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에 노트북 지급「성적 오를까?」

일반입력 :2003/11/20 00:00

Evan Hansen

실리콘 밸리 중심부에 위치한 에버그린밸리 과학기술고등학교는 미래의 학교로 칭송 받아왔다. 이곳의 1500여명 학생들은 학교에서 지급한 노트북을 이용해 캠퍼스 안팎의 생활을 연결하는 소위 ‘에버그린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 공립학교가 문을 연 이후 에버그린 프로그램을 지지해온 기술 전문가들과 교육 이론가들을 당황하게 만든 문제가 있었다. 바로 10대들은 기기를 잘 고장낸다는 사실이다.

이에 따라 에버그린밸리 과기고의 교장인 데니스 바바타는 학생들이 노트북을 집으로 가져가는 것을 금지했다. 그는 학생들이 노트북을 교육 도구가 아니라 마치 개인 PC처럼 활용하고 있다며, 교육 도구로서 노트북을 선택한 것이 잘한 일이었는지 지금으로선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버그린의 사례는 IT 기기를 어떻게 교육에 활용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컴퓨터 업계와 교육기관, 각 정부기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로, IT 기기를 활용한 교육방법이 전통적인 교육방법에 비해 과연 더 효과적인가를 둘러싼 논쟁이다.

지난 20년간 교육에 있어서 컴퓨터의 역할을 강조해 온 사람들은 이런 논란에 쉽게 수긍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 교육기관의 전례없는 예산 삭감으로, 변기 수리나 교사의 급여 지급 등 기본적인 자금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이런 상황에서 컴퓨터를 구입하는 것이 과연 정당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컴퓨팅 장비를 학교에 기부하는 기업들은 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고교를 지원하는 대가로 학교와의 계약, 세금감면, 브랜드 인지도 향상, 교내 제품 테스트 등의 혜택을 누리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가 교내 PC 구입에 투자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 그러나 IT 기술이 ‘교육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맹신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꾸준히 우려의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객관적인 연구주체에 의해 어떤 IT 기술이 효과가 있는지 충분히 조사한 전례가 없다는 사실은 이런 우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교육부의 교육기술 담당 존 베일리는 “1990년대 교육계에 보급된 IT 기술은 닷컴 거품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성공에 대한 전망이 현실을 앞질러 간 것이다”며 “현재 교육계의 상황은 기업들이 내부 진행중인 기술투자를 재평가하는 것과 같다. 어떤 면에서는 잘 적용돼 좋은 효과를 나타냈으며 또 어떤 면에서는 여전히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 IT 기술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 정도다. 특히 현금이 부족할 경우 감액대상 1순위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교사들이 해고되는 상황에서도, 일부 기술 프로그램들은 업계의 기부나 공공기금 지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중에는 야심찬 대규모 프로그램들도 있다. 메인주는 5000만달러 규모의 IT 프로그램을 2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주내 240개 공립학교에 재학중인 7, 8학년 학생 전체에게 애플컴퓨터 아이북을 지급했다. 미시건주 역시 3800만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공립학교 6학년 학생에게 지급할 노트북 13만대를 구입키로 했다.

효과적인 교육을 주장하는 비영리단체 ASCD(Association for Supervision and Curriculum Development)의 회장 레이 맥널티는 “사람들이 IT 투자의 교육효과를 평가한 공정한 연구결과를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이번 세대의 교육을 망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IT 기술의 교육효과, 아직은 미지수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IT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여전히 모험이다. 기술 혁신에 관한 화려한 수사어들은 많아도 성적 향상 정도 등 측정이 쉬운 방식으로 컴퓨터가 교육 효과를 개선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지난 3년간 비영리기관 EDC(Education Development Center)에서 4500만 달러짜리 IBM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해 온 밥 스필보겔은 “노트북 등 장비를 보급하는 것은 공립학교내 기술개혁의 초기단계에 불과하다”며 “중요한 것은 공립학교에 컴퓨터를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 기업관리자, 교육자들을 장기적인 협력관계로 묶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IBM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둔 이유라고 말했다.

MS와 필라델피아 교육청이 지난 9월에 맺은 계약은 바로 이런 취지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교육자들이 소위 MS와의 ‘장기적 관계’라고 부르는 이 계약의 주요 내용은, 학교운영과 IT 기술을 통합한 최첨단 고등학교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약 4600만달러의 주정부 예산이 투입될 이번 프로젝트에 MS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인력을 무상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교육효과로 연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02년 10월 영국 학술지 이코노믹 저널은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CAI)이 시험점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초의 항목별 비교’라는 보고서를 실었다.

여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8학년 학생들의 경우, 부분적으로 PC를 이용해 교육받은 학생들의 수학성적이 전통적인 방법으로 교육받은 학생들보다 다소 낮았다.

