왔던 캐나다 저작권단체(CPCC)는 “PC는 우리가 요구하는 목록에 포함돼있지 않다”고 밝혔다. CPCC 부회장 루시 보체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라고 요구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