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반도체시장 먼저 잡자···세계주요업체「합종연횡」

일반입력 :2003/12/05 00:00

한주한 이향휘 기자

연초까지는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생존을 위해 군살을 제거하는 형태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시장성장을 기대하며 생산시설 확충과 차세대 기술 개발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 점이 다르다.소비자용 반도체 등 급성장하는 시장에 신규 진출하기 위해 역량이 다소 떨어지는 업체간 협력도 늘고 있다.협력으로 투자 위험성 낮춰협력은 D램 업체인 독일의 인피니온이 가장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SMIC, 대만 윈본드 및 난야 등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이 같은 전략이 적중하면서 D램 시장에서는 이미 하이닉스반도체를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2005년까지는 미국 마이크론까지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분석이다.마이크론도 300㎜ 웨이퍼(반도체의 원료인 실리콘 원판) 가공시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 9월 인텔로부터 4억 5000만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협력은 최근 반도체 시장 전망이 밝아지면서 속도를 더하고 있다. 낙관적인 전망 속에서 독자적인 투자 대신 공동투자를 택하는 모습이 과거 반도체 회복기와는 차이가 난다.삼성전자 관계자는 “협력의 상당 부분이 첨단 300㎜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위한 것”이라며 “막대한 투자자금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투자 위험성도 낮추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성장시장 진출 수단으로 활용최근의 협력은 급성장하는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성장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다른 기업으로부터 수혈받는 방식이다.3일 메모리카드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는 일본 도시바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최근 삼성전자가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낸드(NAND ; 데이터 저장형) 플래시메모리 생산시설을 공동으로 약 4억 6100만달러 투자해 마련할 예정이다.도시바는 낸드 플래시 시장에 먼저 진출했지만 상업적인 기회 모색에서 실패하면서 삼성전자에 선두를 내놓은 업체다. 이번 제휴를 통해 선두탈환을 노리고 있다.NEC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공동출자해 설립한 ASPLA는 영국의 ARM사와 협력하기로 최근 합의했다.지난 99년 NEC 히타치 등 일본 업체들이 D램 부문을 분리해 설립한 엘피다는 지난달까지 미국 인텔로부터 출자를 포함한 1700억엔의 자금을 조달했다.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는 이 업체는 내년 6월까지는 최신 설비의 생산능력을 지금의 약 7배로 늘려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또 도시바 NEC 르네사스 등 일본 반도체 업체들은 2007년 65나노미터(nm ; 10억 분의 1m) 반도체 양산을 목표로 앞으로 관련 기술을 공동 개발해 공유하기로 지난 10월 합의했다.협력에 인색한 한국 기업업체간 협력의 강도가 더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이 같은 흐름에 아직은 인색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자본력도 충분해 다른 업체와의 투자제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다만 다른 반도체 분야에서는 해외 업체와의 제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