이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MIT 경제학 교수 조슈아 앙그리스트와 예루살렘의 히브루 대학 교수 빅터 레비는 “시험성적을 기준을 보면, CAI는 교육적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결론이 아직까지 확실한 근거를 갖춘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교육정책 입안자들이 IT 기술의 우선순위를 다른 항목에 비해 낮추도록 촉구하는데 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이런 명확치 않은 상황은 학교의 IT 기술 도입 속도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컴퓨터가 교육수단으로 효과적이란 사실이 아직 증명되지 못한 것은, 이를 검증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논리는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학부모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과 납품 계약을 바라는 IT 기업, 어떤 종류의 지원이라도 기쁘게 받아들이는 교육계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관계 때문에 기업과 학교 사이에 ‘수상한 관계’가 나타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과거 교육계에 장비를 기부했던 PDA 업체 팜의 교육 부사장 마이크 로리온은 “기업들은 IT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학교에 엄청난 액수를 기부하거나 건물을 지어주고, 훗날 이를 이용해 해당 교육구 전체에 자사 제품을 판매한다”고 털어놓았다.

에버그린밸리 과기고 곳곳에는 이와 같은 기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에버그린의 주요 건물 가운데 하나에는 학교 근방 산타바바라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 건물의 회사명은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교사 교육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교육 시행후 100만달러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새겨진 것이다.

에버그린밸리 과기고의 前 시설관리자 마이크 웰치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이러한 기부의 댓가로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질문하자 화부터 내고 나섰다.

그는 “이들 기업 대표들이 학교 인력 채용에 영향력을 모종의 역할을 했다”며 “영향력은 언제나 존재하며, 누구나 100만달러를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사람의 이야기에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웰치는 “그러나 어플라이드가 숨겨진 의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치 않는다”며 “어플라이드는 타기업과 진정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에서 좋은 기업이 되고자 하는 업체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아예 기부금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

웰치는 학교 재정이 부족한 것보다는 어떤 종류의 기부금이라도 받는 것이 낫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와 에버그린의 직원들은 주정부와 연방정부, 사적 자금 등 총 500만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이를 학생들에게 지급할 무선 인터넷 접속용 휴대용 컴퓨터 구입에 사용했다.

월치는 소규모가 아닌 전체 학교에 걸친 프로그램을 통해 교내 IT 기술의 잠재력을 시험할 계획이다. 그는 “예산은 항상 존재했으며 우리가 할 일은 기부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일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기업·대기업을 가리지 않고 온갖 종류의 IT 기업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안달이다.

이들은 학교에 최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그리고 교사 훈련 등을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제공하는 한편, 마케팅을 위한 성공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자사의 노력을 평가하는 연구 프로젝트에도 자금은 대고 있다.

이처럼 기업이 자금을 지원해 공립학교내 IT 기술의 효용성을 평가한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2001년 팜 PDA와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다.

팜이 230만달러를 들여 비영리 연구기관 SRI 인터내셔널에 의뢰한 이 연구는, 교사와 학생간의 의사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는 셰익스피어 연구반 학생을 포함해 86개 교실에 제공된 장비의 교육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SRI는 응답자의 96%가 ‘PDA는 교사들에게 효과적인 교육수단’이라는데 동의했으며, 응답자의 73%는 ‘PDA가 데스크톱 PC보다 교육용으로 사용하기 더 쉽다’는데 동의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발표했다.

팜의 교육부사장 로리온은 자사가 이 연구 비용 전액을 부담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SRI와의 긴밀한 관계가 연구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였으며, 이것이 SRI에 프로젝트를 발주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SRI의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교내 PDA 도입에 투자하는 학교수가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공립학교에서 PDA에 투자하는 금액이 2003~2004학년도 약 4000만달러에서 2004~2005학년도 1억 7500만달러, 2005~2006 학년도에는 3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공립학교내 IT 기술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보고서가 제품생산업체의 자금 지원에 따라 이뤄질 경우 그 결과를 본질적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마치 담배회사가 발주한 암 연구 결과와 같다는 것이다.

교내 기술교육과 교과과정에 대한 규제를 지지하는 ISTE(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 회장 돈 네제크는 “기업들이 아무 대가없이 공립학교에 기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기부를 하는 목적은 자사 제품이나 정책을 홍보하거나, 그 도입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 혹은 위험의 감수해야 하는 IT 솔루션 도입을 권장하기 위해서다”라고 지적했다.

많은 교육자들과 행정가들은 NCLBA(No Child Left Behind Act) 법안에 따라 2005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벤치마크를 통해 IT 기술의 교육효과에 대해 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입법된 NCLBA 법안은 미국내 공립학교에서 사용되는 IT 기기의 활용도를 평가하는 연구에 5년간 15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벤치마크 결과에 대해 상반된 의견이 분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시험성적에 대한 IT 기술의 영향은 물론, 교사의 생산성과 공립학교내 출석률과 자퇴율에 미치는 IT 기술의 영향 등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이 정부 주도의 벤치마크 테스트는 메인주의 LTI(Learning Technology Initiative)와 같은 주정부 지원 프로그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평가해온 프로젝트 관리자 토니 스프라그는 “이미 여러가지 장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출석률이 향상됐고 체벌의 횟수가 감소했으며 학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변했고 공부에 대해 더 흥미를 갖고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PC는 성적을 올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이 성적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 교육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는 향후 IT 기술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과 교육부가 시험성적을 프로그램 평가에 얼마나 반영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술교육 컨설팅 업체 록맨 엣 알의 설립자이자 애플의 교육연구를 이끌기도 했던 사울 록맨은 “'특정 IT 기술을 도입하면 2년내에 성적을 향상시켜 준다'고 장담할 기업은 아무도 없다”며 “연방공무원들은 IT 기술의 교육효과를 증명하라고 하지만 사실 IT 프로그램과 기기들이 시험성적을 끌어올릴 의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1년전 에버그린 프로젝트에 따라 노트북을 지급받은 고교 2학년생 스미타 모한은 학교에서 노트북을 지급받던 기억을 마치 처음 자전거를 받던 것과 비슷하게 여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스미타도 다른 학생들처럼 노트북과 함께 제공된 게임에 열중하거나 친구들과 서로 메시지를 교환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내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교과에 대해 다른 학생과 협력하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배우는 본래 취지에 맞게 노트북을 사용했다. 현재 스미타는 이온 결합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플래시 영화를 만들거나 파워포인트로 학교제출용 보고서를 요약하는 일에도 능숙하다.

최근 화학수업에서 스미타와 동급생들은 IBM 씽크패드 앞에 모여앉아 교사가 허용한 사이트를 방문해 8면체 규칙과 루이스 돗 구조에 대해 정보를 검색했다. 스미타는 “미래는 기술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에버그린의 노트북 프로그램은 현재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교장인 바바타는 “노트북을 24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 지난해 850명이던 학생수가 올해 1500명으로 늘어났다”며 “행정업무가 폭주하는 등 악몽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바바타는 노트북 1500대를 관리하는 IT 기업들은 대체로 10~15명 가량 지원인력을 두고 있다며 이는 공립학교가 보유할 수 있는 인력 수준을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또한 학교 외부에서 컴퓨터가 손상되거나 도난당한 경우가 발생하자 보험회사 측이 공제액을 인상해 부담이 늘어났으며, 노트북 대수가 크게 증가해 학생들이 이를 사용하는 방식을 거의 통제를 할 수 없게 됐다.

바바타는 “보급할 교육용 기기로 노트북을 선택한 것은 거의 조건반사적인 결정이지만 앞으로 학생들이 어느 장소나 휴대할 수 있는 기기는 아마도 PDA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록맨을 비롯한 컨설턴트들은 이러한 공립학교 IT 지원 프로젝트에 대해 더 냉소적인 관점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지원 프로그램이 IT 업계의 연구와 마케팅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록맨은 “외판원은 항상 엉터리약을 판매한다”며 “대부분의 경우 교육분야의 정책은 학생들을 MS의 베타 테스터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시작한 것은 담배 제조업체들이 처음이었다. 가능한 어릴 때부터 자사 상품에 익숙해지도록 해 성인이 될때까지 이어간다는 전략이었다.

컴퓨터 업계에서는 애플컴퓨터가 수년전 초등학생들에게 자사 제품을 기증하고 세금감면을 혜택을 받으면서 이러한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PC 업계의 주요 기업들 대부분은 애플컴퓨터와 같이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담배 업계와 컴퓨터 업계는 차이가 있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로저 카이는 “IT 기업들이 어린이 대상 마케팅의 일환으로 공립학교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업계와 개별 기업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애플의 경우 애플 플랫폼을 확산시키는데 거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이런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가 얼마나 알려지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가 이루어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의 실패사례가 어린이들이 성장해 제품을 선택함에 있어 초등학교 시절 사용했던 제품의 경험은 별다른 효과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초등학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컴퓨터는 중고등학교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해 오고 있지만, 이런 혜택을 받았던 세대가 성장한 지금 이들이 성인 시장에서 애플 판매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IDC에 따르면 애플컴퓨터는 10년 이상 공립학교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전체 PC 시장 점유율은 점진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특히 최신 PC 판매량 가운데 맥이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2.3%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성인이 될때까지 브랜드 충성도를 이어가는 힘든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교육 시장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퀄리트 에듀케이션 데이터는 교육용 IT 기기와 소프트웨어 시장이 2002~2003학년도에 60~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애플컴퓨터는 교육 시장의 주도권을 잃고 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애플컴퓨터는 여전히 교육 시장에서 큰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1990년대 후반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ISTE의 CEO 돈 크네젝은 “애플이 현재까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찍부터 공립학교에 투자를 해 왔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역시 같은 이유 때문에 애플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